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기업인을 인터뷰했다. 본사가 수도권이 아닌 지방에 있는 견실한 코스닥 상장기업의 CEO다. 큰 기업이 거의 없는 그 지역에서는 지자체와 주민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는 존재였다. 출장길에 만난 택시기사와 지역 상인들은 “그 기업이 우리 지역에 있어서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고 했고, 심지어 인근 지역에서는 그 기업을 유치하지 못해 매우 아쉬워한다는 얘기도 들렸다.

해당 기업인은 회사 홍보에 적극적일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인터뷰를 위해 마주앉자 뜻밖의 이야기를 장시간 털어놓았다. 그는 최근 새 공장과 유통시설 등 조성을 위해 공사에 나섰다가 지역 주민을 자처하는 세력의 반대 시위를 1년 이상 겪어야 했다. 반대하는 이유는 환경파괴였다. 공장이 들어서면 가스와 폐수가 발생하고 주민들의 안전한 생활과 건강을 위협한다는 주장이었다.  

그는 “정부로부터 설립 허가를 받은 공장이 주민 생활을 위협하는 수준의 가스와 폐수를 발생시키겠느냐”며 “제대로 된 수치와 기준을 갖고 이야기하자고 해도 소용없었다”고 말했다. 시위세력은 비오는 날 공사현장 아래쪽 하천 사진을 찍어 ‘공장 때문에 흙탕물이 발생했다’는 주장도 했다고 한다.  그는 "우리 제품이 환경을 파괴하는 제품도 아니고, 인구가 계속 줄어드는 우리 지역에 일자리를 제공하고 소득을 높이기 위한 것인데 왜 반대를 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고 했다. 

1년 이상 시위세력에 시달리며 그는 주도세력이 선량한 주민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했다. 귀농했다고 자처하는 시민단체와 노동조합 관계자들이 시위를 주도하고 주민들을 선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지자체에 이를 호소하기도 했지만 '민원은 어쩔 수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다른 기업인들을 만나면서 대부분 비슷한 경험을 갖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각고의 노력끝에 지역발전기금을 제공하는 등 주민들과 상생협약을 맺고 공사는 계속할 수 있게 됐지만, 가짜뉴스에 시달린 시간은 그와 기업에 적지않은 손해와 상처를 가져왔다. 

2008년 광우병 괴담에 앞장섰던 사람들이 올해는 ‘후쿠시마 오염수 찍고’ 양평 고속도로 이슈 로 향했다고 한다.  전국 각 지역에서 사이즈만 다를 뿐 비슷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그들의 진짜 목적이 궁금해진다.  

글=권세진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