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 김남국 의원. 사진=뉴시스
더불어민주당 김남국 의원의 코인 투자 의혹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수도권과 청년 및 중년층의 표심을 뒤흔들 전망이다. 수도권 민심에 자신감을 갖고있던 민주당은 이번 '김남국 사태'가 심상치 않음을 감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20대 민주당 지지율 12p% 급락
12일 한국갤럽이 지난 9∼11일 전국 만 18세 이상 1천명을 대상으로 전화 조사한 결과 민주당 지지율은 32%로 직전 조사(2∼4일)와 동일했지만, 연령대별로 18~29세 지지율은 직전 조사에서 31%, 이번 조사에서 19%로 12%p나 떨어졌다. 같은 기간 30대 지지율도 42%에서 33%로 9%p 내렸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는 지난 5일 불거진 김남국 의원의 위믹스 등 코인 보유 사실로 청년층의 민심이 요동친 것으로 보인다. 김 의원은 코인 수십억원어치를 보유했을 뿐만 아니라 그동안 게임코인과 관련된 입법활동을 해 왔다는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뿐만아니라 '서민 마케팅'을 해 왔던 김 의원이 사실은 수십억원을 보유한 자산가였다는 점, 의정활동과 민생활동으로 눈코뜰새 없이 바빠야 할 국회의원이 코인 투자에 집중해 왔다는 점 등이 사람들의 분노를 일으킨 것으로 해석된다.
1) 게임코인 보유하고 관련 입법활동, 명백한 이해충돌
정치권에서는 김남국 의원의 코인 다량 보유 그 자체보다 훨씬 심각한 문제가 '사익을 위한' 관련 입법활동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김남국 의원은 2021년 8월 가상자산 과세를 유예하는 소득세법 개정안 발의에 참여한 데 이어 2021년 12월 게임산업진흥법 개정안(대표발의 더불어민주당 전용기 의원)발의에 참여했다.
이 게임산업진흥법 개정안에는 "게임머니는 게임 내에서 사용하는 가상화폐를 말한다"는 조항을 신설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위믹스같은 P2E 코인, 게임 연동 코인에 호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는 내용이다. 당시 김 의원은 60억여원으로 추정되는 위믹스를 보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이 보유한 자산의 가치를 높이는 법을 만드는데 참여한 것으로, 상식적으로도 이해충돌에 해당할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김 의원은 2022년 대선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최측근이었던 김 의원은 이재명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에서 NFT(대체 불가 토큰) 기반 ‘이재명 대선 펀드’를 추진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당시 “세계 최초의 NFT 대선 자금 모금 사례”라고 직접 홍보했다.
김종혁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현재 국민의힘 경기 고양병 당협위원장)은 "정치인이 자신의 거의 전재산을 특정 분야에 투자한다는 것은 첫째 명백한 관련 정보를 보유한 경우, 둘째 관련 정보를 조종할 수 있는 권력을 보유한 경우 두 가지라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2) 수십억원 보유하고 서민 코스프레
김남국 의원은 2020년 4월 총선 전 유튜브 등을 통해 자신의 궁핍함을 강조해왔다. "매일 라면만 먹는다", "하루 한 끼 못 먹을 때도 많다"고 발언하기도 했고,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낡은 운동화 사진을 공개한 바 있다.
그러나 실은 수십억원대의 코인을 보유했던 자산가라는 사실이 알려진 '김남국 코인 사건'이 터지면서 여당이 김 의원의 이중성을 공격하고 나섰다. 이에 민주당 일부 의원들은 "젊은 정치인의 투자 성공 사례", "당시 20~40대 중 코인에 관심 없었던 사람이 누가 있느냐"라고 변호하고 나서기도 했다.
3) 눈코뜰새없이 바빠야 할 국회의원이 코인에 전재산 투자
국민의힘측은 "코인과 재산증식에만 몰두하다 보니 비정상적인 의정활동이 나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 의원의 대표적인 '비정상적 의정활동'으로는 작년 한동훈 법무부장관 청문회 당시 한 장관에게 "자녀가 이모와 같이 논문을 썼다"고 공격한 사례가 있다. 김 의원이 자료의 이모(某) 교수를 이모(姨母)로 착각한 것이다.
또 일부 언론에서 공개된 동영상에 따르면 김 의원은 지난해 11월 7일 오후 핼러윈 참사 관련 국회 상임위원회 회의 도중 분주하게 자리에서 왔다갔다 했으며, 자리를 비운 사이 코인 거래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올해 3월 22일 열린 법사위 법인심사 소위 중에도 코인 거래를 한 것으로 파악됐다.
TK(대구경북)가 지역구인 국민의힘 한 초선 의원은 "국회에 들어오고 나서 개인 업무를 거의 신경쓰지 못 할 정도의 업무량이 이어지고 있는데 코인 투자를 할 시간과 의지가 있다니 황당하다"고 했다.
민주당 내 위기감 고조
더불어민주당은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한 상태다. 사태 초기에는 일부 의원들을 중심으로 "젊은 의원이 투자를 할 수도 있는 것", "전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코인과 NFT 관련 법 제도 정비에 민주당이 앞장선 것"이라고 주장해왔지만, 민심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일각에서 징계 또는 탈당 권유도 논의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민주당 2030 청년들은 이날 김 의원 코인 사태와 관련, “당의 도덕성이 무너졌다”며 의원직 사퇴를 요구했다. 민주당 전국대학생위원회와 17개 시·도당 대학생위원회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청년 정치인을 자처했던 김 의원의 몰빵(집중) 투자는 수많은 청년들에게 박탈감을 느끼게 했다”며 “민주당의 무너진 도덕성을 상징하는 사건”이라고 했다.
##용어 정리
-위믹스 : 2019년 설립된 게임회사 위메이드가 만든 코인이다.
-P2E : play to earn이라는 뜻으로 게임 내 자산이나 아이템을 가상화폐로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위믹스가 P2E 코인의 일종이다.
글=권세진 월간조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