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장집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가 현행 5년 단임 대통령제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최 교수는 4월 18일 동아시아미래재단(상임고문 손학규) 주최로 열린 강연에서 민주화 이후의 한국 민주주의를 평가했다. 강연 주제는 ‘4.19혁명에 대한 하나의 성찰-민주화와 민주주의의 위기’.

최 교수는 크게 세가지 이야기를 했다.

첫째, ‘적폐청산’, ‘역사청산’에 대한 반성이다. 역사청산은 문재인 정권의 핵심 정책이었다.

“민주당 정권이 사용한 역사 청산이란 말을 안 좋게 봤다. 역사 청산은 무시무시한 단어다. ‘친일파 청산’이라고 해버리면 극단적인 사태까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최 교수는 내전을 겪은 스페인의 예를 들었다. “스페인 프랑코 정권의 독재 시절 많은 사람이 죽었다. 그걸 파헤쳐 하나하나 따지기 시작하면 애써 이룬 민주화가 날아갈 수 있다. 그러니 역사청산을 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면서 사회를 제대로 변화시키기 위해선 ‘합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큰 변화는 한 정당만으로는 힘들다. 선거를 통해 교차집권하면서 합의를 통해 개혁을 해야 한다. 특정 정당이 냅다 달려가며 ‘혁명이다, 역사를 바로세운다’를 외치는 건 굉장히 위험한 발상이다.”

둘째, 현행 대통령 5년단임제를 옹호했다.

“5년 단임 대통령제 덕분에 최소한 5년 주기로 정권이 바뀔 수 있다. 지금까지는 한 정당이 10년씩 집권하며 정권이 바뀌었다. 지난 문재인 정권(민주당)만 5년으로 끝났다.”

그러면서 문제점도 지적했다.

“문제는 청와대에 권력이 집중되어 왔다는 점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중에 가장 큰 권력을 가진 대통령이었다. 미국도 3권 분립이 흐트러지고 대통령에게 권력이 집중되어 왔다. 미국 의회가 로비스트들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고 말하는 학자들도 있다. 중대 법안을 만들어내기 힘들어졌다. 굉장한 문제다.”

그럼에도 최 교수는 “제도 개선을 통해 한국 정치를 개선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정치 문제를 해결하는 건 현행 제도로도 가능하다. 대통령 권력을 헌법에 규정된 대로 행사하게 하고, 3권 분립을 제대로 지키면 된다. 무엇보다 의회권력을 강화해야 한다. 정당이 개선되어 제대로 역할하기 시작하면 대통령을 견제할 수 있다.”

셋째, 한국의 현 정치 상황에 대한 회의다. 최 교수는 한국의 민주화에 대해 “세계에서 유일하게 학생이 중심이 돼서 민주화를 이루었다”고 평가했다. 문제는 민주화 이후다.

“기존에 존재하는 것에 반대는 하는데 대안에는 관심이 없었다. 민주화의 내용이 뭔지 연구하지 않은 것이 아쉽다.”

최 교수는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협력할 수 있을지에 회의를 느낀다”고 말했다.

“지금 한국 정치는 고착상태다. 의회권력과 대통령 권력이 정면충돌하고 있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예측이 잘 안된다. 양당이 이성적 대안을 찾아 합의나 협력을 할 수 있을지 회의가 느껴진다. 그런 의미에서 제3당 출현이 나쁘진 않다고 생각한다.”

동아시아미래재단은 ‘대한민국의 현재와 미래를 말하다’는 주제로 특별강연을 시리즈로 열고 있다. 지난 10월엔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이 ‘격동의 세계와 한국의 길’을 주제로 강연했고, 지난 12월엔 박병원 전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과 ’한국 경제, 과제와 해결책‘을 살펴봤다.

지난 2월엔 박명림 연세대 정치학과 교수가 ‘대한민국의 선 곳과 갈 길’이란 제목으로 강연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