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분기 합계출산율이 0.7명을 기록해 같은 분기 기준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가운데,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한국의 합계출산율이 흑사병 창궐로 인구가 급감했던 14세기 중세 유럽 시기보다 더 빠른 속도로 감소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로스 다우서트는 NYT 칼럼니스트는 2일(현지시간) '한국은 소멸하는가(Is South Korea Disappearing?)'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다우서트는 2009년부터 NYT에 고정 칼럼을 써오며 정치, 사회, 국제정세, 종교 등 다양한 분야에서 미국 보수 성향의 목소리를 대변해왔다. 

그는 "한국은 인구감소 문제에 있어 두드러진 사례연구 대상국"이라면서 최근 발표된 한국의 3분기 출산율 통계를 소개했다. 그러면서 "이 수준의 출산율을 유지하는 국가는 한 세대를 구성하는 200명이 다음 세대에 70명으로 줄어들게 된다"며 "이 같은 인구감소는 14세기 흑사병으로 인한 유럽의 인구감소를 능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흑사병에 의한 정확한 사망 통계는 없지만, 학계는 14세기 유럽을 휩쓴 흑사병으로 인구 10명 중 5∼6명이 사망한 지역이 적지 않다고 보고 있다.

다만, 다우서트는 이 같은 극단적 인구 감소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고 보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2067년 한국 인구가 3천500만명 밑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통계청 인구추계를 인용하며, 이런 전망만으로도 "한국 사회를 위기에 몰아넣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불가피한 노인 세대의 방치, 광활한 유령도시와 황폐화된 고층빌딩, 고령층 부양 부담에 미래가 보이지 않는 젊은 세대의 해외 이민이 나타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낮은 출산율이 국가 안보에도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우서트는 "합계출산율이 1.8명인 북한이 어느 시점엔 남침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다우서트는 한국이 낮은 저출산을 기록하게 된 과정도 분석했다. 그는 "학생들을 학원으로 몰아넣는 잔인한 입시경쟁 문화가 저출산의 원인으로 자주 거론된다"면서 "페미니스트와 반페미니스트의 극심한 대립 또한 남녀 갈등을 만들어, 결혼율을 최저 수준으로 떨어뜨렸다. 보수적인 사회 분위기로 혼외 출산율도 낮다"고 말했다. 또 "인터넷 게임 문화 등이 한국 젊은 남성을 이성보다 가상의 존재에 빠져들게 해 혼인율 하락으로 이어졌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다우서트는 "이런 현상은 미국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 더 뚜렷하게 나타나는 것"이라면서 "한국의 상황은 단순히 암울하고 놀라운 현상이 아닌, 미국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일에 대한 경고"라고 말했다.

글=김세윤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