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아이돌그룹 슈퍼주니어 멤버 겸 배우 최시원 가족 측이 지난 10월 3일 숨진 한일관 대표 김모씨의 유족 측에 사과문을 전했다. 김모씨는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 위치한 자신의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이웃인 최시원 가족이 기르는 애완견에게 물려 사흘 만에 패혈증으로 숨졌다. 20일부터 관련 사건이 여러 언론을 통해 보도되자 다음날인 오늘 견주(犬主)인 최시원과 최시원의 아버지 측이 소셜미디어 계정에 사과문을 올려 사죄의 뜻을 표한 것이다. 
  
최근 애완견(반려견) 관련 사건사고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10일 대구에서 산책을 나온 사냥개가 행인을 공격해 상처를 입혔다. 지난달에는 전북 고창군에서 산책 중인 40대 부부에게 대형견 4마리가 달려들었다. 6월에는 서울 도봉구 창동의 어느 대로변에서 맹견 2마리가 시민 3명을 덮쳤고 같은 달 한 어린이가 길에서 맞닥뜨린 대형견에게 팔과 다리를 물려 중상을 입기도 했다.

타인이나 행인이 아닌 주인(主人)이 해를 입는 경우도 있었다. 지난 10월 6일 경기도 시흥시 아파트에서 1살배기 유아가 진돗개에게 목 부위를 물려 숨졌다. 7월에는 70대 할머니가 자신이 기르던 풍산개에게 물려 숨졌다.

한국인은 주로 어떤 개를 기르나

최근 농협경제연구소 조사결과에 의하면 국내 반려견을 키우는 인구는 약 1000만 명에 달한다고 한다. 애견 전문가들에 따르면 반려견 숫자의 경우 약 400만 마리 정도다. 물론 최근 농림축산식품부 조사결과에 따르면 작년까지 등록된 반려견은 약 107만 1000마리 정도다. 그렇지만 가구마다 동물등록제에 의한 반려견 등록을 하지 않는 경우도 있어 정확한 숫자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견주와 애완견의 숫자가 많은 만큼 관련 분쟁과 피해 사건도 상당하다. 특히 개에 의한 '물림 사고'는 매년 1000건 이상 발생했다. 한국소비자원 위해정보국에 접수된 '개 물림' 사건사고 통계를 보면 2011년의 경우 245건에 불과했으나 그 수가 매년 증가해 2015년에는 1488건, 지난해에는 1019건이 접수됐다. 올해 역시 8월 기준 1046건의 사고가 발생했다. 이 밖에도 개 짖는 소리, 목줄 및 입마개 착용 관련 등으로 애견 관련 분쟁의 종류는 점차 다양화되는 추세다.

7월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전국에 거주하는 15세 이상 남녀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7 반려동물 양육실태 조사' 결과에 의하면 국내에서 반려동물을 기르는 가구는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30.9%로 추정됐다. 더해 '현재는 아니지만 과거에 반려동물을 길러본 경험이 있는 경우'도 33.6%에 이르렀다.

반려동물의 종류는 개가 82.5％로 압도적인 1위였다. 고양이가 16.6％로 뒤를 이었다. 많이 기르는 개의 품종은 1위가 몰티즈(31.4%), 2위가 푸들(18.1%), 3위가 시추(10.6%) 순이었다.

이번 '한일관' 대표 사망사건을 일으킨 개의 품종은 '프렌치불도그'다. 프렌치불도그는 보통 몸길이 70㎝, 몸무게 8~13kg 정도의 견종으로 대형견은 아니다. 기존에는 투견(鬪犬)이었지만 소형화되는 과정에서 성격 또한 온순하게 개량됐다. 소형화돼 훈련시키기는 쉽지만 아직까지 남아 있는 야성(野性)과 본능(本能)이 강한 견종으로 알려졌다. 최시원 외에도 연예인 중 방송인 이경규, 가수 스윙스, 최시원과 같은 슈퍼주니어 멤버 강인 등이 프렌치불도그를 기른다고 전해진다.

