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에 도착한 당시 비난하듯 발언한 내용. 사진=MBC 뉴스 캡처
북한이 대외적으로는 국제사회를 향해 연일 위협적 발언을 쏟아내면서도 대북(對北) 지원 요청은 은밀하게 지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3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 보도에 따르면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유엔개발계획(UNDP)과 유니세프(UNICEF) 관계자를 만난 것으로 확인됐다.
유엔개발계획 측은 “유엔주재 북한대표부의 요청으로 22일 리 외무상 일행을 만나 유엔개발계획의 대북 지원 프로그램에 대해 논의했다”고 말했다. 유엔아동기금 측 또한 “리 외무상과 김창민 외무성 국제기구 국장을 만나 북한에서 진행 중인 프로그램에 대해 논의했다”고 전했다. 리 외무상의 비공개 지원 외교는 작년 제71차 유엔총회 기간에도 함경북도 홍수 피해 복구를 빌미로 진행됐다.
북한의 지원 요청에 대해 유엔 내부 소식통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들을 계속 위반함으로써 그 간접적 여파로 유엔의 대북 지원 규모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리 외무상은 유엔개발계획 측과 대북 지원 프로그램을 논의한 다음날인 23일 유엔 본부에서 열린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북한은 책임 있는 핵보유국”이라며 미국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해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과대망상이 겹친 정신이상자”라며 “권모술수를 가리지 않고 한생을 늙어온 투전꾼이 미국 핵 단추를 쥐고 있는 위험천만한 현실이 (오히려) 국제 평화에 최대 위협”이라고 공박했다. 이어 “미국과 그 추종 세력이 우리 공화국 지도부에 대한 참수나 군사적 공격 기미를 보일 때는 가차 없는 선제 행동으로 예방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리 외무상은 25일에는 북한 외교단 숙소인 뉴욕 소재 호텔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트럼프가 지난 주말 또 다시 우리 지도부에 대해 ‘오래가지 못하게 할 것’이라는 말을 동원함으로써 끝내 선전포고를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어 “이는 미국의 현직 대통령이 한 말이기 때문에 명백한 선전포고”라며 “유엔 헌장은 개별적 회원국의 자위권을 인정하고 있다. 지금 유엔총회에 참가하는 모든 회원국을 포함한 전 세계는 이번에 미국이 먼저 우리에게 선전포고를 했다는 것을 똑똑히 기억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리 외무상은 “미국이 선전포고를 한 이상 앞으로는 미국 전략 폭격기들이 설사 우리 영공선을 넘어서지 않는다고 해도 임의의 시각에 쏘아 떨굴 권리를 포함해 모든 권리를 보유하게 됐다”며 “누가 더 오래가는 지 가보면 알게 될 것”이라는 말로 회견을 마치고 귀국길에 올랐다.
미국 국방부도 군사옵션을 거론하며 리 외무상 발언에 맞불을 놓았다. 같은 날 로버트 매닝 미 국방부 대변인은 리 외무상의 군사대응 발언에 대해 “북한이 도발 행위를 중단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대통령에게 북한에 대처하기 위한 선택지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매닝 대변인은 “우리는 동맹국과 파트너, 미 본토를 안전하게 방어하기 위한 모든 옵션을 행사할 것”이라며 “미군은 당장에라도 전투에 임할 수 있는 ‘파이트 투나잇(Fight tonight)’ 태세를 갖추고 있고, 북한을 면밀히 감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월간조선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