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직속 국방혁신위원회가 출범을 앞둔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은 김관진(74) 전 국방부 장관을 부위원장급 위원에 내정한 것으로 9일 알려졌다.

국방 혁신을 위한 윤 대통령의 의지가 김 전 장관 인선(人選)으로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김 전 장관이 과학기술 강군을 향한 윤석열표 국방 혁신을 주도적으로 이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방혁신위는 지난해 12월 제정된 국방혁신위구성운영규정(대통령령)에 따라 대통령이 위원장을 맡고, 위원장 포함 11명 이내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국방혁신 계획 수립과 법령 제·개정, 정책 조율 등을 담당하고 국가안보실장, 국방부 장관이 당연직 위원을 맡는다. 대통령이 부득이한 사유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는 그가 지명한 위원(부위원장급)이 그 직무를 대행한다. 윤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인공지능(AI)에 기반한 과학 기술 강군 육성을 목적으로 한다.

김 전 장관은 문재인 정권 당시인 2017년 11월 '국군 사이버사령부 정치 댓글 사건'으로 적폐로 몰려 구속됐다 풀려난 뒤 재판을 받아왔다. 대법원 최종 확정 판결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 문재인 정권 시절, 재수사 과정에서 청와대 행정관이 국방부를 방문해 사이버사 댓글 사건 수사 기록을 무단 열람한 의혹이 불거져 김 전 장관에 대한 정권과 군 검찰의 표적·기획 수사 의혹이 불거진 상태다.

윤 대통령은 아직 김 전 장관의 형이 확정되지 않은 만큼 그가 국방혁신위원을 맡는 데는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장관이 부위원장급 위원에 오르면 6년 만에 안보 현장에 복귀하는 셈이다.

정부 관계자는 “김 전 장관은 이명박·박근혜 정부에 걸쳐 국방장관을 지냈고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지내며 북한에 가장 강력한 대응 기조를 견지했던 인물”이라고 말했다. 

김 전 장관은 현역 시절 북한 지휘관의 사진을 자신의 집무실에 걸어둘 만큼 '침과대적(枕戈待敵, 군인은 창을 베고 적을 기다린다)'의 자세로 유명했다. 

김 전 장관은 연평도 포격 도발 직후인 2010년 12월 국방부 장관에 취임했다. 취임과 동시에 북한 도발 시 ‘선조치-후보고’ 지침을 내리고 원점 타격을 주문해 ‘북한이 가장 두려워하는 국방장관’이란 평을 들었다.

김 전 장관은 또 2015년 8월 발생한 DMZ(비무장지대) '목함 지뢰 사건'을 계기로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하며 강력하게 대응했다. 이에 당황한 북한이 협상 테이블을 마련했다. '판문점 담판'으로 알려진 이 자리에서 황병서 당시 북한 노동당 총정치국장으로부터 사과를 받아냈다.

김 전 장관은 부위원장급 위원 내정에 대해 “안보가 위중한 상황에서 도움이 된다면 힘을 보태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북한이 핵·미사일 위협을 일삼는 상황에서 김 전 장관은 대북 안보 태세 강화를 내보일 수 있는 상징적 인물”이라고 했다.

글=김세윤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