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이 비례대표 국회의원 총사퇴에 대한 사상 초유의 전 당원 총투표를 진행하고 있다. 해당 투표는 지난달 31일 개시됐다. 투표는 오는 4일까지 진행하고, 같은 날 결과를 발표한다. 

당원 20% 이상에 해당하는 인원이 투표하고, 투표자의 과반수가 찬성하면 '비례대표 의원 총사퇴' 안건은 가결된다. 그럴 경우 현재 정의당 이름으로 국회의원직에 있는 이은주, 장혜영, 류호정, 배진교, 강은미 등 5인은 비례대표 의원직을 고수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정의당이 지금과 같은 21대 국회 들어서 '비호감도 1위' 정당이 되고, 지금과 같은 국민적 '무관심' 대상으로 전락한 이유는 무엇일까. 정치적으로는 더불어민주당의 '2중대' 역할을 하면서 그 정체성을 스스로 내팽개쳤기 때문이다. 경제적으로는 국민 실생활과 괴리된 주장만 늘어놨기 때문이다. 근로자 전체의 이익과 무관한, 자칭 '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의 과격한 주장에 동조하고, 그들의 세력에 의존하려는 듯한 행태를 보였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는 창당 이래 줄곧 정의당의 '얼굴' 역할을 했고, 대선 후보로 계속 해서 나왔으며, 당 대표를 맡기도 한 심상정 의원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전 당원 투표에서 총사퇴 권고안이 가결돼 비례대표 의원 5명이 사퇴할 경우 '4선' 심 의원의 '진퇴'에 대해서는 아무런 얘기가 없다. 심 의원이 그대로 있는 한 정의당이 '쇄신'을 위해 전 당원 투표를 하고, 비례대표를 교체한다고 해도 결국 '몸통'은 그대로 있고, '깃털'만 날리는 '보여주기식 이벤트'를 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쉽지 않을 수밖에 없다. 

심상정 의원은 2019년 당시 더불어민주당과 선거제 개편안을 만들고 나서 '비례대표 의석'을 분배하는 방식과 관련해서 '국민들은 알 필요 없다'는 식으로 발언했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며,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헌법' 제24조는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선거권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심 의원 같은 '국회의원'들은 '헌법' 제41조 1항 "국회는 국민의 보통ㆍ평등ㆍ직접ㆍ비밀선거에 의하여 선출된 국회의원으로 구성한다"는 규정에 의해 국민이 선출한 '대리인'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그 국회의원이 마치 주권자인 국민을 무지몽매한 '백성' 또는 '신민'으로 취급하는 듯한 발언을 스스럼 없이 내뱉은 것은 '헌법'이 규정한 국민의 권리보다 자기 세력의 의석 늘리기가 더 중하다는 본심의 '발로(發露)'가 아니었을까. 

당시 심상정 의원은 '산식'을 묻는 기자들에게 "산식이 굉장히 복잡하다. 정해지면 나중에 컴퓨터로 처리하면 된다"고 했다. 산식을 보여달라는 요구에는 "산식은 여러분들이 이해 못해요"라고 했다. 이어서 "기자들이 이해하지 못 하는 산식으로 국민을 어떻게 설득할 거냐?"고 묻자 "국민들은 산식이 필요 없어요. 예를 들어서 컴퓨터를 칠 때 컴퓨터 치는 방법만 알면 되지 그 안에 컴퓨터 부품이 어떻게 되고 이런 것은 알 필요가 없지 않으냐"라고 주장했다. 

심상정 의원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신설 등을 강행하기 위해 더불어민주당이 던진 '미끼' 같은 '선거제 개편'을 덥석 물고서 '주권자'인 국민은 알 필요도 없고, 총선이 끝난 지 2년이 훨씬 더 된 지금까지도 이해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난도질'하는 '야합'을 주도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또한 심상정 의원은 정치권에 대한 '국민 불신' '정치혐오'는 갈수록 고조되고, 국회의원 정원을 줄여야 한다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가운데 국회의원 정수 10% 확대를 주장했다. 이론적으로는 일견 타당한 구석이 있다고 하더라도 국내 정치권 현실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고, 시급한 문제라고 볼 수 없는데도 이런 주장을 했다. 바로 여기서 우리는 국민 실생활과 괴리된 정의당의 '현실'을 엿볼 수 있다. 

정의당은 그간 민생과는 별 상관도 없는 '페니미즘'을 들고 나와 성별 갈등을 조장하거나 또는 그 갈등에 편승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그 당의 대표직을 맡은 모 인사는 자당 비례대표 의원을 상대로 성추행을 했다가 자진사퇴하기도 했다.

이 같이 현실과 동떨어진, 자기들만의 세계에서 사는 정의당은 국민적 관심을 받을 수 없는 정당으로 전락했다. 그 과정에는 분명히 '심상정'이란 인물이 있었다. 그는 그간 정의당 '얼굴'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정의당에 관심이 많지 않은 우리 국민 대다수는 지금도 정의당 대표직을 심 의원이 맡고 있다고 여긴다. 실상은 대표직에서 물러난 지 2년 이상 됐는데도 그렇다. 

이를 고려했을 때, 또 그간 심상정 의원이 정의당을 이끌 당시 언행을 감안했을 때, 또 그에 대한 대중적 염증과 무관심을 반영했을 때, 그의 '진퇴'에 대한 얘기가 나오지 않는 점을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단순히 '지역구 의원'이란 이유만으로 정의당에서 가장 영향력이 크고, 유명하고, 객관적으로 '정의당'이란 간판 아래 가장 많은 정치적 지위와 권력을 누렸던 이가 '쇄신 대상'에서 제외된다면, 그걸 '정의'라고 할 수 있을까. '정의'가 없는 정의당이 아무리 몸부림 친들 국민적 관심을 받을 수 있을까. 

글=박희석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