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전국의 정쟁형 현수막을 철거하기로 결정했다.  이와 함께 그동안 정쟁을 야기했던 불필요한 요소들을 폐기 또는 통폐합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1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오늘 최고위에서 전국에 게첩돼 있는 일체의 정쟁형 현수막을 지금 이 시간부로 철거하기로 결정하고 사무총장을 통해 각 당협별로 지시를 내리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 정쟁형 요소가 있는 당 소속 TF를 정리하기로 했다"며 "통폐합, 폐기 등 확인 정리해 추후 발표하겠다"고 했다.

배경에 대해서는 "국민, 민생, 경청을 우리 당의 주요 개념으로 한다는 취지하에서 국민에게 불편을 주고 민생과 거리 없었던 대표적 두 가지 사항을 의결했다"고 했다.

그동안 정당 현수막은 상대방에 대한 비방은 물론 심각한 수위의 표현까지 등장하는 경우가 많아 시민들에게 불편함을 가져오곤 했다. 현수막 재정비에 대한 필요성은 자주 제기돼왔지만 현역 국회의원들이 적극적으로 법 개정에 나서지 않는다는 한계가 있었다. 

그러던 지난 6월 유정복 인천시장이 불법 정당현수막 강제철거에 나서면서 이슈가 됐다. 이어 7월 전국 17개 시·도지사가 모인 대한민국시도지사협회가 정당 현수막 관련 공동 결의문을 냈다. 주요 내용은 ▲정부가 옥외광고물법의 해당 조항이 대한민국 헌법에 위배됨을 인식하고 해당 조항을 폐지할 것 ▲해당 법 조항이 폐지되기 전까지 행정안전부가 시행령을 통해 정당현수막을 규제할 것 등이다. 

유정복 시장은 "현수막이  공명선거에 도움이 되거나 우리 정치문화를 발전시키는 발전적인 측면이 있으면 이해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느냐"며 "시민의 안전과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데다 정서적으로도 시민의 정신건강을 해치고, 정치 이기주의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월간조선> 9월호 유정복 시장 인터뷰 중 현수막 관련 대목을 다시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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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이기주의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주는 게 현수막”
 

 조용히 시정에 집중하는 것으로 보였던 유정복 시장이 최근 중앙정치권에서 크게 주목받는 일이 있었다. 인천시가 지난 6월 8일 정당현수막 게시를 규제하는 옥외광고물 조례를 공포하고 시행한 것이다. 시는 7월 12일부터 조례를 위반한 정당현수막 강제 철거에 나섰고 시민들은 깨끗해진 거리를 보며 속이 시원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지난 2월 인천에서는 한 대학생이 전동킥보드를 타고 가다 정당현수막에 목이 걸려 크게 다치는 사건이 있었다. 이후 유 시장이 조례(條例) 개정을 적극 추진했고, 국민의힘이 다수인 시의회에서 조례를 고쳤다. ▲정당현수막은 지정 게시대에만 게시 ▲현수막 개수는 국회의원 선거구별 4개 이하 ▲현수막에 혐오 및 비방 내용이 없을 것 등 3가지 조항이 신설됐다.
 
  ― 정당현수막 관련 조례 개정에 앞장선 계기나 이유가 있습니까.
 
  “그 질문을 받으면 저는 항상 반문(反問)합니다. ‘그렇게 무질서하고 혐오감을 자아내는 정치 현수막에 대해 긍정적으로 얘기하는 사람이 있을까요?’라고요.”
 
  ― 좋진 않지만 정치인들이 의견을 밝힐 수단도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정강·정책을 밝힐 필요도 있고요.
 
  “바로 그런 점에서 헌법정신과 가치에 어긋난다는 겁니다. 정치인은 의견을 그런 식으로 공해(公害)처럼 남들에게 강요해도 되고, 보통 사람은 안 되는 겁니까. 헌법상의 평등권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일입니다. 그리고 지금 정당현수막이 정강·정책을 소개하는 걸 봤습니까? 다 자기 홍보 아니면 상대방 비난이죠.”
 
  ― 현수막은 선거법의 영역 아닌가요.
 
  “일단 현수막이 국민에게 불편을 주고 있다는 사실은 자명해요. 현수막을 통해 국민의 생활이 나아지거나 공명선거에 도움이 되거나 우리 정치문화를 발전시키는 발전적인 측면이 있으면 이해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시민의 안전과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데다 정서적으로도 시민의 정신건강을 해칩니다. 정치 이기주의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주는 게 현수막입니다. 그런데 국회의원들이 스스로 현수막을 자제하고 금지하는 법을 만들겠습니까? 어림도 없지요. 시행령을 만들라고 요구해도 안 합니다. 그래서 조례라도 만들어야 한다고 나선 겁니다. 인천시가 만들고 나니 전국 17개 시·도지사들이 전부 다 지지하고 결의를 했어요. 궁극적으로는 (현수막 관련) 법 조항이 폐지돼야 합니다.”
 
  ― 다른 시·도도 동참한다면서요.
 
  “지난 7월 27일 전국 17개 시·도지사가 모인 대한민국시도지사협회가 공동 결의문을 냈습니다. 주요 내용은 ▲정부가 옥외광고물법의 해당 조항이 대한민국 헌법에 위배됨을 인식하고 해당 조항을 폐지할 것 ▲해당 법 조항이 폐지되기 전까지 행정안전부가 시행령을 통해 정당현수막을 규제할 것 등입니다. 여야를 떠나 모든 단체장이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다는 겁니다.”

― 해당 조례가 상위법인 선거법 위반이 아니냐며 법적으로도 논란 중이던데요.

 “행정안전부가 인천시의회를 상대로 조례안 의결 무효확인 소송과 집행정지를 대법원에 신청했습니다. 정치권 눈치를 봐야 하는 행안부로서는 부담이 됐겠지만 정치권에만 특권을 주는 현행 법은 헌법 평등권에 위배되는 겁니다. 시는 가장 상위법인 헌법을 통해 당위성을 밝힐 계획입니다.”

 
  ― 헌법소원을 하겠다는 건가요.
 
  “법적 검토 중입니다. 조만간 헌법소원에 나설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