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현지 시각) 윤석열 대통령이 우리나라 대통령으로는 1961년 수교 이래 처음으로 네덜란드를 국빈 방문했다. 12일 윤 대통령은 네덜란드의 빌렘-알렉산더 국왕과 함께 네덜란드 반도체장비 생산기업 ASML의 본사도 방문했다.

네덜란드는 6·25전쟁 당시 대한민국을 위해 전투 병력을 파병한 국가이다. 전쟁이 나자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16개국이 전투부대를, 6개국이 의료지원단을 파병했는데 1129일 간의 전쟁에서 유엔군은 4만 670명이 전사, 10만 4280명이 다쳤고 4116명은 실종, 5815명은 포로가 됐다. 

네덜란드는 육·해군 병력 5322명을 파병했다. 전사 120명, 부상 645명, 포로 3명을 기록했다. 1950년 연말이 되자 유엔군은 중공군의 개입으로 전황이 불리해졌다. 유엔 사무총장은 유엔 회원국에 지상군 파병을 요청했다. 이에 네덜란드 정부는 부정적이었지만 네덜란드 국민이 나서 ‘한국참전지원병임시위원회’를 조직해 한국을 돕기 위해 지상군을 파병해야 한다는 여론을 만들었다.

네덜란드는 덴 오우덴 중령을 대대장으로 임명하고 대대급 지상군(636명) 부대를 편성했다. 1950년 11월 23일 부산항에 도착한 네덜란드군은 급박한 전황 때문에 현지 적응 훈련도 마치지 못한 채 미 2사단에 배속돼 싸웠다. 주 임무는 전선 후방으로 침투하는 북한군·중공군 방어였다.

1951년 2월 중공군은 유엔군을 한반도에서 철수시키기 위해 대공세를 벌였다. 국군과 유엔군은 후퇴할 수밖에 없었다. 네덜란드군은 후퇴하는 국군을 엄호했다. 이 과정에서 국군으로 위장한 중공군이 네덜란드군을 기습해 포위했다. 오우덴 중령은 대원들을 지휘하며 적에게 저항했으나 수류탄 폭발로 전사하고 말았다. 지휘관을 포함해 15명이 전사했음에도 네덜란드군은 중공군의 기습을 방어하고 철수하는 유엔군을 끝까지 엄호했다. 네덜란드군의 활약 덕분에 유엔군은 중공군을 저지하고 반격해 전선을 38선 위쪽으로 끌어 올렸다.

네덜란드는 전통적으로 해군이 강하다. 전쟁 기간 군함 6척을 파견했다. 서해안을 따라 내려오는 공산군 병력과 보급 물자를 함포사격으로 타격했고 인천상륙작전도 도왔다. 네덜란드군은 정전협정 이후에도 벙커와 지뢰 등 휴전선 근처의 방어 시설물을 제거하는 임무를 수행하며 전후 복구를 도왔다. 1954년 10월까지 한반도에 주둔한 네덜란드군은 부산 유엔기념공원에 들러 네덜란드군 전사자의 묘지에 참배한 후 탄약통에 ‘한국의 흙’을 담아 고국으로 돌아갔다. 이 흙은 네덜란드 한국전 참전 기념탑 아래 묻혔다. 6·25전쟁 당시 네덜란드군이 격전을 벌여 가장 큰 피해를 본 강원 횡성에는 네덜란드군 참전비와 오우덴 중령을 기리는 현충비가 있다. 부산 유엔기념공원에는 네덜란드군 124명(사후 안장 포함)이 안장돼 있다.

글=이경훈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