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불수능 논란과 PISA 2022, 그리고 수능의 길 : 월간조선

킬러문항 배제와 불수능 논란이 뜨겁다. 이 논란은 당연할지 모른다.

변별력을 잃어선 안 되지만 ‘쉬운 수능’은 우리 교육이 가야할 길이고 사교육을 넘어서는 길이다. 또 지금도 우리 교육이, 학교교육의 질이 선진국에 비해 뒤쳐지지 않는다는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12월 5일 국제 학업성취도 평가(Programme for International Student Assessment, 이하 PISA) 2022 결과를 공식 발표했다.

국제 학업성취도 평가(PISA)는 만 15세 학생(중3~고1)의 수학, 읽기, 과학 소양의 성취와 추이를 국제적으로 비교하고 교육맥락 변인과 성취 사이의 관계를 파악하기 위해 3년 주기로 시행한다.

화면 캡처 2023-12-09 061557.jpg

국제 학업성취도 평가(PISA) 보고서

국제 학업성취도 평가(PISA) 2022에 전 세계 81개국 OECD 회원국 37개국과 비회원국 44개국 등 약 69만 명이 참여하였다. 우리나라는 186개교, 총 6,931명(중학교 14개교 352명, 고등학교 168개교 6,482명, 각종학교 4개교 97명)이 참여했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한국 학생들은 OECD 회원국 중 수학 527점으로 1∼2위, 읽기 515점으로 1∼7위, 과학 528점으로 2∼5위로 높은 성취를 나타났다. 전체 81개국 중에서도 수학 3∼7위, 읽기 2∼12위, 과학 2∼9위로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OECD 국가들의 학업 성취도 점수는 전 영역에서 하락했지만, 한국은 점수가 소폭 상승한 셈이었다.

국가별 비교는 무의미할 수 있지만 한국보다 아시아의 다른 국가들이 더 성적이 좋다는 사실도 받아들여야 한다. 수학성적에서 한국보다 좋은 나라는 싱가포르, 마카오, 대만, 홍콩, 일본이다. 읽기성적이 한국보다 좋은 나라는 싱가포르, 아일랜드, 일본이다. 과학성적이 한국보다 좋은 나라는 싱가포르, 일본, 마카오, 대만이다.

〈PISA 2022 전체 참여국의 영역별 국제 비교 결과〉

수학						읽기
국가명	평균	전체 국가순위				국가명	평균	전체 국가순위
싱가포르	575	1	~	1	싱가포르		543	1	~	1
마카오(중국)	552	2	~	4	아일랜드		516	2	~	9
대만	547	2	~	6	일본		516	2	~	11
홍콩(중국)	540	2	~	6	대한민국		515	2	~	12
일본	536	3	~	6	대만		515	2	~	11
대한민국	527	3	~	7	에스토니아		511	2	~	12
에스토니아	510	6	~	9	마카오(중국)		510	2	~	11
스위스	508	7	~	10	캐나다		507	2	~	13
캐나다	497	8	~	18	미국		504	2	~	18
네덜란드	493	7	~	26	뉴질랜드		501	3	~	17
아일랜드	492	9	~	22	홍콩(중국)		500	3	~	18
벨기에	489	9	~	24	호주		498	6	~	18
덴마크	489	9	~	24	영국		494	8	~	22
영국	489	9	~	24	핀란드		490	9	~	26
폴란드	489	9	~	24	덴마크		489	9	~	30
오스트리아	487	9	~	28	폴란드		489	9	~	30
호주	487	9	~	25	체코		489	9	~	28
체코	487	9	~	26	스웨덴		487	10	~	30
슬로베니아	485	10	~	28	스위스		483	13	~	32
핀란드	484	10	~	30	이탈리아		482	13	~	33
라트비아	483	10	~	32	오스트리아		480	13	~	34
스웨덴	482	10	~	32	독일		480	13	~	34
뉴질랜드	479	11	~	33	벨기에		479	14	~	34
리투아니아	475	18	~	36	포르투갈		477	14	~	34
독일	475	11	~	37	노르웨이		477	14	~	34

과학
국가명	평균	전체 국가순위
싱가포르	561	1	~	1
일본	547	2	~	5
마카오(중국)	543	2	~	5
대만	537	2	~	7
대한민국	528	2	~	9
에스토니아	526	4	~	8
홍콩(중국)	520	4	~	11
캐나다	515	5	~	13
핀란드	511	6	~	18
호주	507	7	~	21
뉴질랜드	504	8	~	25
아일랜드	504	8	~	25
스위스	503	9	~	25
슬로베니아	500	9	~	26
영국	500	9	~	27
미국	499	7	~	32
폴란드	499	9	~	28
체코	498	9	~	29
라트비아	494	11	~	32
덴마크	494	10	~	32
스웨덴	494	11	~	32
독일	492	10	~	35
오스트리아	491	11	~	33
벨기에	491	11	~	34
네덜란드	488	10	~	35

※ PISA 점수는 평균 500이고, 표준편차 100인 척도점수임

※ 전체 참여국 중 평균 점수 상위 37개국의 결과를 내림차순으로 정렬함

이밖에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되는 결과도 확인할 수 있었다.

