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과 자살, 알코올 문제는 개인의 문제일까? 사회의 문제일까?

한국 사회는 최근 마약 문제로 심각한 고민에 빠져들었다. 더는 마약의 청정국이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사실 우리 사회는 오래전부터 ‘절망사’로 신음하고 있다

절망사란 무슨 말일까.

절망사(絶望死, Deaths of Despair)는 2015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앵거스 디턴(Sir Angus Deaton, 1945~)이 발견한 사회문제로 약물, 알코올에 의한 간질환, 자살에 의한 사망을 뜻한다. 이 절망사에는 기대 수명의 증가 추세에 역진하는 특이한 상황을 함축한 개념을 담고 있다.

1950년 45.51세에 불과하던 전 세계 평균 기대수명은 2021년에 72.81세로 비약적으로 높아졌다. 그러나 최고의 경제 대국인 미국에서 1990년대 들어 기대 수명의 증가가 둔화되었다. 2015년에서부터 2017년까지 3년 동안 연속적으로 기대 수명이 낮아지는 기이한 역전 현상이 관찰되었된 것이다.

절망사 3대 원인은 약물중독, 간 질환, 자살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난 것일까. 케이스와 디턴(Case & Deaton, 2015)의 연구에 따르면 약물중독, (알코올에 의한) 간질환 그리고 자살에 의한 사망률이 크게 높아졌기 때문이다.

좋은 약과 선진화된 의료혜택을 통해 기대 수명이 높아졌지만 마약과 약물, 알코올에 의한 간질환, 자살 등으로 기대 수명을 낮췄다는 것이다. 

디턴은 약물중독, 간 질환, 자살이라는 3대 원인을 절망사(Deaths of Deapair)라고 명명하였다.

구글에서 검색되는 약물 중독과 관련한 이미지들. 사진=구글 캡처

약물중독의 폐해를 살펴보자. 1999년에서 2016년 기간 동안 약물로 인해 사망한 미국인의 숫자가 1만6849명에서 6만3632명으로 증가했다.

미국의 경우, 약물 오남용으로 인한 사망은 2009년부터 차량 사고를 이미 넘었다. 심지어 약물로 인한 사망률의 증가는 옥시콘틴과 같은 오이오피드 처방과 관련이 깊으며, 다른 약물의 조합과도 관련이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오이오피드는 모르핀과 유사 효과를 내는 아편성 진통제다.

약물로 인한 사망이나 자살의 문제에 있어서 사회경제적 환경이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주장은 케이스와 디턴의 연구를 통해 드러난다. 개인의 문제라기보다 사회의 문제가 더 크다는 것이다. 절망사에 관한 케이스와 디턴의 분석 중 일부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미국 중년(45~54세) 백인의 사망률이 높은데 중독(poisoning)이었고 다음으로 자살, 간 질환 순으로 사망률이 증가되고 있다. 특히 불황을 겪고 있는 미국 일부 동부지역이나 러스트 벨트에서 눈에 띄게 나타난다. 또한 고등학교 졸업 이하의 학력을 지닌 사람들이 절망사에 노출되어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미국의 저학력 중년 백인들이 미국의 제조업 호황을 누리던 노동 계급으로 살다가 점차 삶의 어려움을 겪게 되면서 중독에 빠졌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북동부의 러스트 벨트 지역이다. 영어로 rust는 ‘녹슬다’는 뜻이다.

러스트 벨트(Rust Belt)는 미국의 중서부, 북동부 일부 지역으로 미국 철강산업의 메카였던 피츠버그, 필라델피아, 볼티모어 등지를 포함한다. 한때 불야성을 이룬 산업도시들이 불황을 겪으면서 이들 지역민이 절망사로 신음하고 있다는 것이다. 영어로 rust는 ‘녹슬다’는 뜻이다.

그러나 반론도 존재한다. 경제적 상황이 안 좋아지는 다른 지역에서 약물 오남용으로 인한 사망률이 낮아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또 백인보다 비백인의 경제적 불안전성이 더 높다는 점도 맹점이다.

마찬가지로 다른 선진국에서도 비슷한 기간에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으나 왜 그 나라의 중년들은 절망사에 빠지지 않았을까, 하는 문제 제기도 가능하다.

또 저학력 문제도 배움 그 자체보다는 개인을 둘러싼 환경과 관련이 깊을 수 있다. 저학력자들은 일반적으로 도시보다 시골에 거주하고 있으며, 약물 환경의 위험성에 대한 충분한 교육을 받지 못하였거나, 약물로부터 잃을 것이 적기 때문에 더 약물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2022년 10월 13일 인천세관과 미 국토안보수사국(HSI)이 인천 중구 인천본부세관 수출입통관청사에서 공조 수사를 통해 검거한 마약류(케타민, 대마초, 거통편, LSD 등)가 전시되어 있다. 사진=조선DB

한국 자살률 1위, 알코올 폭음률 남성 50.8%

안타깝게도 한국의 자살률은 2003년 OECD 국가 중 1위를 차지한 이래 2017년만을 제외하고는 현재까지 줄곧 1위를 기록 중이다.

한국의 알코올 폭음률은 남성 50.8%, 여성 26.9%로 남녀 간 두 배 수준의 차이를 보이고 있고, 고위험 음주율도 남성이 여성보다 두 배 이상 높은 20.8%로 나타났다. 이와 같은 경향은 20~30대에 집중되어 있다고 한다.

약물 사용 문제도 심각하다. 과거 연예인이나 유흥업소 종사자 등 특정 계층에게 한정되던 것이 유학생의 증가와 해외여행객, 인터넷과 국제택배를 이용한 거래되고 있다.

회사원이나 주부, 농민, 청소년 등 광범위한 계층에게로 접촉하는 약물의 종류와 양이 증가하면서 약물남용자의 숫자 역시도 폭발적인 증가 추세다.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절망사 문제를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한국방송통신대 강상준 교수(사회복지) 연구진(예명대학원대학교 권진 조교수, 박수빈·박성철 서강대 박사과정)의 주장이다.

“전통적인 형사법 접근은 약물남용자의 증가를 비롯해 이에 따른 부정적 사회현상까지 함께 증가시키는 한계를 여전히 보이고 있다. 약물남용자에게는 부정적인 낙인을 부과하여 사회복귀의 어려움을 겪게 하는 부작용을 초래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근본적인 치료제도와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관련 기관들을 활성화하여 현실에 맞는 프로그램 개발과 운영이 필요하다. 또 이를 실행할 수 있는 비용과 인적·물적 지원을 마련하는 국가·사회의 대응이 필요하다.”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와 한국방송통신대의 공동연구서 <한국의 절망사 연구>(2022)를 참고해 요약 인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