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강(自强)·분당(分黨)·통합(統合)’…내홍 속 바른정당의 행보 : 월간조선

개혁보수의 기치를 내걸고 탄생된 바른정당의 독자행보에 암운(暗雲)이 드리웠다.

최근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소속 일부 의원들이 ‘보수우파 통합 추진위원회’를 추진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에 이어 바른정당 내 자강파 의원과 통합파 의원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관련 내용을 보도한 언론들은 “한국당으로 갈 테면 가라”는 자강파와 “통합열차는 이미 출발했다”는 통합파의 내분(內紛)이 현재진행형으로 보도했다.

27~29일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바른정당 내 자강론과 통합론이 마찰을 빚은 갈등의 씨앗은 27일 열린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중진 의원들 간 만찬회동이었다. 당시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소속 3선 의원 12명은 이날 저녁 서울 여의도 소재의 한 식당에서 만나 ‘보수우파 통합 추진위원회’를 추진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저녁모임엔 이철우 자유한국당 의원과 강석호, 권성동, 김성태, 여상규, 유재중, 이명수, 홍일표 의원(이상 자유한국당 소속) 등 총 8명이 참석했다. 여기에 김영우 바른정당 의원과 김용태, 이종구, 황영철 의원(이상 바른정당 소속) 등 총 4명이 참여했다. 더해 같은 날 오전엔 김무성 바른정당 의원과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이 함께하는 초당적 공부 모임 ‘열린토론 미래’ 토론회가 열려 미묘한 상징(象徵) 구도를 이뤘다.

해당 저녁모임을 추진한 이철우 자유한국당 의원은 만찬회동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두 당 지도부에 이야기하고 다음 달 11일 오전 한 번 더 국회에서 만나 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의원과 같이 모임을 주선한 김영우 바른정당 의원 또한 “지금 한국당도 바른정당도 건강한 수권정당으로 이미지가 너무 약하다”며 “보수가 뭉치면서 다시 태어나는 계기가 필요하다는 얘기가 있었다”고 전했다.

다음날 자강파로 분류되는 하태경 바른정당 의원이 반기를 들었다. 28일 라디오에 출연한 하 의원은 “(보수우파 통합추진위원회는) 지도부와 전혀 상의하지 않은 그냥 몇몇 개인들의 일탈 행위”라고 규정했다. 이어 “기본적으로 바른정당 창당 정신을 훼손하는 해당(害黨) 행위이기 때문에 당내에서 이 부분은 심각하게 문제제기가 될 것 같다”고 강조했다. 하 의원은 전날 저녁모임을 추진한 김영우 의원에 대해서도 “석 달 전 전당대회 때도 김 의원이 ‘보수통합, 보수원탁회의’를 주장하며 경선에 참여를 했는데 심판을 받았다”며 “당시 김 의원이 지지율이 제일 낮은 원인도 일종의 ‘묻지마 보수통합’ (때문)이었다”고 비판했다.

바른정당 내 자강파의 수장(首長)인 유승민 의원의 입에서도 쓴 소리가 나왔다. 28일 국회에서 열린 바른정당 의원전체회의에서는 ‘보수우파 통합추진위원회’ 논의결정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컸다. 이날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난 유 의원은 ‘보수우파 통추위 추진 모임’에 대해 “(동참 의견을 가진 의원들만의) 개인적인 일탈행위라고 생각한다”고 선을 그었다. 또 “지금 당의 유효한 결론은 지난번 비대위(비상대책위원회)가 무산되고, 당의 국회의원 20명 전원이 만장일치 합의한 11월 13일 전당대회가 공식입장”이라고 했다. 독자생존이 곧 바른정당의 공식행로라는 뜻이었다.

