- 2017 동인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김애란 소설가. 사진=조선DB
30일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김애란(37) 소설가가 2017년 동인문학상 수상자로 결정됐다. 동인문학상 심사위원회(김화영·김인환·오정희·정과리·구효서·이승우)는 강원도 삼척에서 최종심을 열어 올해 펴낸 김 작가의 소설집 《바깥은 여름》(문학동네, 2017)을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수상자에게는 상금 5,000만 원이 수여된다.
2017 동인문학상 심사위원회는 선정 이유에 대해 "김애란씨의 특장은 마음의 풍경을 정갈하게 빚어내는 솜씨라 할 수 있다"며 "그는 어둡고 힘겹고 서글픈 인생의 사건들을 언어 안에서 거르고 간종여 담백한 음미와 잔득한 성찰의 장소로 재탄생시킨다"라고 밝혔다.
심사위원회는 작년 8월부터 올해 7월까지 출간된 소설 단행본을 대상으로 매달 독회를 거쳐 본심 후보작 15편을 추려냈다. 다시 그 추려낸 작품들을 대상으로 독회를 연 뒤 최종심 후보작을 4편으로 선정했다. 김애란 작가의 소설집 《바깥은 여름》, 강영숙 작가의 소설집 《회색문헌》, 조해진 작가의 소설집 《빛의 호위》, 김선재 작가의 연작소설집 《어디에도 어디서도》가 그 후보였다.
20~21일 심사위원회는 강원도 삼척에서 최종심을 개최했다. 심사위원들은 무기명 투표로 수상작을 결정했다. 각자 두 편씩 적어 과반수 득표자를 뽑기로 했지만, 김애란 작가가 5표, 강영숙 작가가 4표가 나왔다. 결국 심사위원들은 두 작가 중 한 명씩 써내는 2차 투표까지 거쳤다. 최종 개표 결과는 김애란 4표, 강영숙 2표였다.
수상자인 김애란 소설가는 8월부터 현재까지 폴란드 바르샤바에 체류 중이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바르샤바 대학이 진행하는 레지던스 프로그램에 참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현지에서 집필과 강연에 전념하고 있다. 《조선일보》 박해현 문학전문기자는 11월 중순 귀국할 김 작가를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주요 대목을 소개한다.
―수상 소감부터 말해달라.
"며칠 전, 한 심사위원 선생님께서 '바깥은 여름'에 대해 쓰신 글을 다시 찾아봤다. 그러곤 마지막에 '장래가 천천히 눈부셔지길 바란다'고 쓰신 문장 앞에서 오래 멈춰 있었다. 장래(將來), 바꿔 쓰면 긴 미래(長―來). 일찍 데뷔해 이제는 나한테 그런 게 없을 거라 생각했다. 경력이 쌓였으니 앞으로는 장래보단 시험과 평가가 더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그리고 그건 그것대로 자연스러운 일이라 생각했다. 어른들이 들으면 나무랄 말이지만, 갑자기 누가 알려줘서 내가 젊다는 걸 알았다. 이 작가의 장래가 밝아지길 바란다고, 이미 어디 도착한 사람이 아니라 갈 사람처럼 말씀해 주셔서 감사했다."
―수상작 제목에서 '바깥'의 의미는 무엇인가.
"말 그대로 나의 외부. 나와 타인, 나와 세상의 간극을 나타내는 말로 썼다. 무언가를 잃어버린 사람들의 이야기, 그들이 세상 또는 타인으로부터 느끼는 온도 차, 시차 때문에 가슴에 결로(結露)와 얼룩이 생기는 이야기들을 묶었다."
―수상 작품집은 저소득층·청년 백수·비정규직 지식인·다문화 가정 등의 고단한 삶을 다양하게 담고 있다. 수상작에 실린 단편들을 쓴 2012~2017년 사이 일어난 사회적 사건들이 어떤 영향을 미쳤나.
"소설 안에 사건을 의식적으로 가져오지 않더라도 동시대의 공기가 내 몸에 밴다. 작가의 몸이 만일 세상의 많은 아픔과 풍경, 이야기를 '매질'로 받아들이는 것이라면, 책을 묶고 난 뒤 내 몸이 바뀐 걸 알았다. 똑같은 햇빛이라 해도 매질의 성격에 따라 빛이 꺾이는 각도가 달라지지 않나. 우리에게 한 작가가 아니라 여러 작가가 필요한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2017 동인문학상 심사위원회는 선정 이유에 대해 "김애란씨의 특장은 마음의 풍경을 정갈하게 빚어내는 솜씨라 할 수 있다"며 "그는 어둡고 힘겹고 서글픈 인생의 사건들을 언어 안에서 거르고 간종여 담백한 음미와 잔득한 성찰의 장소로 재탄생시킨다"라고 밝혔다.
심사위원회는 작년 8월부터 올해 7월까지 출간된 소설 단행본을 대상으로 매달 독회를 거쳐 본심 후보작 15편을 추려냈다. 다시 그 추려낸 작품들을 대상으로 독회를 연 뒤 최종심 후보작을 4편으로 선정했다. 김애란 작가의 소설집 《바깥은 여름》, 강영숙 작가의 소설집 《회색문헌》, 조해진 작가의 소설집 《빛의 호위》, 김선재 작가의 연작소설집 《어디에도 어디서도》가 그 후보였다.
