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21일 전체회의를 열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무분별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을 의결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야당 의원들만 표결에 참여해 단독으로 처리한 것이어서 논란이 확산될 전망이다.  야당이 본회의 회부까지 밀어붙인다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도 있다. 

이날 환노위는 시작부터 노란봉투법과 관련해 여야가 격렬하게 맞붙었다.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은 "전투적 노사관계가 형성돼 외국 자본이 투자하지 않고 국내 자본이 밖으로 나가면 피해는 1000만 취약계층 노동자가 본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날치기'라고 주장하자 전용기 민주당 의원은 국민의힘이 ‘날치기’라고 주장하자 “여당은 여러 차례 진행된 소위에서 법안이 상정되자마자 자리를 박차고 나갔는데 이게 어떻게 날치기가 될 수 있나”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의원들이 발언이 길어지자 더불어민주당 소속 전해철 위원장이 빨리 의결을 하자는 취지의 발언을 하면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반발하며 퇴장했다.  이후 전 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 의원 8명과 정의당 의원 1명은 거수 표결을 통해 노란봉투법을 찬성 9표, 반대 0표로 통과시켰다.

노란봉투법은 사용자의 범위를 확대해 하도급 관계에서 원청 사용자가 하청 노조의 단체 교섭 상대방이 될 수 있도록 하고, 노동자가 파업으로 회사에 손해배상해야 하는 경우 각각의 귀책 사유 등에 따라 책임 범위를 달리한다고 규정해 면책 범위를 넓히는 내용이 핵심이다. 법이 통과될 경우 재계는 경영활동이 축소되고 결국 우리 기업들이 해외로 이전, 노동자들의 일자리는 줄어들 것이라고 보고 있다. 국민의힘측은 이미 노동3권 등 노동자의 권익이 충분히 보장되고 있어 해당 법이 불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 법안은 환노위를 통과했지만 법사위 통과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법사위원장은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이다.  민주당과 정의당은 법안이 법사위에서 장기 계류할 경우 본회의 직회부까지 밀어붙이겠다는 계획이다. 법사위가 법안 심사를 60일 안에 마치지 않으면 환노위 표결(재적 위원 5분의 3 이상 찬성)로 본회의에 바로 회부할 수 있다.

다만 본회의에 회부돼도 정부와 여당이 거부권(재의 요구)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본회의에서 재의에 부치면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 요건이 필요하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이 법이 통과되면 경제에 심대한 폐단을 가져올 것이기에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적극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재계도 대통령의 거부권을 기대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는 “산업 현장 내 불법 쟁의행위에 대한 면책은 우리 기업들의 해외 이전을 부추겨 노동자의 일자리를 축소시키고 삶의 질을 떨어뜨릴 것”이라며 “대통령이 즉각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글=권세진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