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이후 직면한 위기 상황을 타개하려고, 국민의힘이 구성한 소위 '인요한 혁신위원회'가 당 지도부와 중진의 '험지 출마'를 권고했는데도,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25일, 자신의 지역구인 울산광역시 남구에서 의정보고회를 열었다. 그러면서 그는 "내 지역구가 울산이고, 내 고향도 울산이고, 지역구를 가는 데 왜 시비인가"라고 주장했다. 

그 누가 '김기현 고향'이 '울산'이 아니라고 한 일도 없고, '김기현 지역구'에 가지 말라고 한 적도 없는데도 김기현 대표는 돌연 자기 지역구에 가서 이렇게 큰소리를 쳤다. '인요한 혁신위'의 '험지 출마' 요구는 외면한 그가 갑자기 목소리를 높이는 모습을 보는 국민의힘 지지층은 무슨 생각을 할까.   

김기현 대표가 '대표직'에 있기는 하지만, 지금까지 국민의힘 지지층에게 '당 대표'로 인정받을 수 있는 실적을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대체 '김기현 체제' 들어서서 국민의힘은 어떤 변화를 했고, 국민을 위해 그 무슨 일을 했을까. 당이 총선을 앞두고 국민 선택을 받기 위해 '혁신' 또는 '혁신 쇼'를 해야 하는 마당에 당 대표란 인사부터 그저 20년 전부터 닦은 자기 지역구를 내놓지 못하는 듯한 모습을 연출하면, 그 누가 '기득권'을 내려놓을까. 

김기현 대표는 “든든한 안전 보장 하에 국제적 위상도 대한민국이 높아야 하고 그렇게 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울산이 중심축 역할을 하고 그게 (지역 주민이) 제게 준 역할이고 책임이라고 생각한다”고 하면서 “제게 주어진 (울산을) 변방에서 중심으로 올리는 사명에 더 열심히 충실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이 직면한 이런저런 위기 상황을 그 누구보다 잘 알 수밖에 없는 김기현 대표가 의정보고회에서 한 말을 보면, '정치인 김기현'은 집권여당의 대표가 아닌 '울산 남구 을' 지역만을 위한 국회의원에 불과한 게 아닌가 하고 오해할 이들이 적지 않을 수 있다. 

지난 국민의힘 전당대회 당시 당 대표 후보로 등록하면서 "혼신의 힘을 바쳐서, 선당후사 하면서, 내년 총선 승리를 이끌어 내겠다"고 밝힌 김기현 대표는 현재 '험지 출마' 요구를 외면하고, 심지어 반발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선당후사'라고 여기는 것일까. 

당 대표직도 마찬가지다. '김기현 체제'의 효용이 과연 무엇인지 찾기 어려운 마당인데도 김기현 대표는 총선 때까지 '김기현 체제'를 유지하려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이는 그야말로 '선당후사'와 거리가 먼 행태라고 할 수 있다.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국민에게 인기 없고, 존재감 없고, 대야 공세도 하지 못하고, 이렇다 할 정책도 내놓지 못하고, 당 지지율도 끌어올리지 못하는 '당 대표'가 그 직을 계속 고수해야 하는 이유는 대체 무엇일까. 개인적인 정치적 욕심 말고, 그 무슨 ▲대의 ▲명분 ▲전략 ▲심모원려가 있어서일까. 제삼자 또는 외부인 입장에서 관찰했을 때 특별한 이유를 찾기는 쉽지 않다.  

김기현 대표가 '국민의힘'의 얼굴로 뽑힌 날인 3월 8일부터 9일까지 한국갤럽이 전국 성인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당 지지율 조사 결과 당시 국민의힘 지지율은 38%, 더불어민주당의 경우에는 32%였다. 

한국갤럽 조사 결과를 기준으로 했을 때 '김기현 체제'가 들어선 이후 국민의힘 지지율은 지금까지 이보다 높은 일이 없었다. 전부 38%를 밑돌았다. 

현재 같은 업체의 11월 4주차 여론조사(21일~23일 전국 성인남며 1001명 대상)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힘 지지율은 33%다. 그와 달리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은 같은 기간 32%에서 35%로 올랐다. 즉, 김기현 대표가 '당 대표'가 된 다음 국민의힘 지지율은 5%P 하락했고,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은 3%P 상승했다. 

총선을 앞둔 해에 당을 맡았으면서도 당 지지율이 떨어지는 걸 막지 못한 것은 물론 경쟁 상대에 비해 뒤처지는 수준까지 이르게 된 상황을 고려하면, 국민의힘 지지층 사이에서는 '김기현 체제'에 대한 신뢰가 있을 수 없다. 

그런 상황에서도 김기현 대표는 대표직을 계속 고수하면서 '인요한 혁신위' 권고를 수용하지 않은 채 "내 지역구가 울산이고, 내 고향도 울산이고, 지역구를 가는 데 왜 시비인가"라고 외치고 있다. 

이게 바로 '4선 국회의원·전 광역단체장'을 지냈던 이의 '실체'인가. 지난 전당대회 당시 “2024년 총선 압승과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겠다”고 외쳤던 이의 '진의'인가. 정치권에 들어와서 20년 이상 지났는데도 인지도가 없고, 인기도 미미해, 처참한 지지율을 기록할 때 소위 '윤심'에 호소하던 이의 '본심'인가. 

김기현 대표는 전당대회 출마 선언 당시 “당 지지율 55%,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 60%을 통해 국민에게는 희망을, 당원에게는 긍지를 안겨드리고 100년을 지속할 수 있는 집권 여당의 초석을 반드시 만들겠다”고 한 그 '약속'이 실현 가능하다고 믿는 것인가. 거기에 수긍할 국민은커녕 '김기현 측근'은 과연 몇 명이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