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소연 변호사 “청년정치 청산 없으면 21대 총선 재현될 것” : 월간조선

경험 없는 이들이 ‘완장’만 찼다. 뭘 해야 하는지 모르고, 하겠다는 것도 없고, ‘꼼수’만 배웠다. 지난 8월 21일 서울 종로에서 열린 ‘굿바이 청년정치’ 대담 자리에서 만난 김소연 변호사는 “이런 청년정치의 실패는 당연한 수순이었다”고 했다. 전여옥 전 의원, 오세라비 작가와 함께한 이날 대담에서 이들은 ‘이준석’으로 대표되는 작금의 청년정치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김 변호사는 ‘청년정치 실패 이유’에 대해 “알맹이와 콘텐츠, 그러니까 ‘무엇을 해야 할지’가 없기 때문”이라면서 “애초에 ‘가성비 좋은 청년들’이 늦어도 40대 초반 배지를 달 수 있겠다는 꿈으로 구축한 게 지금의 청년정치이므로, 실패는 당연했다”고 했다. 그는 이어 “청년정치인이라 해도 노인 정책을 살펴야 한다”면서 “청년정치 혹은 여성정치라는 용어로 이들을 가둬서는 안 된다”고도 말했다.

이날 김 변호사는 “이준석 전 대표가 당대의 청년정치 모델로 자리 잡았기 때문에 그를 언급할 수밖에 없다”며 일종의 비화를 들려주기도 했다.

“지난 3월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과 미팅을 한 일이 있다. 김 위원장에 따르면 이준석 전 대표가 작년 6월 우크라이나에 다녀온 직후 김 위원장에게 연락을 해 와 만나자고 했단다. 김 위원장이 거절하자, 직접 찾아와서 ‘윤석열 대통령은 정치초보라 아무것도 모른다. 이대로 가면 2년 뒤 총선은 망한다. 만일 김 위원장이 기수가 돼 주시면 전권을 드리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래서 내가 김 위원장께 ‘뭐라고 답했느냐’고 하자 ‘못 알아들은 척 했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겉으로는 청년 보수, 따뜻한 보수, 새로운 보수를 주창하면서 뒤에서는 ‘전권을 주겠다’며 오만함을 부린 것”이라면서 “이게 ‘이준석식 청년정치’의 실체”라고 했다.

“비단 이준석뿐 만이 아니다. 몇몇 ‘이준석 키즈’들은 물론, 이른바 ‘여의도판 청년정치 호소인’들은 대부분 그렇다. 무언가 꾸미고, 조작하고, 선거를 기획하며 마치 장기판서 훈수 두는 것처럼 어른들 위에 군림하려는 건 이준석 부류의 청년정치인들만의 행태는 아니다. 그런데 기성 정치인 중 이런 문제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잘 없더라. 오직 표 계산 하기 바빴다. 기성 정치인들이 청년 표를 의식하고 이들을 앞세우는 걸 지켜보며 ‘이러다 망한다, 막아야 한다’는 일념 하에 청년정치를 적극적으로 비판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총선 앞두고 정치판에서는 또 다시 청년정치인 앞세우기에 시동을 걸고 있다.”

‘국민의힘에서 청년정치 개혁이 가능하겠느냐’라는 질문에 김 변호사는 “국민의힘에서 가능성을 보기보다, 현 정부에 거는 기대가 크다. 나는 이 정부를 무한 지지한다”면서 “예컨대 49년생인 한덕수 국무총리를 두고 그 누구도 ‘노회한 정치인’이라고 하지 않는다. 나이를 떠나 적재적소에 필요한 유능한 인재를 국가에서 잘 쓰이게 하는 게 이 정부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현 정부 인사에 ‘편중 인사’ 혹은 ‘이명박, 박근혜 정부로의 회귀’라는 지적이 많은데 대해서 그는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수많은 인사들 중 안정적인 운영으로 유능함이 검증된 인사들을 추려 기용했을 뿐”이라면서 “사실 국회의원도 그렇게 뽑았으면 좋겠는데, (선출직이다 보니) 그게 안 된다. 이 상황에서 최소한 청년정치의 병폐만은 미리 방어해야 대통령의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도울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보수의 가치를 지키는 나라’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온전한 개인으로서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고, 능력에 대한 정당한 평가가 뒤따르고, 이를 안정적으로 보장해주는 나라, 동시에 선천적인 장애 등 어려운 계층에 대한 분배나 배려가 기본적으로 깔려 있는 나라’라고 하고 싶다”면서 “그간 이런 원초적인 것들이 다 무너져 왔는데, 현 정부 들어 이를 세세히 챙기고 있다. 변호사로서 현장에서 일하며 정부가 분배, 복지 정책 등 미처 살피지 못한 아주 지엽적인 문제들까지 조용히 살피고 있음을 많이 느낀다”고 했다.

“예를 들면 최근 영아 유기 사건들이 화제였다. 이전까지는 ‘친모가 아이를 죽이고 유기했다’며 시사 프로그램에서 나오고, 그 친모에 대한 공분이 일어나고 끝나기 마련이었다. 그러나 이는 오랜 사회 병폐고, 가정이 무너지는 현상 중 하나다. 이번 정권 들어 영아 유기에 대해 처음으로 전반적인 전수조사를 실시했다. 그동안 유기된 아이들 중 출생 신고가 안 된 아이들을 모두 찾아냈고, 아동학대에 대한 모범적 예방 효과도 누렸다. 역대 정부에서는 하지 않았던 일들이다. 법무부에서는 또 각종 정신질환 사례들에 대해서도 형사 정책적으로 꾸준히 들여다보고 있다. 법조인으로서 그간 ‘이걸 왜 해결하지 않지’라고 생각했던 일들이 차차 풀리고 있다. 그런 사례가 되게 많다. ‘실시간으로 일을 한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현 정부에 ‘협치가 사라졌다’는 지적이 나오는데 대해서는 “협치는 정상적이고 합법적인 틀 안에서 가능한 것”이라면서 “협치를 핑계로 당연히 처벌 받아야 할 야당 관계자의 범죄를 봐주는 건 국민에 대한 배신이며, 법 앞에서 평등하게 단죄하는 것이 사회 안정성, 사회 예측 가능성면에서도 필요한 일”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김 변호사는 내년 총선을 이렇게 내다봤다.

“오는 가을 무렵 ‘제 3지대 신당’이 몇 개 더 생길 거라 예상한다. 언론 등에서는 ‘보수의 분열’이라고 보도할 것이고, ‘청년정치 호소인’들은 그 분열 사태를 이용해 ‘큰일났다’면서 위기감을 고조시킬 거라 본다. 총선 한 달 전 쯤 돼서 당 지도부는 다 같이 끌어안고 사진을 찍으며 ‘극적인 보수 대통합’이라고 하지 않을까. 만일 이렇게 되면 2020년의 반복이 되는 셈이다. 이런 뻔한 시나리오를 어떻게든 막기 위해서는 단호하고 강한 리더십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