사단법인 한국애견협회 애견정보에 따르면 프렌치불도그는 '귀가 둥근 개' 또는 '박쥐 귀를 가진 개'라고 불린다. 원산지는 프랑스, 크기는 중형이다. 두터운 뼈대에 매끈한 짧은 털, 작고 쫑긋하게 선 귀를 가진 외모가 특징이다. 성격의 경우 영리한 활력을 지녔으며 궁금증이 많다. 적응력이 강하고 비교적 친밀하나 기민(機敏)한 본능이 강하기도 하다.

세균염증 암살자 '패혈증(敗血症)'

3일 사망한 한일관 대표 김모씨는 해당 개에게 물려 패혈증(敗血症)에 의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패혈증이란 말 그대로 '피(血)가 썩는(敗)다'는 뜻이다. 특정 균이나 세균이 우리 몸에 들어와 염증을 만들고, 그 염증반응이 혈액을 타고 전신에 퍼지는 병이다. 고열을 앓고 관절이 아픈 것이 초기증상의 특징이다. 피를 타고 균이 퍼지기 때문에 악화가 빠르고 치사율이 높다. 2014년 가수 신해철 또한 장 협착 수술 후 패혈증으로 사망했다.

서울대학교병원 의학정보에 따르면, 패혈증을 앓게 되면 심한 발열, 빠른 맥박, 호흡수 증가, 백혈구 수 증가가 일어난다. 극심한 경우 구역, 구토, 설사, 장 마비, 소화기 출혈도 동반한다. 전신에 걸쳐 염증이 일어나 신체 장기 기능에 장애(障碍)가 온다. 쇼크가 동반되는 경우도 있다. 원인은 미생물에 의한 감염이다. 전신(全身)이 감염 부위가 될 수 있다. 적절한 치료가 동반되지 않는 경우 패혈증 발병 후 짧은 시간 내 사망할 수도 있다.

2011년 7월 14일 자 MBC 뉴스 보도에서 문현종 외상외과 전문의는 "(개에게) 깊이 물린 경우에는 개 이에 있는 독성물질하고 균 때문에 봉와직염이 심해져서 패혈증까지 발전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달 대구 파동의 공원에서 산책 중 셰퍼드에게 물린 80대 노인 역시 패혈증 증세로 입원했다.

이처럼 개에 물려 다치는 사고가 계속되자 7월 농림축산식품부는 "맹견 지정 대상을 확대하고, 상해·사망 사고의 경우 주인을 처벌하겠다"며 "맹견은 복종훈련, 안락사 등 조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법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맹견의 범위다. 이번 사건을 일으킨 해당 견종은 비교적 위압적인 대형견이 아니었음에도 숨진 김씨에게 달려들 정도로 때에 따라 사나워졌다. 맹견의 기준이 결코 크기나 외양의 문제로만 가늠되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현행 동물보호법 시행규칙 별표3에 따르면 맹견의 종류는 다음과 같다.

①도사견과 그 잡종의 개
②아메리칸 핏불 테리어와 그 잡종의 개
③아메리칸 스태퍼드셔 테리어와 그 잡종의 개
④스태퍼드셔 불 테리어와 그 잡종의 개
⑤로트와일러와 그 잡종의 개
⑥그 밖에 사람을 공격하여 상해를 입힐 가능성이 높은 개

사람들은 주로 6번의 기준이 모호하다고 한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어떤 크기와 성격의 개가 주인과 타인에게 위협적으로 돌변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맹견 범위를 확대하는 동물보호법 개정안 발의가 이어졌고 현재 4건이 국회 소관위에서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강형욱 애견 전문가 "반려견에게 물 수 있게 하는 건 방임(放任)"

일각에서는 어느 개와 강아지가 맹견이고 아니고를 떠나서, 애당초 반려견에 대한 견주의 엄격한 훈련과 통제가 있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한다. 관건은 목줄과 입마개다. 이번 한일관 대표 사망사건에서도 해당 견종에게 목줄이 채워져 있지 않아 사달이 났다.

장제원 자유한국당 국회의원, 이태규·주승용·황주홍 국민의당 국회의원, 주호영 바른정당 국회의원 등은 맹견을 동반한 외출 시 반드시 '목줄' 외 '입마개'를 착용하도록 하는 내용이 첨가된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통령'이라 불릴 만큼 유명 애견 전문가인 강형욱씨는 16일 보듬컴퍼니 블로그에서 "모든 반려견에게 입마개 적응 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씨는 "위협적인 반려견에게 입마개를 채우는 것은 학대가 아니라 사고를 예방해 참교육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라며 "물고 싶어 하는 반려견에게 물 수 있게 하는 것은 교육도 친절도 아닌 방임이며, 누구도 물려서는 안 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현행 동물보호법은 맹견을 동반하고 외출할 때 목줄과 입마개 등 안전조치를 해야 한다고 다음과 같이 규정한다.

