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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연합뉴스TV
26일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이진동)는 배우 송선미 씨의 남편 고모씨(45)의 피살사건에 대해 고씨의 외사촌동생 곽모씨(38)가 동료 조모씨(28)를 시켜 살해했다는 결론을 발표했다. 8월 21일 송씨의 남편이자 영화 미술감독인 고씨는 서울 서초동 법무법인 사무실에서 곽씨의 사주를 받고 찾아온 조씨에 의해 살해된 것이다.
이날 이진동 부장검사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브리핑실에서 “재일교포 재력가의 자손들 간 재산분쟁과정에서 (고씨의 사촌동생이) 살인범에게 거액의 사례금을 주겠다며 살해를 교사했다”고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검찰은 곽씨에게 살인교사 혐의를 적용해 추가 기소했다고 밝혔다. 앞서 이달 13일 곽씨는 사문서위조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상태다.
당초 해당 살인사건은 재산분쟁 및 민사소송과 관련, 개인 다툼에서 비롯된 우발적 사건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검찰 수사가 시작된 이후 압수물 분석 등을 통해 조씨가 미리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드러났다. 고씨의 외사촌동생인 곽씨가 자신의 후배인 조씨에게 “20억 원을 주겠다”며 살인을 종용했던 것이다.
여태까지 나온 관련보도와 검찰 수사결과를 종합하면 사건의 경위는 다음과 같다.
1. 일본 유명 호텔 등을 소유한 재일교포 재력가 곽모씨(99)의 친손자가 곽씨, 외손자가 고씨다. 할아버지의 재산을 두고 사촌지간인 친손자와 외손자는 갈등을 일으켰다. 특히 곽씨가 할아버지 소유의 680억 원대 국내 부동산을 빼돌리기 위해 증여계약서를 위조한 것이 본 사건의 발단으로 작용했다.
2. 이에 2월 고씨 등은 사문서위조 등의 혐의로 곽씨를 서울 종로경찰서에 고소했다. 당시 곽씨와 고씨의 할아버지였던 곽모씨는 “아들 부자에게 증여할 의사가 전혀 없다. 그들이 계약서를 위조해 등기를 넘겨받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3. 7월 경찰은 장손 곽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소명자료 부족 등을 이유로 법원에서 기각됐다. 그러자 이달 말 곽씨는 후배 조씨를 시켜 고씨를 살해하면 20억 원과 변호사 비용을 주고 가족을 돌봐주겠다며 살인교사를 지시했다. 그러자 조씨는 ‘장손 곽씨와의 민사소송 등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주겠다’고 고씨에게 접근, 8월 21일 고씨를 흉기로 살해하게 된 것이다.
4. 9월에 접어들어 검찰은 조씨를 살인 혐의로 구속기소했고, 장손 곽씨와 곽씨의 아버지(장남)를 사문서 위조, 행사 혐의로 구속했다. 10월 13일에는 역시 이 둘을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그러던 차 검찰 수사결과에 따라 살인교사 및 청부살인 범행이 드러났고 오늘 곽씨를 살인교사죄로 추가 기소하게 된 것이다.
한편 청부살인범 조씨는 얼마 전까지도 곽씨와 함께 사는 등 서로 막역한 사이로 알려졌다. 검찰의 디지털 분석 결과, 곽씨의 사주를 받은 조씨는 흥신소(興信所) 등을 통해 암살의 방식, 청부살인 방법 등을 검색한 것으로 밝혀졌다. 곽씨 또한 살인 발생 직후 ‘우발적 살인’ ‘살인교사죄 형량’ 등을 검색했다고 한다. 곽씨는 조씨에게 “(살해 후) 필리핀에 가서 살면 된다”는 휴대전화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당초 곽씨는 조씨에게 피해자 고씨의 매형이자 재산분쟁 관련 변호를 담당하던 변호사도 함께 살해해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조사됐지만 조씨가 부담스러워 이를 거절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자 곽씨는 변호사에게 겁이라도 주자며 “변호사 앞에서 죽이라”고 조씨를 부추겼고 그래서 범행 장소가 법무법인 사무실이 된 것이다.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가 있던 이날 송씨의 소속사 제이알이엔티는 보도자료를 통해 “가해자들은 고령의 할아버지를 상대로 문서 등을 위조하며 재산을 탈취”했을 뿐 아니라 “이 사실을 뒤늦게 알고 재산을 되찾기 위한 소송을 진행하시던 할아버지의 의사에 따라 이를 돕던 고인을 상대로 살인을 사주하는 상상하기도 어려운 범행을 저질렀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 “이 사건은 일부 잘못 보도된 바와 같이 유산이나 상속관련 분쟁이 원인이 된 것이 아니”라며 “생존해계신 할아버지가 불법적으로 빼앗긴 재산을 되찾는 과정에서 순수하게 할아버지의 의사에 따라 이를 보조하던 고인에게 앙심을 품은 가해자들에 의해 저질러진 범행”이라고 했다.
글=신승민 월간조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