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들어서고 장제원 의원만큼 욕을 먹은 정치인은 드물 것이다. 정치권 안팎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신임이 각별하단 이유만으로 무슨 일만 생기면 배후에 장 의원이 있다는 말이 돌았다. 

장 의원이 11일 내년 국회의원 선거 불출마를 선언했다. 장 의원은 "대통령과 가장 가까운 사람이 희생하는 게 맞는다”며 “가진 건 국회의원직 하나인데 내려놓기로 한 것”이라고 했다.

앞서 선친 장성만 전 국회부의장 산소를 다녀온 장 의원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보고 싶은 아버지! 이제 잠시 멈추려 합니다”라고 썼다. 

장 의원의 희생이 돌파구 없는 국민의힘에는 탈출구를, 밤낮없이 일하지만, 지지율은 답보 상태인 윤석열 대통령에게는 '지지율 상승' 효과를 가져다줄지 주목된다. 

사실 장 의원의 입장에서만 본다면 정말 억울할 것이다. 대통령 측근들의 2선 후퇴는 자주 있었다. 그런데 이런 측근들은 권력자와 아주 오랜 기간 함께 정치를 해 온 인물들이다. 

장 의원은 3선을 했는데, 윤석열 대통령과 전혀 관련이 없다. 심지어 장 의원은 '윤석열 저격수'란 말을 들었던 인물이다. 장 의원은 지난 2018년 10월 19일 서울고검에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 때 윤 대통령이 장모가 연루된 사기 사건을 무마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런 장 의원을 품은 게 윤 대통령이었다. 윤 대통령은 국민의힘 입당 직후 권성동·정진석·장제원·윤한홍 의원과 저녁을 함께 했는데 이 자리에서 “우리 장 의원 같은 분이 저를 꼭 좀 도와주시면 좋겠습니다”라고 했다. 

이후 장 의원은 친윤이 됐다. 

장 의원을 잘 아는 현역 의원은 이런 이야기를 했다. 

"윤석열 캠프에 전·현직 의원들이 많이 모여 있었지 않습니까. 서로 자존심 싸움을 하기도 했는데 장 의원이 중재 역할을 상당히 잘했습니다. 예를 들어 A, B가 캠프에 꼭 필요한 인재인데 서로 사이가 안 좋아 티격태격하면 장 의원이 A, B 모두 이야기를 끝까지 다 들어주고, 기분을 풀어줬습니다. 캠프 내 약간의 알력 다툼이 잘 해결된 것은 장 의원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장 의원 관점에서 종합해보면 당에 경쟁력 있는 대선 후보가 없다는 분석이 많았던 시절, 외부의 유력 대통령 후보가 당에 들어와 도와달라고 해 최선을 다해 지원해 대통령을 만들었을 뿐인데, 이준석씨 등에게 공격만 받고 결국 희생까지 하게 된 것이다. 

민주당의 이재명 대표는 분신이라고 한 측근을 비롯해 20여 명이 구속됐다. 그런데 본인은 구속을 피하려고 국회의원, 당 대표에 거푸 출마해 1년 넘게 방탄 국회를 열었다. 불체포특권 포기 약속을 두 번이나 어겼다. 피의자이면서 수사 검사를 탄핵했다. 

장 의원의 결단은 이재명 대표의 모습과 분명 대비(對比)될 것이다. 

글=최우석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