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회에서는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아 뜻깊은 세미나가 열렸다. 한미 간 동맹 강화를 넘어 한국산 경전투기 FA-50의 미국 진출을 통해 방산협력 확대를 위한 대책과 전략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방위동맹에서 가치동맹으로 발전하고 있는 지금, 미국의 도움을 받던 나라에서 진정한 협력 국가로의 진화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해졌다. 

“미국이 도운 대한민국, 미국에 힘 보낼 나라됐다”

지난 7월 18일 국회의원회관 제2 소회의실에서 ‘한미동맹 70주년 동맹 강화를 위한 방산 협력 확대 전략 세미나’가 열렸다. KAI(한국항공우주산업)의 경전투기 FA-50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해 힘을 모으는 자리였다. 세미나를 주최한 한기호 국회 국방위원장은 “한미동맹은 지난 70년 동안 깊은 신뢰를 바탕으로 자유와 번영을 위한 결연한 동반자로 발전했다”며 “미군의 도움으로 전쟁을 치른 국가에서 이제는 역으로 미국에게 힘을 보탤 수 있는 대한민국이 됐다. 세미나를 통해 한국이 미국과 더욱 공고히 무기체계를 공유할 수 있는 마중물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세미나에는 정부 기관과 군 관계자는 물론 학계, 산업계 등 한·미 방산 협력 핵심 인사들이 직접 발표에 참여했다. 세미나의 포문을 연 산업연구원은 FA-50 미국 시장 진출에 대한 산업 파급효과를 발표하고, 수출 경쟁력 제고를 위한 범정부 차원의 전폭적 지원방안 마련의 시급함을 강조했다. 장원준 산업연구원 박사는 최대 600대에 달하는 FA-50 미국 사업 성공 시 생산 유발은 최소 25조 6,000억 원에서 최대 44조 원, 고용 창출은 사업 기간 동안 최소 7만 1,000명에서 최대 12만 3,000명으로 전망했다. 이는 초기 매출을 기준으로 분석한 것으로, 운용 유지비용을 고려하면 산업 파급효과는 더 클 것으로 보인다.

강구영 KAI 사장이 한미동맹 70주년, 동맹 강화 위한 방산협력 확대 전략 세미나에서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FA-50 미국 진출은 한·미 간 가치동맹의 상징

이번 세미나는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아 양국 방위산업의 협력 강화는 물론 FA-50 미국 사업의 본격 시작을 알리는 킥오프 자리로 의미가 크다. 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국제안보국 톰 카라코(Tom Karako) 국장은 기조연설에서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전 세계적인 방위산업의 변화와 한·미 간 방산 협력 강화 필요성에 대해 발표했다. 

톰 국장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공중전과 미사일 방어 체계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가 됐다”며 “안보 차원에서의 시급성을 엄중히 따져 방산업계의 발전 필요성도 대두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방산업계의 효율성 증가와 일정 조율이 중요해지는 시점에서 우크라이나에 더욱 신속히 무기를 지원하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 나아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이제는 경쟁이 아닌 협동을 통해 공동의 문제에 대응하고 해결해야 할 때임을 깊이 깨닫고 있다. 미국과 동맹국들이 어떻게 협력해 효과적으로 중국을 억제할 것인가에 집중하기 시작하면서 그 어느 때보다 동맹국들과의 공유가 중요해지고 있다. 전략적 위협에 대처하고 중국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한국과 미국의 협력 또한 매우 중요하다. 호주, 일본과 미국의 협력에 한국도 보다 더 적극적으로 동참할 필요가 대두되고 있다. 한미 동맹 70주년을 기점으로 단순한 동맹이 아닌 가치를 공유하는 동맹국이 되기 위해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FA-50 미 진출 성공 땐 44조 원 수혜 예측

이어진 발표에서 안혁주 KAI 미주수출팀 팀장은 최근 미 국방부 획득사례 분석을 통해 FA-50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한 전략적 요소를 발굴하고 필승전략을 수립하기 위한 범정부 차원의 역할을 강조했다. KAI-록히드 마틴 컨소시엄의 T-50A는 지난 2018년 미 공군의 차기고등훈련기 사업 당시 보잉-사브 컨소시엄의 T-7A에 밀려 고배를 마신 바 있다. 안 팀장은 뼈아픈 과거 사례를 타산지적으로 삼아 철저한 준비와 치밀한 전략으로 FA-50의 미국 진출 성공을 다짐했다. 

발표 내용 가운데 2010년부터 2023년까지의 미 해군과 미 공군의 항공기 획득 비교 분석 결과가 흥미롭다. 미 해군은 다양한 평가요소를 주요 고려 대상으로 보는 반면 미 공군은 가격 위주의 평가와 제한적 기술 요소 위주 평가로 분석된 것. 미 공군은 가격경쟁력을 선정 기준 1순위로 꼽는 반면, 미 해군은 가격경쟁력보다 기술과 과거사업이행실적, 경험을 평가항목 우선순위에 두고 평가한 것이다. 이 같은 전략적 분석과 더불어 가격과 납기, 그리고 성능 경쟁력 개선을 통해 미 공군과 미 해군의 FA-50 진출 성공 계획을 밝혔다.