20~21일 심사위원회는 강원도 삼척에서 최종심을 개최했다. 심사위원들은 무기명 투표로 수상작을 결정했다. 각자 두 편씩 적어 과반수 득표자를 뽑기로 했지만, 김애란 작가가 5표, 강영숙 작가가 4표가 나왔다. 결국 심사위원들은 두 작가 중 한 명씩 써내는 2차 투표까지 거쳤다. 최종 개표 결과는 김애란 4표, 강영숙 2표였다.
수상자인 김애란 소설가는 8월부터 현재까지 폴란드 바르샤바에 체류 중이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바르샤바 대학이 진행하는 레지던스 프로그램에 참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현지에서 집필과 강연에 전념하고 있다. 《조선일보》 박해현 문학전문기자는 11월 중순 귀국할 김 작가를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주요 대목을 소개한다.
―수상 소감부터 말해달라.
"며칠 전, 한 심사위원 선생님께서 '바깥은 여름'에 대해 쓰신 글을 다시 찾아봤다. 그러곤 마지막에 '장래가 천천히 눈부셔지길 바란다'고 쓰신 문장 앞에서 오래 멈춰 있었다. 장래(將來), 바꿔 쓰면 긴 미래(長―來). 일찍 데뷔해 이제는 나한테 그런 게 없을 거라 생각했다. 경력이 쌓였으니 앞으로는 장래보단 시험과 평가가 더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그리고 그건 그것대로 자연스러운 일이라 생각했다. 어른들이 들으면 나무랄 말이지만, 갑자기 누가 알려줘서 내가 젊다는 걸 알았다. 이 작가의 장래가 밝아지길 바란다고, 이미 어디 도착한 사람이 아니라 갈 사람처럼 말씀해 주셔서 감사했다."
―수상작 제목에서 '바깥'의 의미는 무엇인가.
"말 그대로 나의 외부. 나와 타인, 나와 세상의 간극을 나타내는 말로 썼다. 무언가를 잃어버린 사람들의 이야기, 그들이 세상 또는 타인으로부터 느끼는 온도 차, 시차 때문에 가슴에 결로(結露)와 얼룩이 생기는 이야기들을 묶었다."
―수상 작품집은 저소득층·청년 백수·비정규직 지식인·다문화 가정 등의 고단한 삶을 다양하게 담고 있다. 수상작에 실린 단편들을 쓴 2012~2017년 사이 일어난 사회적 사건들이 어떤 영향을 미쳤나.
"소설 안에 사건을 의식적으로 가져오지 않더라도 동시대의 공기가 내 몸에 밴다. 작가의 몸이 만일 세상의 많은 아픔과 풍경, 이야기를 '매질'로 받아들이는 것이라면, 책을 묶고 난 뒤 내 몸이 바뀐 걸 알았다. 똑같은 햇빛이라 해도 매질의 성격에 따라 빛이 꺾이는 각도가 달라지지 않나. 우리에게 한 작가가 아니라 여러 작가가 필요한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심사위원회의 선정 이유 전문
<김애란씨의 특장(特長)은 마음의 풍경을 정갈하게 빚어내는 솜씨라 할 수 있으리. 그는 어둡고 힘겹고 서글픈 인생의 사건들을 언어 안에서 거르고 간종여 담백한 음미와 잔득한 성찰의 장소로 재탄생시킨다.
'바깥은 여름'에 와서 그는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있었던 일들을 마냥 안으로 재우지만 않고 생생히 살아 있게 하며 그 뜻을 긷고 기억하게 하며 더 나아가 그 사건을 되풀이 작동시켜 원래의 사태뿐만이 아니라 그것이 간직했던 가능한 여러 다른 삶들을 일으키고 체험케 한다.
이제 소설은 회억의 장소, 증언의 자리를 넘어 실존의 무대, 사태의 경계를 넘나드는 도전의 현장으로 보르르 달아오른다. 그의 소설은 그렇게 작가의 손을 떠나 자율 주행하며 저의 키를 독자에게 개방한다. 모든 독자가 저마다 언어로 삶을 움직여 누구나의 언어로 승화하기를 속삭이니, 진정 민주적인 장르로서의 소설이 여기에 있다 할 것이다.>
김애란 작가는 누구?
김애란 소설가는 1980년 인천에서 출생해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극작과를 졸업했다. 2003년 계간 《창작과 비평》 신인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나왔다. 김 작가의 소설세계는 2000년대 이후 젊은 세대의 새 풍속도를 진지한 시선과 경쾌한 언어로 그려내왔다. 한국일보문학상·이효석문학상·이상문학상·신동엽창작상·한무숙문학상 등을 연이어 수상하며 한국문단에 '김애란 신드롬'을 일으켰다. 프랑스에서 출간된 김씨의 단편 소설 선집 《우리는 편의점에 간다》는 2014년 현지 비평가와 언론인들이 선정하는 '주목받지 못한 작품상'을 받기도 했다. 올 6월 말 출간된 《바깥은 여름》 역시 7만5,000부가 팔리는 등 순수문학으로서 인기소설 반열에 올랐다.
정리=신승민 월간조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