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이 영빈관을 신축하겠다며 878억원의 예산을 신청했다가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로 철회했다.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의 청와대 영빈관이 최악”이라고 했던 탁현민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의 발언이 소환되어 화제가 되고 있다.

문재인 정권 시절 ‘쇼통’의 기획자로 널리 알려져 있는 탁현민 전 의전비서관은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 자리에서 물러난 지 얼마 안 된 2019년 2월 10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세계 여러 나라의 국빈행사장과 의전 행사장소를 둘러봤지만, 고백하건대 우리나라의 청와대 영빈관이 최악이라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탁 전 비서관은 “오늘 프랑스 파리의 오페라극장에서 공연을 보며 청와대 영빈관을 떠올렸다”면서 “청와대에 있을 때 가장 아쉬웠던 것 중 하나가 영빈관이다. 말이 영빈관이지 실은 구민회관보다 못한 시설이다. 어떤 상징도 역사도 스토리텔링도 없는 공간에서 국빈만찬과 환영공연 등 국가행사를 진행하는 것이 늘 착잡했다”고 말했다.

탁 전 비서관은 “아무리 좋은 음식이라도 어떤 그릇에 담아내느냐에 따라 가치가 달라지는 것처럼, 국격을 보여주는 데 행사가 진행되는 공간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면서 “연출가로서 말씀드리자면, 행사 성패의 절반은 공간이 좌우한다”고 주장했다.

탁현민 전 비서관은 그러면서 영빈관을 개보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절망스럽게도 꽤 오랫동안 영빈관은 달라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국회에서는 영빈관 개보수 예산을 절대 승인하지 않을 것이고, 여당과 정부도 그것을 요구하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라고 예상했다. 마치 윤석열 정부의 대통령실이 영빈관 신축 예산을 신청하자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바로 반대하면서 예산 삭감을 다짐했던 상황을 예견한 것처럼.

탁현민 전 비서관은 “정치적 견해는 서로 다를 수 있으며 반대할 때는 반대할 수도 있지만, 안 그래도 되는 것도 있다”며 “국격은 국가의 격이 아니고 국민의 격이다. 청와대 직원은 야근하며 삼각김밥만 먹어도 좋으니, 멋지고 의미 있는 공간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네티즌들은 “영빈관 신축에 힘 실어준 탁현민 발언....와..이 발언이 재평가 될 줄이야...” “탁현민 의도치 않게 윤석열 정부에 도움을 주고 있구나!😉 박수👏   땡큐^^” “탁현민도 조국,이재명에 지고싶지 않아서 탁만대장경을 ㅋㅋㅋㅋ” “윤대통령은 탁현민의 간절한 소원을 넓은 아량으로 적극적으로 들어줄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정미경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도 9월 16일 KBS '여의도사사건건'에 출연, 탁현민 전 비서관의 '영빈관 발언'을 상기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