댄 코주룬(Dan Cojulun) 록히드 마틴 국내사업담당 이사는 최근 미국과 캐나다, 호주 등 FA-50이 목표로 하는 핵심 시장에 대한 사업 환경 및 시장 상황을 공유하고 시장 확대 가능성과 마케팅 방향성을 논의했다.

산업연구원은 FA-50 미국 시장 진출에 대한 산업 파급효과를 발표하고 수출 경쟁력 제고를 위한 범정부 차원의 전폭적 지원방안 마련이 시급함을 강조했다. 장원준 산업연구원 박사는 최대 600대에 달하는 FA-50 미국 사업 성공 시 생산 유발은 최소 25.6조에서 최대 44조  원, 고용 창출은 사업 기간 동안 최소 7.1만 명에서 최대 12.3만 명으로 전망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재품경쟁력 제고를 위한 범정부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방안 마련의 시급, 대통령실 중심의 범부처 방산컨트롤 타워의 적극 가동, 미 고등훈련기 사업 관련 주요 인사에 대한 FA-50의 적극 홍보 등을 제언했다.

장인기 국방기술품질원 항공센터장은 국산 항공기 수출에서 국방기술품질원의 역할을 소개하며 수출 항공기 감항인증 절차 및 수출기 감항인증 사례를 발표했다. 체계적이고 안정적인 인증 시스템과 사례 소개를 통해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어디든 국산 항공기 수출이 가능함을 강조하며 FA-50의 미국 진출을 기원했다.

민·관·군 원팀으로 FA-50 미 수출 지원 결의

발표 후 진행된 토론에서는 참가자 모두 한 목소리로 FA-50 미국 수출과 관련해 정부와 기업의 견고한 원팀이 수주의 지름길임을 강조했다.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유용원 기조실장을 좌장으로 국방부 방위산업 수출기획과, 산업통상자원부 우주항공팀, 방위사업청 국제협력총괄담당관, 국방기술진흥연구소 방산수출사업부가 참석했다.

천영훈 국방부 방위산업수출기획과 방산수출기획과장은 “2022년 사상 최대 방산수출을 기반으로 올해는 기술 개발과 수출이라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며 “여러 국가의 수출을 통해 그 우수성과 경쟁력을 입증 받은 FA-50이 이제는 세계 최대 방산국가인 미국에 진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향후 국방부 차원의 지원 확대도 약속했다. 

임형남 산업통상자원부 우주항공팀 사무관은 FA-50 미국 진출 사업의 중요성을 익히 인지해 작년부터 KAI와 소통하며 전방위적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최상덕 방위사업청 국제협력총괄담당관은 정부와 방산 관계자들이 원팀으로 모여 전략을 수립하고 추진 중인 상황을 설명했다. 한승재 국방기술진흥연구소 방산수출사업부 부장은 FA-50의 성공적인 미국 진출을 위한 세 가지 제언을 했다. 첫째는 정부와 기업의 노력을 통한 경쟁력 있는 부품 개발과 공급망 구축, 둘째는 절충 교역을 능동적으로 활용한 방산수출 선순환 구조 구축, 셋째는 미 국방부의 해외기술 평가사업의 적극 추진이다.

강구영 KAI 사장.

강구영 KAI 사장 “자유민주진영 동맹국이 KAI에 힘 보태야 할 때”

강구영 KAI 사장은 한·미 간 가치 공유의 의미에 무게 더하기를 제언했다. 강 사장은 “KAI는 한·미 가치 공유의 최전선에 있는 기업이다. 중국과 러시아가 전 세계 고등훈련기 시장에서 두각을 보이는 지금, 미국과 유럽이 한국에 힘을 싣지 않는다면 반자유민주주의 국가의 비행기들이 시장을 장악하게 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한민국의 KAI가 전장에서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동맹국들이 힘을 보태야 할 때”라고 했다. 또한 그는 “미국 시장의 성공적 진출을 위해서는 납기와 가격 경쟁력 강화가 필요하다”며 “정부 차원의 연구개발(R&D) 강화와 군의 발 빠른 성능개량사업 추진을 통해 KAI가 보다 빨리 사업에 착수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8년 이후 절치부심한 KAI와 대한민국에 새로운 기회가 오고 있다. 2025년 미 해군 고등훈련기 사업을 시작으로 연이어 진행될 미 공군 사업을 합쳐 미군은 500여 대 규모의 신규 기종을 도입할 예정이다. FA-50이 미국 시장 진출에 성공하면 우방국 시장 진출 등 고등훈련기 및 경전투기 시장에서 약 1,300여 대의 물량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KAI는 이번 세미나를 기점으로 FA-50 미국 시장 진출에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글=이병진 조선뉴스프레스 객원기자

사진=이신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