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람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15일 열린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 첫 TV토론에서 “박정희는 독재자, 김대중은 존중? 그러고도 보수당 대표?”라는 댓글에 “박정희 전 대통령은 당연히 우리나라 산업화의 공이 큰, 보수정당의 책임을 상징한다”면서도 “그렇지만 저는 3공화국 때 (박정희) 대통령은 몰라도 유신 이후 박정희 전 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 헌법 가치를 존중하는 보수정당이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에 대해 다시 한번 되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천하람 후보가 이 같은 질문을 받게 된 것은 과거 그의 발언 때문이다. 2020년 3월 25일, 21대 총선 당시 전남 순천시에서 미래통합당 후보로 출마한 천 후보는 전남CBS 유튜브 채널에 출연에 ‘김대중 전 대통령과 박정희 전 대통령 둘 중 누가 더 좋으냐’는 취지의 질문을 받았다. 

당시 천하람 후보는 “죄송한 말씀이지만 박정희 대통령이 저희 당의 뿌리라고 할 수 있지만 저는 독재 시대의 대통령은 사실 엄밀한 의미에서 제가 평가할 만한 대통령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독재 시대라는 것은 그 말 그대로 정상적인 정치 환경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런 면에서 저는 김대중 대통령께서 물론 제가 동의하지 않는 부분들도 많이 있지만 큰 정치인”이라며 “자기 스스로 시대의 흐름을 만들어내는 정치인이셨다. 그 흐름이 옳든 그르든 동의하지 않든 동의하든 큰 정치인이셨기 때문에 저는 그 두 분 중에 고르라면 김대중 대통령께 한 표를 더 드리고 싶다”고 했다.

그의 주장을 풀이하면, 박정희 전 대통령은 평가 대상이 될 ‘자격’이 없는 반편 김대중 전 대통령은 그 방향에 대한 시시비비를 떠나 ‘큰 정치인’이고 ‘시대 흐름을 만든 정치인’이라고 긍정적인 평가를 한 셈이다. 

이런 까닭에 상기 질문을 받은 천하람 후보는 “박정희 전 대통령은 당연히 우리나라 산업화의 공이 큰, 보수정당의 책임을 상징한다”면서도 “그렇지만 저는 3공화국 때 (박정희) 대통령은 몰라도 유신 이후 박정희 전 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 헌법 가치를 존중하는 보수정당이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에 대해 다시 한번 되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천하람 후보의 주장을 보면, 이런 사고방식을 가진 이가 소위 ‘보수당’의 당적은 그간 왜 갖고 있었는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또한, 박정희 전 대통령의 독재에 대해서는 비판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가 이룬 집권 기간에 이룬 성취는 절대로 ‘무시’하거나 ‘평가 거부’를 당할 사안이 아니다. 

더구나 천하람 후보가 부정적으로 평가한 ‘4공화국’ 시절 박정희 전 대통령은 본격적으로 ‘중화학공업 육성 정책’을 추진했다. 그 결과 자동차, 조선, 화학, 건설 등 지금의 대한민국 주요 산업이 기반을 갖추게 됐다. 사실상 지금 대한민국에서 잘 나간다고 하는 기업들이 그때 태동했고, 성장했다. 

“산업화의 공이 크다”고 하면서도 4공화국의 시절의 성취는 외면하고, ‘유신’ 운운하며 평가 절하하는 행태는 우리 국민들에게 얼마나 공감을 얻을 수 있을까. 또한 과거 발언과 달리 ‘박정희, 김대중’에 대한 생각을 묻자, “보수정당이 유신 이후 박정희 전 대통령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에 대해 다시 한번 되돌아봐야 한다”는 식으로 애매모호하게 답변하는 태도는 무엇인가. 

3년 전 박 전 대통령을 그토록 무시했던 천하람 후보가 지금 와서는 그 평가를 ‘유보’하고, 자신이 아닌 “보수정당이 되돌아봐야 한다”고 회피하는 듯한 태도를 보인다면, 아직 본격적인 정치를 하지도 않은 이가 벌써 그런 모습을 보인다면, 대체 그가 얘기하는 ‘정치’를 의미 있게 받아들일 국민이 과연 몇이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한편, 천하람 후보가 부정적인 평가를 한 박정희 전 대통령은 독재는 했어도 산업화를 이뤘고, 자주국방을 내세워 국가안보를 강화했다. 그런데 그가 ‘한 표’를 준 김대중 전 대통령은 어떤가. 그는 지금 우리가 북한의 ‘핵 노예’가 될 위기에 놓인 데 대한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김대중 정부는 북한의 핵개발 야욕과 진행 상황을 알면서도 묵인한 채 대북 지원을 확대했다. 노무현 정부 당시 고영구(高泳耉) 국가정보원장은 2003년 7월 10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출석해 북한이 1997년부터 2002년 9월까지 70여 차례 고폭 실험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고폭 실험은 핵무기의 뇌관인 핵 기폭 장치 개발을 위한 고성능 폭발 실험을 말한다. 김대중 정부는 북한의 고폭 실험 상황을 1998년 4월부터 파악하고 있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북한의 핵개발이 진행 중이란 걸 알면서도 북한 김정일과의 ‘정상회담’을 위해 4억5000만 달러를 불법 송금했다. 

그런데 김대중 전 대통령은 2001년, “북은 핵을 개발한 적도 없고, 개발할 능력도 없다. 대북지원금이 핵개발에 악용된다는 말은 터무니없는 유언비어다. (북이 핵을 개발하면) 내가 책임지겠다”고 했다. 책임을 지겠다던 이는 북한이 1차 핵실험(2006년)을 했을 때 대체 뭘 했나? 그는 결국 이 세상에 없고, 북한은 다수의 핵을 갖고 있고, 우리 국민은 북한의 핵위협에 노출돼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다. 

이랬던 김대중 전 대통령을 ‘큰 정치인’ ‘시대 흐름을 만든 정치인’이라고 칭송하는 이가 과연 소위 ‘보수당’의 당 대표는커녕 당원 자격이 있다고 할 수 있을까. 상기한 그의 발언을 보면, 객관적으로 국민의힘보다는 더불어민주당 당적이 천하람 후보에게 더 어울리지 않을까. 

글=박희석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