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재력도, 정보력도 부족해서 미안해….”

2018년 여름, 어느 대학 강당에 500여명의 시민이 모였다. 대부분 학부모인 이들은 ‘2022 대입개편 공론화 권역별 국민 대토론회’의 시민참여단이었다. 학부모단체인 ‘교육바로세우기운동본부’의 박소영(51) 대표가 연단(演壇)에 올라 이렇게 호소했다.

“학교 총회에 갔는데 선생님께서 학생부종합전형에 대해 설명하시면서 학종 때문에 아이들이 고분고분해졌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 말이 참 슬프게 들렸습니다. 선생님, 죄송합니다. 성적 잘 받아보겠다고, 학생부 잘 받아보겠다고, 머리 쓰고, 눈치 살피는 아이로 그렇게 키워서 정말 죄송합니다.”

교육바로세우기운동본부는 ‘대입(大入‧대학교 입학시험) 정시 전형 확대’를 원하는 학부모들이 모여 만든 시민단체다. 박소영 대표의 두 아들도 당시 대학생, 고등학생이었다. 이듬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자녀 입시 비리 사태가 터졌고, 이를 계기로 박소영 대표는 교육 분야 정책 활동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주요 이력으로는 ▲국민의힘 저출생특별위원회 위원 ▲국민의힘 교육정책자문위원 ▲윤석열 국민캠프 학부모특별위원회 교육특별보좌단장 등이 있다. 현재 대통령 소속 행정위원회인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교육 및 관련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은 박소영 대표에게 의과대학 증원, 저출생 문제 등 최근 이슈를 포함한 몇 가지 질문을 했다.

- 두 아들은 몇 년생입니까.

“첫째(아들)는 1999년생, 군 제대하고 복학했습니다. 둘째는 2002년생이고 육군 복무중입니다.”

- 아들 입시는 성공적이었나요.

“뒤늦게 철이 들어 생전 처음 자기 스스로 열심히 공부한 큰아이가 좋은 성적을 얻고도 대학입시에 실패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좀 더 일찍 관심 가져줄 걸’ ‘좀 더 일찍 입시설명회라도 쫓아다닐 걸’ 하는 마음이 들었어요.”

- 시민단체 활동은 어쩌다 하게 됐나요.

“저는 수험생 자녀를 둔 학부모로서, 학종의 문제점에 대해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어요. 그래서 가장 열심히 목소리를 냈다고 자부할 수 있습니다. 끊임없이 학부모들과 학교 관계자, 입학사정관 등 많은 사람들과 의견을 나눴고요. 학부모의 재력 등의 능력이 크게 작용하는 ‘학종 중심 수시 확대’는 불공정하다는 부분에 많은 공감대가 있었습니다. 이후 ‘숙명여고 쌍둥이 시험지 유출 사건’이나 ‘조국 전 법무부장관 자녀 입시 비리 사태’가 터졌죠. 제가 경고했던 수시의 허점이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걸 여실히 보여준 사건입니다.”

- 생각하시는 입시 제도 개편 방안이 있습니까.

“많은 분들이 대입제도가 바뀌어야 학교교육이 바뀐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하지만 학교 교육이 바뀌지 않은 채 대입제도만 바뀌면 결국 학생들이 피해를 본다고 생각합니다.”

- 입시 제도가 복잡해선 안 된다는 건가요.

“네, 복잡한 입시 제도 때문에 사교육 의존도가 더 높아졌지 않습니까. 선발 결과에 납득하지 못하는 학부모와 학생의 수는 늘어났고, 이는 입시 제도에 대한 불신으로 쌓였습니다. 공정해야 합니다. 결과에 승복할 수 있는 공정성이 대입 정책의 1순위 고려 요소가 돼야 합니다.”

- 의대 증원 소식에 벌써부터 학원가가 들썩입니다.