※동물보호법 시행규칙

제12조(안전조치)

① 법 제13조제2항에 따라 등록대상동물을 동반하고 외출할 때에 등록대상동물에게 사용하여야 하는 목줄은 다른 사람에게 위해(危害)나 혐오감을 주지 아니하는 범위의 길이를 유지하여야 한다.

② 소유자 등이 별표 3에 따른 맹견(猛犬)을 동반하고 외출할 때에는 제1항에 따른 목줄 외에 입마개를 하여야 한다. 다만, 월령이 3개월 미만인 맹견은 입마개를 하지 아니할 수 있다.
 
위 내용처럼 공공장소에서 목줄이나 입마개를 하지 않은 맹견 주인에게는 5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그러나 제대로 된 단속이 없어 유명무실한 상태다.

외국은 어떨까. 1991년 영국은 맹견 사육 제한 및 관리 지침을 다룬 '위험한 개법'(맹견법)을 세웠다. 해당 법에 따르면 도사견, 핏불 테리어, 도고 아르헨티노 등의 맹견은 '특별 통제견'으로 분류된다. 해당 견종을 기르려면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나아가 개가 사람을 물어 사망하게 하면 해당 견주는 최대 징역 14년까지 선고받을 수 있다.

영국과 마찬가지로 미국의 법령 또한 우리나라에 비해 엄격한 편이다. 목줄을 하지 않은 개가 타인에게 피해를 입힐 경우, 해당 견주는 1000달러(약 113만 원)의 벌금형 혹은 6개월 이하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

외국처럼 우리나라도 법적인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21일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앞서 영국의 맹견법은 1991년 세계 최초로 핏불 테리어 등 맹견 4종의 사육, 번식, 판매를 규제했다. 해당 견주에게 보험 가입, 중성화 수술, 마이크로칩 삽입 등을 의무화하기도 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외출할 때 목줄과 입마개를 채우는 것이 전부다.

'목줄과 입마개' 애완견 관리의 원칙

물론 목줄과 입마개를 해야 한다는 해당 규정만 지켜져도 치명적인 피해는 줄어들 수 있다. 그러나 그마저도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적발 시 과태료 처분을 받는 경우 자체가 많지 않으며, 설령 과태료 처분을 받는다 해도 목줄은 5만 원, 입마개는 10만 원이다. 실효성 문제가 제기될 법하다.

해당 보도에 따르면 안전규정을 지키지 않아 사람이 다쳐도 견주는 대부분 과실치상(과실로 사람의 신체를 상하게 함) 혐의가 적용돼 500만 원 이하의 벌금 정도에 그칠 따름이다. 현실적으로 피해자가 견주에게 위자료, 치료비 등을 받아내기도 어려운 형편이다.

비록 외국에 비해 비교적 약하고 부족한 법령일지언정, 그럼에도 큰 피해와 불상사를 막기 위해서는 명문화(明文化)된 애견의 원칙이 지켜져야 할 것이다. 지난 10월 16일 자 《충남일보》 지면에서 김병순 천안동남경찰서 문성파출소 순경은 '천사 같은 반려견, 남한테도 그럴까요'라는 제목의 칼럼을 기고했다.

해당 칼럼에서 김 순경은 "얼마 전 우리 관내에서도 문 앞에 묶여 있던 큰 개가 짖어 무섭다며 서로 시비가 되어 출동한 적이 있을 만큼 반려견 문제는 더 이상 간과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보호자들의 반려견 교육과 관리만이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며 "반려견과 함께 산책을 나갈 경우 반드시 목줄을 하도록 하고 대형견의 경우 입마개까지 하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 순경은 "앞으로 반려견뿐만 아니라 고양이나 다른 동물 등 반려동물을 기르는 가정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며 "적절한 관리와 함께 타인에 대한 배려가 수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신승민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