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워싱턴대 방문연구원 자격으로 미국에 체류하다가 '장인상' 때문에 일시 귀국한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3일, 더불어민주당 안의 소위 '이낙연계' 의원들과 저녁 식사를 했다. 

이낙연 전 대표는 이날 설훈, 이개호, 윤영찬, 오영환, 김영배, 김철민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 10여명과 만찬 회동을 했다. 명목 상으로는 '장인상' 조문을 온 의원들에게 사의를 표하는 자리라고 했지만, 이 전 대표가 정계 은퇴를 하지 않았고, 그가 현재 당 일각에서 '이재명 대안'으로 꼽히는 점을 감안했을 때 이 전 대표와 '이낙연계' 의원들의 만남은 정치적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이낙연 전 대표는 저녁 식사를 하면서 주로 미국 생활과 현재 집필 중인 저서 관련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다만, 이 전 대표는 2021년 전당대회 당시 민주당 의원들이 '돈 봉투'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 "회초리를 들 사람이 필요한데 아무도 없어서 답답하다"고 토로했다고 한다. 

이낙연 전 대표가 실제로 '회초리를 들 사람이 없어서 답답하다'는 취지의 얘기를 했다면, 이는 중의적인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먼저, 이는 이낙연 전 대표 특유의 '신중함' 또는 '우유부단'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전 대표는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지냈고, 그 당의 대선 경선에 나섰던 '대선 주자'다. 

그런 사람이 올바른 방향으로 당이 가지 않는다고 느끼면서도 지금까지 당내 현안, 당의 미래에 대해 얘기하지 않았던 까닭은 무엇일까. 또한, '정치적 오해'를 사지 않겠다면서 '정치적 발언'은 하지 않았다고 극도로 경계하는 모습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자신은 오해받기 싫고, '이재명 극성 지지층'인 '개딸'로부터 공격 받기도 싫어서 가만히 있으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총대를 매라고 하는 듯한 이낙연 전 대표의 한탄을 들으면서 그 자리에 있던 '이낙연계' 의원들은 대체 무슨 생각을 했을까. 

이낙연 전 대표의 '회초리' 발언이 앞서 언급한 의미가 아니라면, "당에 회초리를 들 사람이 없으니 내가 돌아와 그 역할을 하겠다"는 암시라고 해석할 수 있다. 

한편 이낙연 전 대표는 오는 18일 미국으로 출국할 예정이다. 이후 집필 중인 저서와 관련해서 6월경 독일에서 강연을 하고, 귀국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글=박희석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