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의과대학 정원의 확대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정치적 이유보다는 현실적 필요성이 크게 배경으로 작용한다. 소아청소년·산부인과·외과·흉부외과 등 비인기 분야 기피로 필수의료 붕괴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국책연구기관 등은 고령화로 인해 의료 수요에 비해 의사 수가 크게 부족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그러나 공공의료 인력 확보를 위해 일부 지방대와 지역사회, 정치권 등이 이른바 공공의대, 공공의전원 설립을 요구한 것과 완전히 다른 방식이다.

◇ 어떻게 늘어나나

정부가 2025학년도부터 의대 입학 정원을 현재 3058명에서 300∼1000명 이상 확대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구체적으로는 2025학년도에 1000명을 추가 선발한 뒤 윤석열 정부 임기 마지막 해인 2028학년도까지 해마다 정원을 늘리는 방식인 것으로 알려졌다.

동아일보의 16일 보도에 따르면 의대 정원은 비(非)서울의 입학 정원이 적은 의대에 우선 배정하는 방안이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6년 이래 동결(3058명)되어 온 의과대학 정원을 확대·조정하여 지역 간 의사인력의 불균형을 해소하고, 감염병 대응 및 바이오헬스 분야 등의 발전을 위해 특수 전문분야 및 의과학자 인력을 양성하는 것이 목적이다.

국내 의대 40곳 가운데 17곳은 정원이 50명이 채 되지 않는다. 특히 인천과 충북, 경북 지역은 모든 의대가 정원 50명 미만이다.

여기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 과제인 ‘의사과학자 양성’을 목표로 KAIST나 포스텍 등에 예외적으로 의학전문대학원 신설을 허용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자료 출처=<지역 공공의료 인력확충 및 국립 의과대학 신설을 위한 국회포럼> 자료집

◇ 왜 기존 의대 정원 확대를 택했을까

정부는 기존 대학에 공공의대 성격의 의대 설립을 추진했지만 의사 부족을 겪고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소규모 의대의 정원을 늘리는 방향으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의대를 신설하면 교육 환경을 마련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판단이다. 관련 의료시설(병원과 응급체계)을 짓고 기자재를 들여오는데 걸리는 비용과 시간, 의료 인력(교수, 간호사 채용) 등 단시간에 의대 체계를 갖추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또 10년 후로 예견된 의사 부족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현실적 이유도 작용한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2025학년도 정원을 3058명에서 3570명으로 512명 늘리고 일정기간 정원 확대를 유지하는 방침을 지난 5월 마련한 바 있다.

자료 출처=<지역 공공의료 인력확충 및 국립 의과대학 신설을 위한 국회포럼> 자료집

◇ 지방 공공의대 신설 주장 이유는

국립목포대 송하철 총장이 지난 7월 14일 국회 <국립 의과대학 신설을 위한 국회포럼>에서 “기존 의대의 정원 확대만으로는 지역 의료 인력 및 인프라 부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밝힌 상태다.

지방 국립의대 신설에 동참하는 국립대는 목포대, 순천대, 안동대, 창원대, 공주대 등 5개 대학이다. 모두가 절실한 이유를 주장한다.

순천대 이병운 총장은 “전남의 응급 의료 분야 취약지역은 17곳으로 전국 최다이며 중증응급환자 유출률 48.9%, 중증외상 환자 전원율 49.7%로 전국 평균의 2배를 웃돌고 있다”며 “전남도내 유인 도서 271곳 중 의사가 없는 도서가 59%”라고 주장했다.

안동대 정태주 총장은 “경북의 의료자원 인프라가 전국 최하위 수준으로 공공의료 인력 양성과 공공병원 활성화가 절실한 상황”이라며 “지역 간 건강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첫 단추가 지역의 필수 의료인 양성을 위한 국립의대 설립”이라고 강조했다.

창원대 이호영 총장은 “2020년 전국 의사 수는 9만9492명인데 이중 경남은 5.2%(5216명)에 불과하고 인구 10만명 당 기준 의사수는 193.8명이나 경남은 156.5명에 그치고 있다”며 그러나 “2021년말 기준 경남의 의대정원은 76명(경상국립대)으로 전국 의대 정원(3058명)의 2.5% 수준이고 인구 1만명 당 의대정원은 경남이 0.23명으로 전국 0.59명보다 크게 적다”고 주장했다.

공주대 임경호 총장은 “2012년 의대유치를 위한 200만 충남도민 서명운동을 시작으로 2020년 의대설립을 위한 추진위를 구성하고 있다”며 “2020년 지역별 전체 의료 서비스 중 공공의료기관이 제공하는 서비스 비중에서 충남은 하위권이다. 충남의 열악한 의료환경 개선과 인프라 확충이 필요하다”고 했다.

◇ 향후 입시는?

국회에 제출한 최근 자료에 따르면 4년(2020~2023년)간 전국 의대 정시의 최초 합격자 10명 중 8명은 재수생 등 ‘N수생’이었다. 구체적으로는 4년간 의대 정시 최초 합격자 5144명 가운데 대입을 두 번 이상 치른 N수생은 3984명(77.5%)이었고, 고3 재학생은 1096명(21.3%)이었다.

의대 정원이 확대되면 수험생의 ‘의대 몰빵’ 현상은 더 거세질 수 있다. 현재 지방의대까지 서울대 자연대나 공대 합격선을 넘어설 정도로 최상위 학생들의 의대 쏠림 현상은 심각한 상황이다.

그런데 정원 확대로 문턱이 낮아지면 최상위권 학생보다 약간 아래 성적분포 학생들의 지원도 많아질 수 있다. 무엇보다 기존 대학생과 대학원생, 대학 졸업생까지 도전할 개연성도 있다.

그럴 경우 반도체학과나 컴퓨터공학과, AI학과 등 첨단학과 등 다른 이공계 학과들의 합격선은 내려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물론 중상위권 학생들이 오히려 첨단학과로 소신 지원해 반사이익을 얻을 수도 있다. 이럴 경우 입시과열로 사교육비가 증가할 수도 있다. 교육 당국의 후속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