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재판에 연이어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이번엔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장실장의 뇌물 재판에 출석해 격한 감정을 드러내다가 결국 호흡 곤란 증세를 보였다. 정씨 측 변호인은 법정에서 ‘조작’의 인터넷 용어인 ‘주작’이라는 말까지 써가며 유씨 증언의 신빙성을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조병구 부장판사)는 2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 혐의로 기소된 정씨의 공판에서 유씨를 증인으로 불러 신문했다. 정씨는 유씨에게 대장동 수익금 2억4000여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이날 법정에서 정씨 측 변호인은 유씨가 정씨에게 돈을 전달했다는 정황의 모순점을 집중적으로 공략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씨가 정씨에게 돈을 준 과정과 용처, 등에 대해 상세히 증언하자 정씨 측 변호인이 집의 구조와 포장지 크기 등을 캐물으며 앞뒤가 맞지 않는 부분을 부각하려고 했다. 정씨 측은 검찰이 유씨를 회유해서 증언을 짜고 맞춘 것이라고 의심했다. 한 변호인은 증언이 너무 생생하다며 “믿음직하게 연출하기 위해 요즘 말로 ‘주작(조작을 뜻하는 인터넷 용어)’을 한 게 아니냐”고 몰아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씨 측 변호인이 유씨에 대해 “거짓말이 탄로나 진술이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고 하자 유씨는 “그건 모독이다”라며 강하게 항의했다. 그리곤 피고인석에 있는 정씨를 향해 “정진상씨! 이렇게 해서 되겠어!”라고 고성을 질렀지만 정씨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정씨 측 변호인이 유씨에게 돈을 전달할 때 사용한 비닐의 종류를 묻자 유씨는 “마음이 너무 아프다”며 울먹이다가 호흡 곤란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공판은 예정보다 일찍 끝났다.

유씨는 앞서 지난달 28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공판에서도 격한 감정을 드러냈다. 당시 이 대표는 “웬만하면 얘기 안 하려고 했는데, 많이 힘들죠?”라고 여유를 부렸고 유씨는 “시장님은 형님 정신병원을 왜 강제로 입원시켰나”라며 격분했다.

한편 이번 공판에선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던 정씨가 5개월 만에 보석으로 풀려나 불구속 상태로 출석했다. 보석 결정 당시 재판부는 “보석 조건을 설정하면 출석 등 관리가 어렵고, 만기 석방을 조건 없이 하게 되면 증거인멸이 발생하는 등 실무적인 고민이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글=김광주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