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 참고인 갑질 논란, 이병태 교수 "제가 의원님 자식인가?" : 월간조선

지난 18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 국정감사에서 신보라 자유한국당 의원의 요청에 의해 참고인으로 나온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학과 교수와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의원 간에 설전이 벌어졌다.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의원은 이 교수가 '최저임금'과 관련해 자신들과 다른 견해를 발표하자 언성을 높이며 질타했다. 일각에서는 국회의원들이 참고인을 불러놓고 갑질을 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이 교수는 이날 "이렇게 급격하고 과격하게 최저임금을 인상하는 나라는 유례가 없다"며 "자영업자나 영세업자의 준비기간도 없이 획일적으로 인상해선 안 된다. 우리 사회가 감당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생산성 없이 임금을 많이 올리면 결국 일자리를 줄이는 쪽으로 가게 될 것"이라며 "가난한 자영업자 사장의 돈을 빼앗아 저희 집(같은 가정의) 자녀들에게 넣어주는 꼴이 된다. 매우 비효율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서형수 민주당 의원은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선 논란이 있는데 왜 한쪽 의견만 일방적으로 주장하느냐"고 비판했다.
정의당 이정미 의원은 "교수님이 자녀에게 용돈을 얼마나 주시는지 모르겠지만, 우리나라 가계의 임금 표를 보라"고 질타했다.
신창현 민주당 의원은 이 교수의 발언 태도를 문제 삼으며 "감정적인 표현과 모욕적인 단어를 사용했다"고 했다. 이 교수가 "저는 (의원님을) 모욕한 적이 없다"고 말하자 그는 웃으며 "저의 웃음은 조소의 웃음이 아니다. 교수님의 그런 태도가 오히려 진정성을 훼손할까 걱정된다"고 맞섰다.

이 교수는 "최저임금을 반대하는 것도 아니고 자영업자나 영세업자가 준비할 기간도 없이 획일적으로 (인상)한 것에 대해 문제점을 말했다"며 "의견이 다른 것 때문에 왜 모욕감을 느끼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의견이 다른 것에 모욕감을 느끼지 않습니다. 그런데 (의원님은) 얼마나 소리를 치셨습니까"라고 되물었다.

이 교수는 "제가 내일모레면 60이다. 여기 계신 의원님들에게서 태도, 표정을 코치받을 나이인가. 제가 의원님 자식인가"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에 신 의원은 이 교수가 모욕성 발언을 했는지 속기록을 확인해 보자며 20분간 대기할 것을 요청했지만 이 교수는 그럴 의사 없다며 거절했다.

신보라 의원은 "최저임금과 관련한 전문가 시각을 듣고자 참고인을 요청했다"며 "논쟁과 토론이 있을 수 있지만 싸우는 자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간사 임이자 의원도 "국정감사에서 참고인을 부르는 이유는 참고인의 의견을 청취하기 위한 것"이라며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는 의원들이 참고인의 의견 제시를 문제 삼으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공방이 길어지자 홍영표 환노위원장은 "여기서 논쟁을 하는 것은 참고인을 부른 취지와 맞지 않다. 귀가하셔도 좋다"며 "기회가 되면 상임위 차원에서 진지한 토론을 할 테니 꼭 참석해 달라"며 중재에 나섰고 논쟁이 마무리되는 듯했다.

지난 18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발언하는 한정애 민주당 의원. 사진=동영상 캡처

홍 위원장의 중재 발언 직후 민주당 간사인 한정애 의원이 발언을 이어가면서 논쟁이 다시 이어졌다. 한 의원은 이 교수의 언론 기고문을 언급하며 "관련법에 대한 지식 없이 파리바게뜨 제빵기사 파견 문제와 관련해 사측의 입장에서 글을 썼다"고 비판했다. 이 교수가 반론하려고 하자 한 의원은 밖으로 나가라고 손사래를 치며 발언을 이어갔다.

이 교수는 "그야말로 모욕적인 발언"이라며 "어떻게 제가 파견법을 모른다고 이야기하나. 개인에 대한 공격을 하는 것"이라며 맞섰다.
하태경 바른정당 의원은 한 의원을 향해 "왜 참고인을 이기려 하냐. 사상검증하듯"이라 말했고 임이자 한국당 의원은 "다름을 인정하세요"라고 외쳤다.

이 교수는 국감 이후인 20일 신창현 의원에게 속기록을 확인했으면 누가 사과해야 하는지 판단해 보라며 물었지만 신 의원 측에서는 3일이 지난 현재까지 어떠한 반응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 의원이 앞서 17일 페이스북에 《경인일보》 '2017 국감인물'로 선정됐다고 올린 글에는 참고인에 대한 갑질 논란을 비판하는 댓글이 달리고 있다. 신 의원은 일부 비판글을 삭제했을 뿐 입장 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

글=김성훈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