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강원 지역 산불이 난 와중에 김진태 강원지사가 골프를 치러 간 것처럼 보도한 KBS에 대해 김 지사가 법적 대응에 나섰다.

김 지사는 지난 9일 기자회견을 통해 “영등포경찰서에 KBS 취재기자 등을 상대로 허위사실 명예훼손죄로 고소장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앞서 KBS 춘천방송총국은 7일 ‘김진태 골프친 뒤 술자리도...18일 산불 때도 골프’ 제하의 보도를 내보냈다. ‘단독’을 달고 나온 제목은 마치 김 지사가 산불이 난 와중에 골프를 치러 간 것처럼 읽힌다.

김 지사는 해당 보도의 제목을 문제 삼으며 “이걸 보는 사람은 제가 산불이 나고 있는데 골프장에 간 사람으로 생각했을 것”이라고 했다. 또 “당시엔 산불이 나지도 않았고 골프장이 아니고 연습장이었다”며 “그날은 토요일로서 오전 7시경 연습장에 간 일이 있었고, 산불이 난 것은 그로부터 아홉 시간 뒤였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KBS도 같은 날 입장을 밝혔다.

KBS는 “31일은 이미 김 지사가 업무 시간에 골프연습을 해 논란이 됐던 날”이라며 “그래서 취재팀은 18일에도 김 지사가 혹시 골프연습장에 간 게 아닐지 의구심을 가졌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언급된 31일은 춘천MBC 단독 보도를 통해 알려진 사실을 말한다. 당시 논란에 대해선 김 지사도 “이유 불문 사과한다”고 했다.

KBS는 “18일에도 골프연습장을 방문해 연습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하지만 정확한 시간을 알아내는 것은 쉽지 않았다”고 했다. 김 지사 측으로부터 정확한 골프연습장 방문 시간을 묻기 위해 강원도청 관계자와 김 지사 본인 등에게 수차례 연락했지만 원하는 답을 듣지 못한 것이다.

그러자 KBS는 “18일에는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에서 산불이 났다. 이날 산불로 20헥타르의 산림이 소실됐고, 한때 신기리 주민 7명이 대피하기도 했다”며 “KBS 취재진이 확인한 결과, 이날도 김진태 지사는 해당 골프 연습장을 찾아 골프 연습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한 것이다.

병렬된 사실들이 틀린 말은 아니지만 ‘산불이 난 와중에 김 지사가 골프를 치러 갔다’는 내용으로 들린다는 건 상식적인 수준에서 알 수 있다.

KBS는 강원도청 관계자로부터는 최소 세 차례 이상 사실 관계를 확인했고 김 지사에게는 통화 두 차례, 문자 메시지도 남겼지만 김 지사의 입장은 듣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 지사의 반박에 대해 “앞서 3차례 이상의 기자 질의에는 왜 구체적으로 답을 하지 않았는지 대변인실은 밝히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원하는 대답을 못 듣자 두 개의 사실을 연달아 언급해 오해를 일으켜놓곤 답변을 안 한 탓으로 돌린 셈이다. 사실 정보공개청구 등을 거치지 않는 이상 지자체가 취재에 응할 의무는 없다. 게다가 답변이 없다면 기다리거나, 취재 경로를 우회하여 확인한 사실을 보도해야 하는 게 순리(順理)다. 하지만 KBS는 사실이 어떻든지 간에 슬쩍 돌려서 언급함으로써 일단 특종을 터뜨리는 쪽을 택한 듯하다.

김 지사는 “확인이 안 되면 기사를 쓰지 말아야지 자기 멋대로 써도 되는가”라고 반문하며 “허위 보도 자백”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게 우리가 시청료를 내는 KBS 기자의 수준”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