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눈앞의 달콤함을 참는 건 말이나 쉽지 정말 어려운 일이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2관왕의 ‘배드민턴 여제’ 안세영이 인스타그램에 올린 장문의 글을 보고 눈을 의심했다. 21세 소녀가 이런 생각을 품었다는 데 경의를 넘어 존경심까지 들었다. 

안세영은 “이번 대회를 잘 마치고 돌아오면서 정말 많은 방송 출연·인터뷰·광고 등이 들어왔다. 너무 감사할 뿐”이라면서도 “메달 하나로 특별한 연예인이 된 것도 아니고 오늘 하루 잘 이겨나가면서 묵묵히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수많은 선수와 같은 ‘선수 안세영’”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제가 건방질 수도 있다고 생각하실 수 있지만 저는 앞으로 도달해야 할 목표가 있으니 묵묵히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가려고 한다”며 각종 방송과 광고 출연 제의도 모두 고사했다. 

아시안게임 여자 단식 결승전 경기 도중 오른 무릎 주위의 힘줄이 찢어진 상태에서도 금메달을 딴 안세영이 방송이나 광고에 출연했다면 정말 큰돈을 벌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당장 파리올림픽 금메달, 더 나아가 ‘셔틀콕의 여왕’자리를 위해 눈앞의 달콤함을 포기했다. 

정치권으로 눈을 돌려보자면 국민의힘은 난리가 났다. 보궐선거에서 완패했기 때문이다. 완패도 완패인데 국민의힘 주변에선 절박함이나 긴장감을 찾을 수 없었다. 그나마 이철규 사무총장이 총대를 메면서 임명직 당직자가 ‘총사퇴’를 했지만,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해 민심을 얻으려면 아직 멀었다는 지적이다. 

쇄신 기구를 만들 가능성이 큰데, 효과는 극히 미미할 것이다.  국민은 진정성을 원한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21세 소녀 안세영을 본받았으면 한다. 당에는 나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눈앞에 달콤함만을 쫓는 국회의원이 너무 많다. 텃밭(TK)에서 당선한 젊은 의원 중 누구도 수도권에 도전하겠다는 뜻을 밝힌 이가 없다.  전무한 것은 중진들의 불출마 선언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3선의 하태경 의원이 수도권 출마라는 어려운 결정을 했음에도 이를 헐뜯는 정치인도 있다. 

안세영이 ‘갓’세영으로 불리는 이유는 세계랭킹 1위에 걸맞은 실력도 있지만 당장 눈앞의 자기 이익에만 몰두하는 이기주의를 버렸기 때문이다. 

젊은 정치인들에게는 험지에 출마하는 용기가, 중진 정치인에게는 자신의 따뜻한 안방을 떠날 수 있는 결단력이 절실하다. 그래야 국민이 마음을 열 것이고, 탄핵을 밥 먹듯이 하는 민주당의 독주를 막을 수 있을 것이다. 

글=최우석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