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UN사무총장이 12월 5일 용인시청을 찾아 기후변화 위기 대응 방안에 관해 강연했다.

용인시는 이날 오후 2시 용인시청 에이스홀에서 ‘2023 제2회 탄소중립 명사 초청 특강’을 개최했다. 반 전 총장은 '글로벌 시대 기후변화 위기 대응과 지자체의 역할'을 주제로 청중 앞에 섰다.

반 전 총장은 대한민국 외교부 장관과 UN사무총장 임기를 마친 뒤 지난 2019년 대통령 직속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을 지냈다. 현재 '보다나은 미래를 위한 반기문재단'의 이사장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윤리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반 전 총장은 이날 강연에서 UN사무총장으로 일하던 당시 북극을 방문했던 것을 떠올리며 "지난 2000여년간 인류가 기후 문제를 방치해 극지방의 빙하가 녹고 있다"며 "이 때문에 태평양, 카리브해의 많은 국가들이 국토가 물에 잠기는 위기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지구온난화(global warming)'라는 말은 이제 '지구가열화(global boiling)'라는 말로 바뀌었다"며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가 우려하는 것처럼 이번 세기 지구 온도 상승을 1.5'C 이내로 막지 않으면 지구엔 그야말로 재앙이 찾아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과학계에 따르면 최악의 경우, 향후 100년 내로 6차 대멸종이 올 것이라고 말한다"고 했다.

반 전 총장은 우리 산업계도 기후변화 위기 대응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했다. 반 전 총장은 "포스코는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선언했고, 현대차는 2035년까지 모든 생산 차량을 전기차로 바꾸겠다고 발표했다"면서 "글로벌 산업 트렌드에 발맞추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연합(EU)은 지난 2월 2035년부터 신형 내연기관 승용차 판매를 금지하는 법안을 승인했다.

반 전 총장은 원자력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 전 총장은 "재생 에너지가 아무리 깨끗하더라도 원전(전기 1kW 생산에 탄소 1g 배출)만큼 깨끗하고 효율적이진 않다"면서 "현 정부 들어 원자로를 재가동했다는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반 전 총장은 "기아, 식량, 기후 문제 등을 해결하려면 젊은 세대와 다음 세대의 노력과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2019년 UN회의에 참석해 그레타 툰베리의 연설을 들은 것을 기억하며 "기후변화는 젊은 세대에게 시급한 문제"라며 "이에 대한 문제 의식을 갖고 있는 정치인을 뽑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곽재식 숭실사이버대 환경안전공학과 교수의 강연이 이어졌다. 곽 교수는 "기후변화에 대해 일부 반감을 갖는 사람들이 있다"면서도 "이는 우리가 당면한 현실이자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운을 뗐다. 이어 "지구 평균기온이 1.5도 상승하면 가뭄이 현재의 2.4배, 홍수는 1.5배, 태풍은 1.1배 증가할 것"이라며 "이럴 경우 사회 취약 계층은 더 큰 피해를 겪는다"고 말했다. 

이번 강연은 이상일 용인시장과 반기문 전 총장의 인연으로 이뤄졌다. 이 시장은 1995년 중앙일보 정치부 기자로 외교부에 출입하면서 당시 외교정책실장이던 반 전 총장과 인연을 맺었다. 이후 이 시장이 중앙일보 워싱턴 특파원으로 일하던 시기 당시 뉴욕에서 활동하던 반기문 UN사무총장과 교류해왔다.

이 시장은 "내년 탄소중립지원센터가 용인에 설치된다"면서 "시청 내 1회 용품 사용 줄이기 캠페인 등 기후변화 위기대응에 용인시도 발 벗고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글=김세윤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