유 의원은 “사전에 그런 모임(보수우파 통추위 추진 모임)이 있는지 얘기를 들은 것은 없고 보도를 통해 알았다”며 통추위 모임을 결성한 김영우 의원에 대해서도 “오늘 (회의에서) 그런 얘기가 일부 나왔는데 최고위원(김영우 의원)이 그렇게 한 건 적절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이날 지상욱 의원 역시 김 의원을 겨냥해 “현직 최고위원이 10월 11일 통합추진위를 발족하겠다고 하고 더 나아가 함께 모여서 새로워지자고 했다”며 “이것은 당을 합치자는 것으로밖에 해석이 안 된다”고 했다. 같은 당 진수희 최고위원 역시 “빠른 통합을 원하는 분들에게 강력하게 요구한다. 그렇게 한국당으로 귀순하고 싶으면 개별적으로 넘어가라”고 했다.

이 같은 자강과 통합의 찬반(贊反) 대립에 일각에선 바른정당이 ‘분당(分黨) 국면으로 접어드는 게 아닌가’ 하는 말들이 나온다. 앞서 한국당과의 통합 반대를 확고히 했던 자강파의 맹공(猛攻)에도 통합파 의원들의 ‘보수 통합 추진’ 열기는 식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통추위’ 논의를 주도한 김영우 의원은 28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글에서 “안보 위기와 적폐 청산의 광풍 앞에 보수 야당들이 싸움만 하는 건 정권을 뺏긴 데 이어 더 큰 역사적인 죄를 짓는 것”이라며 “(이제는 보수끼리) 뭉치자”고 역설했다.

통합파 중 한 의원 또한 "자강파는 문재인 정부의 포퓰리즘 폭주(暴走)와 정치보복 드라이브에 맞서기보다 '친박 청산' 타령을 하며 한국당 공격에 열을 올리지 않았느냐"고 쏘아붙였다. 현재 자강파는 선(先)자강-후(後)통합 기치를, 통합파는 내년 지방선거 전 '당대당 통합'을 주장하고 있다.

이 가운데 금일 바른정당은 내분 수습에 나섰다. 29일 바른정당은 의원총회를 열어 ‘보수우파 통합 추진위원회’가 당의 입장이 아니라고 결론지었다. 흔들림 없이 오는 11월 13일 전당대회를 통해 새 지도부를 선출하겠다고 밝혔다. 주호영 바른정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통추위는) 당을 대표하거나 당의 뜻이 반영된 것이 아닌 개인 자격이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어느 때보다 당의 단합이 중요하다고 많은 분이 공감했다”며 “당의 진로와 관련해서 내년 지방선거, 그 이후의 진로까지 우리끼리 자주 모여 어떤 생각을 갖고 있으며 어떻게 돌파할 것인지 논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물론 이것으로 갈등의 불씨가 완전히 사그라진 것은 아니라는 시각도 나온다. 29일 《문화일보》 보도에 따르면 비공개로 진행된 이날 회의에서 통합파 의원들은 “문재인 정부의 독주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바른정당과 한국당 등 보수진영이 서로 계속해서 나뉘어 있으면 안 되고 뭉쳐야 한다”고 또 다시 주장했다. 이에 자강파 의원들은 “한국당이 전혀 변한 게 없는데 이런 식으로 통합하면 국민이 어떻게 보겠냐”고 응수했다.

11월 13일 예정된 전당대회에 대해서도 당내 걱정스런 논의가 분분하다. 같은 보도에 따르면 바른정당 관계자는 “유 의원이 출마하면 당권을 쥘 가능성이 높은데 이 경우 상당수 통합파 의원이 한국당으로 넘어갈 명분이 생긴다”며 “자칫 바른정당이 ‘보수의 정의당(원내 5당)’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분당 사태를 염려하기도 했다.

한편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9월 25일자(2476호) 《주간조선》과의 인터뷰에서 바른정당과의 통합과 관련된 질문에 다음과 같은 답변으로 여운을 남겼다.

"큰 배가 고장 나자 침몰할까 싶어 먼저 구명정 타고 도망간 사람들이 한참 저어가다 뒤돌아보니 배가 다 수리되어 정상운행 하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돌아오지 않고 망망대해를 떠돌면 태풍을 견뎌내겠는가."

글=신승민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