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신비주의'라는 게 유행했다. 연예계에서 유행했는데 자신을 감추는 것이다. 팬들의 궁금증을 자극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도 유행했다. 과거 '안철수 현상' 때 안철수 의원이 보여준 게 대표적이었다. 

안 의원은 지지자들과 정치권에서 '정치 참여'를 요청했을 때 직접 답하지 않고 재산의 사회 환원이라는 우회적 답변을 내놨다. 온갖 해석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결과론이지만 안 의원의 몸값을 높이기 위한 신비주의 전략은 실패했다. 최종 목적지인 '대권'에 다다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요즘 연예계에서는 자신을 감추는 ‘신비주의’를 지향하지 않는다. 팬들 곁으로 친숙하게 다가가기 위해 자신을 보여주려 노력한다. 

정치권은 여전히 구태의연해 보이는 신비주의 전략이 간혹 보이긴 했는데,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이 그걸 깼다. 

한 전 장관은 국민의힘에서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카드'가 나오자마자 빠르게 수락 의사를 밝혔다. 

“주위에서, 여의도 문법대로 고심하며 삼고초려 하는 장면을 만들어야 한다고들 하더라. 그런데, 저는 결심했으니 모양 갖추기 위해 간 보거나 머뭇거릴 이유가 없다. 그러면, 보시는 국민들께서 지루하실 거다.”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초고속 인터넷 속도가 빠르기로 손꼽히는 나라다. 우리 국민은 마음을 빨리 표현하고 빨리 답을 받기를 원하는 성향이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MZ세대는 더욱 그렇다. 

신비주의를 벗어던진 한 전 장관의 전략이 국민, 특히 MZ세대의 마음을 관통했을 가능성이 커 보이는 이유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지명자인 한동훈 전 장관이 차기 대통령 적합도 및 호감도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앞질렀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22일 나왔다.

한국여론평판연구소(KOPRA)가 20∼21일 만 18세 이상 남녀 1천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차기 대통령감 적합도에서 한 전 장관은 45%, 이 대표는 41%였다.

호감도 조사는 한 전 장관 47%, 이 대표 42%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무선 자동응답(ARS) 방식으로 진행됐고, 응답률은 3.1%다.

자세한 조사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글=최우석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