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와 뮤지컬로 선보였던 ‘사의 찬미’가 연극무대에 오른다. 윤대성 희곡 ‘사의 찬미’를 공연 기획사 ‘프로젝트 디본’이 새로운 시선으로 각색해, 억압받던 시대의 인물들이 자유롭게 살고자 하는 생의 의지를 그려낸다. 

이야기는 경성 경찰서의 요시다 경부가 부산행 관부연락선 안에서 실종된 김우진과 윤심덕의 이야기를 파헤치기 위해 그들과 유학 시절을 함께했던 홍난파를 심문하며 시작된다. 홍난파는 극을 설명하고 이끌어가는 인물이다. 홍난파가 과거를 회상할 때 죽은 김우진과 윤심덕이 등장하면서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며 펼쳐지게 된다.

비중 있는 조연인 홍난파 역을 맡은 배우 한종훈(25·사진)은 중앙대학교 연극학과 4학년 재학생이다. 재수 시절부터 단편영화에 출연할 정도로 연기에 열정적인 그는 이미 5편의 단편영화에서 주연을 맡았다. 대학 재학 중에 ‘선감학원’과 ‘매일 메일 기다리는 남자’ 등 두 편의 연극무대에도 올랐는데 ‘선감학원’은 현대차 뮤지컬 페스티벌에서 입상하기도 했다. 

“홍난파 연구를 하며 철저히 준비”

‘사의 찬미’ 첫 공연을 앞둔 한종훈 배우는 많이 설렌다며 소감을 밝혔다.

“그동안 단편영화와 학교 연극 무대에서 연기를 했지만 ‘사의 찬미’라는 정극으로 연극무대에 본격 데뷔하는 것이어서 떨리면서도 기대가 됩니다.”

4학년 때 데뷔하는 것은 빠르지도 늦지도 않은 적당한 시점이라고 한다. 2020년에 코로나 인해 많은 제약이 생기자 입대(入隊)를 결정했고, 2022년 8월에 제대했다. 

“전문배우가 아닌 학생인데도 공연을 제대로 못해 답답했어요. 공연계가 많이 힘들었죠. 제가 제대하고 돌아온 2022년 하반기부터 좀 괜찮아졌고 지금은 공연계가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어요. 코로나를 거치면서 익숙했던 것들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었어요. 연기는 ‘사람끼리’ 하는 작업이어서 제약이 생기면 정말 힘들어진다는 것을 깨달았죠. 졸업하기 전에 코로나도 풀리고 데뷔도 하게 되어 다행입니다.”

‘사의 찬미’ 무대는 오디션을 통해 서게 됐다. 제작진으로부터 “홍난파라는 인물과 잘 어울리기 때문에 캐스팅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홍난파 선생은 실존 인물이잖아요. 혼자서 조사도 많이 하고 종로구 홍파동에 있는 ‘홍난파 가옥’에도 가봤어요. 대본에 나오는 홍난파라는 인물이 중요하기 때문에 대본을 보며 연구를 많이 했어요. 제가 파악하는 홍난파 선생은 매우 인간적이며 입체적인 캐릭터입니다. 귀여운 모습과 진지한 모습이 공존하고 화를 내고 울기도 합니다.” 

드라마와 뮤지컬로 소개되면서 이미 많은 사람이 스토리를 알고 있는 ‘사의 찬미’를 지금 이 시점에 연극 무대에 올리는 이유가 궁금했다. 드라마와 뮤지컬에는 유명 배우들이 출연했지만 연극 ‘사의 찬미’에는 대중적으로 알려진 배우는 없다.

“각색을 통해서 새롭게 해석한 부분이 많습니다. 김우진과 윤심덕에 초점을 맞추지만 살아남은 자들이 희망을 갖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어요. 예전에 연극으로 올린 적이 있다고 해요. 오랜만에 ‘사의 찬미’를 다시 연극무대에 올리는 건 새로운 도전이지요. 윤대성 희곡에는 노래하는 부분이 없지만 각색을 통해서 배우들이 노래도 합니다.”

“다양한 무대에 서고 싶어”

뮤지컬과 아크로바틱이 특기인 한종훈 배우도 이번 연극에서 노래를 선보인다. 앞으로 ‘믿고 보는 배우가 되고 싶은 것’이 그의 소망이다. 

“실력을 많이 키우고 저만의 매력이 드러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작품마다 다른 모습을 보일 수 있는 배우가 되도록 노력해야지요.”

자신의 매력을 소개해달라고 하자 “부끄럽지만 주변에서 귀여운 면이 있고 소년미가 있다고들 하세요. 목소리가 좋다는 얘기도 하시고요”라고 했다. 깊고 큰 데다 또렷해서 연극하기에 적합한 목소리인 한종훈 배우는 앞으로 영화, 드라마, 연극, 뮤지컬 등 다양한 무대에 서고 싶다고 했다. 

‘지치지 않고 끝까지 갈 수 있는 사람이 되자’는 각오로 이번 연극에 임한다는 그는 요즘 주목받는 Z세대로서 ‘이전의 규율에 억압받지 않고 뜻을 펼칠 수 있는 세대’라고 스스로를 평가했다.

‘사의 찬미’는 7일부터 16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3관에서 열흘간 공연된다. 한종훈 배우는 “역량 있는 선배들과 저처럼 신예 배우들이 최상의 무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으니 많이 오셨으면 좋겠습니다”고 당부했다. 다양한 음악적 활용을 통해 깊이 있는 공연을 선보일 예정인 연극 ‘사의 찬미’는 예스24를 통해 티켓 구매가 가능하다. 

글=김성동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