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 6월 9일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6월 모의평가가 열린 부산 모여고에서 3학년 학생들이 시험을 치고 있다. 사진=조선DB
대입 수능이 쉬워지면 학교현장에선 어떤 일이 벌어질까.
정말 우리 교육의 난제들이 해결될 수 있을까. 무엇보다 학생들의 입시 부담이 줄어들까. 수능이 쉬워지면 학교수업이 내실화, 정상화될까. 심지어 ‘쉬운 수능’이 수업 중에 잠자는 학생을 깨우고, ‘수포자(수학포기자)’를 줄여갈까.
학생부교과전형과 학생부종합전형의 주요 요소인 내신은 학생들에게 문턱이 낮아질까. 더 내신 경쟁이 치열해지지 않을까.
◇ 수능이 쉬워지면 내신은…
수능이 쉬워지기 위해 수능의 절대평가화가 이뤄질까.
꿈 같은 얘기지만 절대평가가 현실화 되면 개인의 학업성취는 집단의 성취도와 상관이 없게 된다. 1점을 더 얻기 위해, 실수를 줄이기 위해 피 튀기는 경쟁을 할 필요도, 이유도 사라지게 된다. 학생들 간 차이를 드러내기 위해 킬러 문항이 의미가 사라질지 모른다. 불수능이란 말도 옛말이 될 수 있다. 어차피 2025년부터 전면 시행되는 고교학점제를 앞두고 입시와 평가방식도 변할 수밖에 없다.
현행 수능 9등급 상대평가가 5등급(수우미양가처럼...)으로 변화되면 학교현장에선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수능 영어 절대평가로 학생들이 느끼는 체감이 달라졌을까. 교사들에게 물어보면 확실히 학생이 체감하는 부담이 과거에 비해 줄어들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영어 사교육이 얼마나 줄어들었는지 명확한 자료는 없다.
수능 변별력이 약화되면 고교 수업이 정상화될까. 학교 내신 비중이 커지고 정시보다 수시 비중이 높아질 수 있다.
그런데 수능이 쉬워지는데 내신 9등급 상대평가를 계속 유지한다면?
학생들의 부담은 이전과 똑같을지 모른다. 내신도 절대평가로 바꾸지 않으면 수능 만으로 학생들의 입시 부담이 줄어들 수 없다.
◇ 정시보다 수시 중심... 평가방식의 다양화
정시에 필요한 게 수능이다. 수능이 쉬워지면 수시가 다시 부상하게 된다. 교육당국이 정시 확대 정책을 수정할 가능성이 크다. 대학들은 우수한 학생을 수시에서 뽑으려고 할 것이다. 수시 비중이 높아지면 구술 면접과 자소서 평가 비중이 커질 수 있다. 또 학생부 기록에 대한 대학의 관심도 다시 높아지게 된다. 자율동아리 활동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도 올라갈 것이다.
혹시나 소논문, R&E 같은 활동에 학생들이 매달릴 개연성이 크다. 그럴 경우 다시 사교육이 들끓을 수도 있다
수능과 내신의 변별 문턱이 낮아지면 결국 서술형 평가, 종합적인 사고력을 묻는 주관식 평가로 갈 수밖에 없다. 단순 문제풀이, 문제풀이 노하우를 쌓아가는 교육에서 탈피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통합지식, 종합사고력을 묻는 예컨대 역사와 윤리, 사회와 철학, 경제와 지리 등이 융합된 문제형식의 출제 가능성도 생각할 수 있다. 이럴 경우 객관식보다 서술식 시험이 적합해 보인다.
사실, 주입식, 암기식 시험의 주범은 학교다. 학교 내신이다. 학교부터 객관식 문항에서 탈피해야 한다. 서열화 된 객관식 평가에서 벗어나야 수업의 질을 높일 수 있다! 그럴 경우 서술식 시험으로 갈 수밖에 없다. 변별과 평가 채점이 어렵다고 해도 5지선다 객관형으론 아무 것도 얻을 수 없다.
벌써부터 일선 고교에선 챗GPT로 인해 과제 제출식 수행평가 의미가 사라지고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국어와 영어 수행평가에서 수필이나 시 쓰기, 영작(英作) 숙제로 내면 교사들은 학생 실력인지 챗GPT에 의한 것인지 변별이 어렵다고 호소한다.
따라서 현장 실기방식에 의한 평가가 강화될 수밖에 없다. 평가 방식도 주관식 서술형이 될 것이다. 그럴 경우 학교수업 비중이 점점 커질 수 있다.
◇ 대학 본고사 실시?
수능과 내신 비중이 낮아지면 그만큼 대학의 학생 선발권이 강화될 수밖에 없다. 대학의 인재상에 맞는 학생을 뽑기 위해 대학별 평가방식이 새롭게 대두될 수 있다. 학생들은 대학 맞춤식 입시를 준비해야 한다.
대학이 학생 선발권을 강화하겠다는 말은 논술, 구술의 변별을 높이겠다는 말과 동의어로 볼 수 있다. 사실 대입에서 논술은 본고사와 다름없다.
그런데 대학들이 '대학의 자율성'을 내세우며 정상적인 고교 교육과정을 이수한 학생들이 접근할 수 없는 수준의 문제를 출제한다면? 논술과 심층면접을 아주 까다롭게 한다면? 또다른 사교육이 등장할 것이다.
◇ 대학 평준화와 수능자격고사화?
수능 절대평가, 내신 절대평가로 전환은 결국 대학평준화와 관련이 깊다. 학벌경쟁을 막겠다며 지난 1세기 동안 대학들이 저마다 쌓아올린 정성과 노력을 내려놔야 한다. 대학의 학문생산과 교육기능을 회복하기 위해, 소위 ‘SKY대학’ 중심의 학벌사회를 무너뜨리기 위해 대학평준화밖에 대안이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서울대를, ‘SKY대학’을 무너뜨리면 학생들이 행복할까. 한국의, 한국대학의 국제경쟁력이 높아질까.
대학이 평준화되면 구조조정을 앞둔 부실 대학들은 어떻게 퇴출될까. 아니 어떻게 살아남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