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29일, 2021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당시 '돈봉투 살포 의혹'과 관련해서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주거지와 그의 '외곽 지원 조직'인 '먹고사는문제연구소'를 압수수색했다. 

'먹고사는문제연구소(이하 먹사연)'는 2008년 설립된  '송영길 후방 지원 조직'인 '사단법인 동서남북포럼'의 후신격이다.  먹사연이 지금과 같은 명칭으로 그 이름을 바꾼 시기는 2015년 9월이다. 검찰은 2021년 '더불어민주당 쩐당대회' 당시 살포된 '돈봉투'의 또다른 '자금원'으로 해당 단체를 지목한 것으로 보인다.  

즉, 송영길 전 대표가 자신의 지지자 모임이 거둬들인 후원금을 불법적으로 이용해 당내 인사들에게 금품을 살포한 게 아닌가 하고 의심한다는 얘기다.   

먹사연의 재무 상황을 보면, 이 단체는 2020년에 후원금으로 6억9000만원에 달하는 수익을 거뒀다. 회비, 또는 사업수익이 아닌 전술한 금액 전액이 후원금 또는 기부금이다. 먹사연이란 단체의 규모, 위상 등을 감안했을 때 이 정도 되는 단체가 연간 7억원에 달하는 기부금을 모금했다는 사실 자체도 특기할 만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먹사연은 이 돈을 어디에 썼을까. 이들이 공시한 내역에 따르면 2020년 사업비용으로 3억7530만원을 지출했다. 이 단체의 '기부금품 지출 명세'를 보면, 지출 사유는 ‘인건비 등 일반경비 외’로 기재돼 있다. 인건비란 해당 단체가 고용한 이들에게 지급한 급여와 퇴직금 등을 말한다. 일반경비란, 해당 조직을 운영, 유지하는 데 들어가는 기본적인 비용을 말한다. 결국 별다른 사업은 하지도 않은 채 3억7530만원을 인건비와 운영·유지비로 썼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먹사연은 "코로나로 사업진행이 힘들어 일반인건비 지출이 대부분"이라고 밝혔다. 

2020년 당시 먹사연의 기부금 지출 내역을 보면, 인건비는 1억7570만원이다. 시설비(사무실 임차료, 관리비 명목)는 4300만원, ‘기타비용’ 1억5690만원이다. '기타비용'의 세부 내역은 ▲여비교통비 1562만원 ▲소모품비 2290만원 ▲지급수수료 1억1000만원 ▲용역비 670만원 등이다. 이 중 '쩐당대회 의혹' 또는 검찰의 압수수색과 무관하게,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사업 진행을 하지 못했는데도 '지급수수료' 명목으로 1억1000만원을 썼다는 점이 특이하다. 많아야 고용 인원이 6명에 불과한 '민간단체'가 연간 소모품 비용으로 2290만원(월 191만원)을 쓴 대목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그 이듬해, 송영길 전 대표가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 나간 그해, '돈봉투 살포'가 자행됐다고 의심되는 2021년도의 상황은 어떨까. 전년보다 사업 내역이 구체적으로 기술돼 있으나, 역시 특별한 사업을 했다고 평가하기는 쉽지 않다.  

2021년 당시 먹사연의 사업수익은 총 3억7345만원이다. 이 역시 전액이 '기부금 수익'이다. 이 중 지출 비용은 ▲인건비 2억2464만원 ▲학술연구 관련 용역비 3030만원 ▲사무실 임대료 및 관리비 5423만원 ▲지급수수료(통신, 운반, 기타 수수료 등) 6549만원 ▲소모품비 2085만원 직원 복리후생비(직원 식대, 출장, 회의, 접대비 등) 6901만원 등이다. 총 4억5443만원이다. 해당 내역에 따르면 학술용역 1건을 발주하며 3030만원을 쓴 것 말고는 역시 인건비와 일반경비로 지출한 셈이다. 

앞서 언급한 의혹과 무관하게 지급수수료가 6549만원인 점이 눈에 띈다. 전년도와 비교해 역시 특별한 사업을 했다고 평가하기 쉽지 않은데도 지급수수료로 6549만원을 썼기 때문이다. 전년도에는 없었던 '직원 복리후생비' 명목으로 돌연 6901만원을 쓴 점도 이목을 끌 수밖에 없다. 먹사연이 밝힌 내역에 따르면 해당 지출의 수혜인원은 '5명'이다. 먹사연 직원 1인당 복리후생비가 연간 1380만원에 달했다는 얘기다. 

먹사연의 재무 상황은 자금 사정이 좋지 않고, 직원 처우도 좋지 않을 것이라는, 시민단체에 대한 우리의 '선입견'과 거리가 멀다. 그 때문에 이들의 수입 지출 내역에 눈이 갈 수밖에 없다. 

이런 특이점 때문에 검찰은 먹사연 자금이 허위로 회계 처리된 뒤 송영길 전 대표에게 흘러가 그의 개인적인 정치자금으로 유용됐을 가능성에 대해 의심하는 듯 하다. 이 단체가 기부금을 많이 모을 수 있었던 배경, 그 기부금으로 별다른 활동을 하지 않았는데 연간 3~4억원을 쓴 이유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는 듯 하다. 

글=박희석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