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여성이 중국에서 출산한 자녀가 한국에 와서 졸지에 ‘무국적자’가 될 뻔했다가 대한변호사협회(변협) 등의 도움으로 국적을 지켜냈다.

서울가정법원 가사항소1부(재판장 조영호)는 지난 20일 북한이탈주민 자녀 A씨의 '친생자관계존재확인의 소'에서 A씨의 손을 들어줬다.  A씨가 탈북민의 자녀로 한국 국적을 가질 수 있음을 확인한 것이다. 

A씨는 탈북여성 B씨가 중국에서 숨어지내다 조선족 남성과 결혼해 중국에서 출산한 자녀다. 

그러나 A씨의 친모 B씨는 중국 공안에 체포돼 강제 북송됐고, A씨의 친부는 탈북여성 C씨와 재혼했다. 이후 계모 C씨는 한국으로 입국하면서 A씨를 친자녀로 신고하고 함께 한국으로 왔다.  

이후 A씨는 계모 C씨로부터 여러 형태의 학대를 받았고, A씨는 대학교에 입학한 직후 자신을 도와주던 상담사의 도움을 받아 C씨를 상대로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의 소를 제기해 승소하게 됐다. C씨의 친자식이 아니라는 점을 증명한 것으로, 소위 말하는 ‘호적에서 판’ 셈이다.

그러자 문제가 생겼다. A씨는 C씨의 친자녀 자격으로 대한민국 국적을 얻었는데, 이를 부정하는 판결이 나왔으니 국적이 말소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졸지에 외국인 혹은 무국적자가 될 처지에 놓인 A씨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민 건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김영훈)와 여러 시민단체였다. 변협 북한이탈주민법률지원위원회는 A씨에 대해 소송 구조를 결정하고 ‘사단법인 통일법정책연구회’, ‘재단법인 동천’, ‘사단법인 정’ 등 시민단체들과 함께 소송대리인단을 구성해 무료공익소송에 나서게 됐다.

소송대리인단은 서울가정법원에 "A씨가 탈북여성의 친자녀임을 확인해달라"는 취지로 해당 소를 제기했지만 1년에 걸친 1심 재판에선 소(訴) 각하(却下) 판결이 나왔다. 대리인단은 포기하지 않고 즉시 항소해서 추가 변론을 펼쳤다. 그리고 마침내 지난 20일 소 제기 2년 4개월만에 재판부가 A씨의 청구를 인용한 것이다. 2020년 소를 제기한 지 2년 4개월 만의 결론이었다. 그동안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다고 변협은 전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앞으로도 대한민국에서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인권사각지대에 있는 북한이탈주민과 그 자녀들이 사회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건강한 삶을 영위하도록 적극적인 법률적 지원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글=김광주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