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장기 오보’를 낸 KBS 기자가 한국언론진흥재단의 해외 장기연수자에 선정됐다가 취소됐다.

지난 4일 한국언론진흥재단은 KBS 앵커 겸 기자 A씨를 미국 워싱턴 대학으로 연수를 보낼 대상자로 선정해 발표했다.

그러자 KBS 공영노동조합(공영노조)와 시민단체 등 내외부에서 반발이 터져 나왔다. 신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신전대협)는 지난 11일 규탄 성명을 내고 “A기자의 오보 행위가 방송법상 방송심의규정 위반으로, 추후 허위사실 유포로 형사 고발까지 가능한 사안”이라고 주장하며 A기자의 해외 연수 선정에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면서 국민신문고 민원을 넣고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선발 절차에 대한 정보공개청구를 신청하며 조지 워싱턴 대학에 A기자 관련 내용을 제보했다.

논란이 커지자 언론재단은 결정을 뒤집었다. 재단은 "방통심의위 심의 신청, KBS 내부 징계 등 일련의 사안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해외 장기연수 지원이 이루어져도 되는지에 대해 대내외 및 당사자의 의견을 수렴하고 논의한 결과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다만 일각에선 오보를 이유로 언론재단이 기자의 해외연수 선정을 취소한 건 처음 있는 일이라며 선정자 취소 기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A기자는 ⟪미디어오늘⟫에 “향후에도 특정 보도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을 때 어떤 결론이 내려지기도 전에 관련 근거 규정도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재단이 임의로 처분할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지난달 16일 윤석열 대통령은 한일 정상회담차 일본 도쿄의 총리 관저를 찾았고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를 만나 의장대를 사열했다. KBS는 이 과정을 생중계했는데, 문제는 A기자가 “일장기를 향해서 윤 대통령이 경례하는 모습을 방금 보셨다”며 “단상에 태극기가 설치가 되어 있는데 의장대가 우리 국기를 들고 있을 것 같지는 않고요”라고 오보를 낸 것이다.

A기자의 말과 달리 윤 대통령의 경례는 한일 양국의 국기를 향해 있었다. 단지 두 정상이 상대국의 국기를 향해 고개를 숙였고, 마침 윤 대통령 바로 앞에 생중계 카메라가 있던 탓에 윤 대통령이 일장기에만 경례를 한 것처럼 보이는 장면이 스친 것이다.

결국 KBS는 뉴스 말미에 사과 방송을 내보냈지만, 말 한마디가 불러온 파장은 컸다. 국민의힘은 공정성과 객관성을 문제 삼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심의 신청을 했고 정치권은 들썩였다.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의전비서관을 지낸 탁현민씨는 자신의 SNS에 “자국 애국가에는 경의를 표할 줄 모르고, 상대국 국기에는 고개 숙여 절을 하는 한국 대통령을 도대체 어떻게 보아야 하는지, 어떻게 그게 용인이 되는지 모르겠다”고 썼다가 AFP(프랑스의 뉴스 통신사)로부터 MISLEADING(호도, 오도) 딱지가 붙은 해프닝도 벌어졌다.

한편 탁 전 비서관은 아직도 윤 대통령이 혼자서만 일장기를 향해 경례했다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는 SNS에 “윤 대통령은 양국 국기 앞에 함께 서서 경례를 하는 것과 별도로 태극기 앞에서 혼자 가슴에 손 경례를 했다”며 “이때 기시다 총리는 가만히 서 있었다”고 적었다. 이어 “반대로 기시다 총리가 일본식으로 허리를 굽혀 경례할 때, 윤석열 대통령은 기시다 총리와 함께 허리 굽혀 경례했다”며 “태극기에 두 번 했을 리가 없으니 한 번은 일장기를 향한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