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더불어민주당이 공개한 ‘공천룰(총선 후보 선출규정)’에 ‘재판 진행 중인 자’에 대한 제한이 담긴 종전 조항을 삭제해 논란을 빚는 가운데, 공천룰이 만들어지던 시기 불거진 이재명 당대표의 각종 사법리스크가 눈길을 끈다. 이번 공천룰의 변화가 재판을 받고 있는 이재명 당대표의 출마길을 터주기 위한 것이었다는 비판이 나오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이 2019년 제정한 ‘제21대 국회의원선거 후보자선출규정’ 제11조(부적격 심사) 제3항은 “검증위는 후보자 심사에 있어서 뇌물, 성범죄 등 국민의 지탄을 받는 형사범 중 금고 이상의 형(집행유예 포함), 벌금형 등이 확정되거나 하급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고 현재 재판을 계속 받고 있는 자와 음주운전, 병역기피 등 공직후보자로서 중대한 비리가 있다고 인정되는 자를 부적격 처리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4년이 지나 총선을 앞둔 지금, 더불어민주당이 5월 8일 제정한 ‘제22대국회의원선거후보자선출규정’엔 이 같은 내용이 사라졌다. 대신 그 자리(동조 동항)에 “검증위는 후보자 심사에 있어서 공직후보자로서 중대한 비리가 있다고 인정되는 자를 부적격 처리 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바뀌었다. 그런데 이재명 대표는 선거법 위반으로 재판을 받고 있고, 조국 전 장관은 자녀의 입시비리 관련 허위공문서 작성·행사 등의 혐의로 항소심 재판을 앞두고 있어서 '맞춤형 당규 개정'이라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심사 배점에 대해 “정체성 100분의 15, 기여도 100분의 10, 의정활동능력 100분의 10, 도덕성 100분의 15, 당선가능성(공천적합도조사) 100분의 40, 면접 100분의 10으로 반영한다”고 공지했다.

사실 이 같은 당규 개정은 이미 발표 전에 예고된 바 있다. 민주당은 지난 4월 21일 ‘제22대 국회의원선거 후보자 선출 규정안(案)’을 내놓았는데, 여기에 이미 해당 당규 조항이 변경돼 있다. 무엇보다 이번 당규가 제정되던 시기는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극적으로 치달을 때였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3월 14일 ‘2024 총선 공천제도 TF(태스크포스)’ 제1차 회의를 시작으로 한달 넘게 내년 총선에 적용할 공천 제도를 논의했다. 이 기간에 이 대표는 뇌물과 배임 혐의로 3월 22일 검찰에 기소됐다. 공천제도 TF 회의가 열린 날엔 비명(非 이재명)계를 주축으로 한 당내 공부모임(민주당의 길)이 열리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2월 27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아슬아슬하게 부결된 여진이 남은 상태이기도 했다. 당내 이탈표가 대거 발생한 데 대해 이 대표는 3월 14일, 자신의 강성 지지자들인 ‘개딸(개혁의 딸)’들에게 “총구를 밖으로 향하게 해야 한다”며 당내 갈등을 수습하려 했다.

다만 민주당의 공천 TF가 구성된 지난 3월, 11명의 위원 중 9명이 비명계로 분류돼 ‘공천룰’ 관련 논란을 차단하려는 이 대표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글=김광주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