PISA 2022 수학(주영역)의 교육맥락변인을 조사했더니 한국은 PISA 2012 대비 ‘수학 불안’은 낮아졌고, ‘수학 수업 분위기’에 대한 인식은 향상되었다.

‘수학 불안’ 지수(-0.05)도 한국은 OECD 평균보다 낮았고, PISA 2012 대비 낮아졌다. 반면 우리나라 ‘수학 수업 분위기’ 지수(0.84)는 OECD 평균보다 높았고, PISA 2012 대비 높아졌다.

성급할지라도 우리 교육의 긍정적인 신호라고 봐도 되지 않을까.

그러나 중앙집권적 표준화 선발에 대한 고민과 입시제도 개선이라는 과제를 외면할 수 없다. 또 수많은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국가들이 PISA 지표에 크게 낙담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받아들여야 한다. 문제는 교육의 긍정적인 방향이다.

<수학 불안 및 수학 수업 분위기 지수>

	대한민국		OECD 평균
	PISA 2012	PISA 2022	PISA 2012	PISA 2022
수학 불안	0.31	-0.05	0.00	0.17
수학 수업의 분위기	0.19	0.84	0.00	0.02
※ 1. OECD 평균을 0, 표준편차를 1로 하여 표준화한 수치 2. 수학 불안 지수는 지수가 높을수록 학생의 수학 불안감이 높음 3. 수학 수업 분위기 지수는 지수가 높을수록 학생은 수학 수업 분위기를 긍정적으로 인식

우리나라의 학교 교육이 입시위주의 단편적인 지식만을 전달하고 있다는 비판이 있다.

따라서 수능 대비 반복적인 문제풀이 위주의 학습법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벌써부터 나왔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요구되는 창의력, 논리적 사고력, 문제해결 능력 등의 역량을 지닌 인재를 기릴 수 있는 교수법, 학습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교육학에서 UCLA 교육학과 존 맥닐(John Donald McNeil) 교수의 ‘방어적 수업론’이란 이론이 있다.

맥닐은 한 명의 교수가 수십 명의 학생들을 가르치는 학급상황에서 교사는 학생들로부터 자신을 지켜야 한다는 구조적 방어의식을 갖게 된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학생들을 통제하는 수업방식과 전략을 사용하는데, 이때 사용하는 강의전략은 단순화, 신비화, 생략, 방어적 단편화 등 4가지다. 논쟁의 여지가 있는 주제는 생략하고 어려운 주제는 간단히 언급만 하고 넘어간다. 복잡한 논의를 막기 위해 수업내용을 신비화하는 것이다.

신비화란 문제풀이와 관련이 깊다. 문제풀이는 암기능력과도 연결되어 있다. 수능의 바탕이 바뀌지 않는 한 역사와 경제, 역사와 지리가 융합된 형식의 문제는 사회 모든 과목, 과학 모든 과목을 공부해야 하는 부담만 늘린다.

지식을 바탕으로 한 사고력 측정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통합 교과의 의미와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논술형 평가가 실시되어야 한다. 당장 수능에서 어렵다면 내신 평가를 통해 논술을 하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방식이 타당하다.

물론 학교 현장 이야기를 들어보면 서술형 평가가 과거보다 많아졌다. 그러나 여전히 부족하다. 다양한 독서와 토론, 글쓰기와 관련된 활동 등이 입시로 인해 위축받고 있다. 학생 때부터 책 읽기 습관을 강화해야 한다.

사고력은 읽고, 쓰고, 생각하면서 깊어지고 안목이 생긴다. 남에 대한 배려와 이해, 관심은 문제풀이가 아닌 사고력에서 나온다. 공부를 잘 한다고 다 행복한 것은 아니다. 자신이 사랑받고 있다는 긍정의 힘은 사고력에서 나온다. 그러기 위해선 교육의 경쟁원리를 강화하는 교육의 재구조화로는 어렵다. 학생, 학부모의 교육선택권을 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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