“의대 증원이 현장에 반영되려면 10년이 걸리겠지만, 그래도 의대 증원은 불가피하겠죠. 문제는, 급작스러운 의대 증원으로 이공계 학생들이 이탈하거나 심지어 직장인들마저 하던 일을 내팽게치고 의대 입시에 뛰어들 수 있다는 거죠. 의대 열풍으로 인한 이러한 부작용이 정부의 순기능적인 정책 방향을 퇴색시킬 수 있기 때문에 대책을 미리 세워야 한다고 봅니다.”

- 당분간은 인재들이 더욱 의대로 몰리지 않을까요.

“인재의 의대 쏠림이 무조건 나쁜 건 아니라고 봐요. 의대에 가고 싶어 하는 학생들이 의대 떨어지고 공과대학에 남는다고 해서 이공계 발전에 도움이 될 것 같진 않아요.“

- 국민의힘 저출산특별위원회에서도 활동했네요, 낮은 출산율 원인을 어떻게 보십니까.

“교육의 영향이 상당하다고 봅니다. 과거와 다르게 다양성을 강조하는 성교육이 이뤄지고 있지 않습니까. 남자가 엄마가 될 수도 있고, 여자가 아빠가 될 수도 있다는 책이 여성가족부가 선정한 아동 권장도서였습니다. 전통적인 가족의 형태를 허무는 셈이죠. 그리고 지나친 페미니즘 강조 사상이 남녀를 갈등 관계로 몰아가고 있어요. 여성으로 하여금 출산을 회피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진보 교육계가 남녀 대립과 역할 혼동을 부추기고, 사회의 기본 질서를 파괴하고 있다고 봅니다. 이렇게 성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는 게 바른 교육이죠. 출산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바로잡아야 출산율도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으로 어떠한 역할을 했나요

“2022년 9월 27일 국가교육위원회가 출범했습니다. 국민의힘에서 제안을 받고 많이 고민한 끝에 소명을 다하기로 했어요. 그동안 했던 일들을 꼽자면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자유민주주의’를 교과서에 포함시킨 일이 있죠. 그때 나라가 떠들썩했죠. 그리고 고등학교 한국사에서 전근대사와 근현대사의 균형을 맞추는 일도 했고요. 보건, 가정, 윤리 교과서에 실린 잘못된 성교육 용어들을 삭제하거나 바꾸는 일 등을 했습니다. 감사하고 뿌듯한 일이죠. 그리고 지난해 교육부가 보낸 ‘2028 대입 개편안’을 검토했는데요, 미적분2와 기하 과목인 심화 수학의 필요성을 관철시키지 못해 아쉬움이 많이 남았습니다. 그래도 ‘수능 상대평가’를 지켜낼 수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밖에도 박소영 대표는 헌법재판소 앞에서 국가보안법 폐지 반대 1인 시위를 하는 등 다양한 보수단체 활동을 했다.

- 교육 분야 말고도 많은 활동을 하셨던데요.

교육 분야에서 시민 운동을 하다 보니 이 분야뿐만 아니라 나라 곳곳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교육은 전교조, 언론은 민주노총 언론노조,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하면서 국가 안보를 뒤흔드려고 했어요. 아시다시피 보수 시민 사회가 열악합니다. 조직력이든, 자금 능력이든 열세라서 시민 운동 하던 사람들은 연대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언론정상화를 위한 운동, 특권폐지 운동도 했습니다.”

- 30~40대 여성의 정부 여당 지지세가 약한데, 이들의 표심은 어떻게 보십니까.

“이들은 자녀 교육에 관심이 높은 연령층인데 이들이 좌파에게 가장 실망했던 부분이 바로 교육 문제입니다. 모두가 용이 될 필요는 없다면서도 자기 자식은 특목고에 보내려고 했고 어떻게든 의사로 만들려고 하지 않았습니까. 교육 정책만큼은 좌파에게 동의할 수 없을 겁니다. 이 부분을 파고들어 30~40대 여성들이 공감할 수 있는 교육 정책을 만들어야죠.”

글=김광주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