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의 경찰국 신설에 반발하며 소위 '전국 경찰서장 회의'란 임의 협의체를 만들어 '집단행동'을 강행한 경찰 총경(작은 무궁화 4개, 경찰서장 계급)들은 앞으로 어떤 법적 절차를 거쳐 징계를 받을까. 

자칭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제안하고, 이를 주도한 류삼영 전 울산 중부경찰서장은 현재 경찰청 차장으로서 청장 직무대행을 하고 있는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의 '모임 해산' 지시를 어기고, 회의를 강행했다. 이에 대해 경찰청은 회의 종료 후 류 전 서장에 대해 대기발령 조치를 내렸다. 

류삼영 전 서장은 이에 대해 언론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게 바로 장관한테 인사권이 주어지면 안 된다고 얘기한 증거” “장관이 인사권을 쥐었을 때 ‘까불면 죽는다’는 것을 시범 보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경찰청의 해당 조처는 법리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다. 현행법과 과거 판례를 종합하면, 이 같은 경찰청의 대응은 너무나도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경찰 일선 조직을 지휘하는 총경들의 '집단항명'이 갖는 중대한 의미는 앞선 기사에서 언급했다. 그럼에도 다시 강조하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의 안전을 책임지는 '준(準) 군사 집단'인 경찰, 각종 범죄 수사부터 민생 곳곳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경찰의 '지휘관'들이 정부 정책에 반발하고, 상부 지시를 어기고, 집단행동을 한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이들이 만일 군인이었고, 해당 행위에 대해 '군 형법'을 적용할 경우 어떤 형벌을 받을지 장담할 수 없다. 정말 이들이 군인이었다면, 아무리 그들에게 유리하게 해석해도 해당 모임의 '수괴'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 기타 가담자는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진다. 

그런데 류삼영 전 서장과 소위 '전국 경찰서장 회의'에 참여한 경찰 총경 간부들은 '경찰공무원'이다. 이들에게 적용할 수 있는 법은 '군형법'이 아니라 '국가공무원법' '경찰공무원법' 등이다. 이 중 경찰청장 직무대행의 명령이나 제지에 따르지 않고,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강행한 행태에 대해서는 '국가공무원법' 상 '복종의 의무' 위반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도 있다.

현행 '국가공무원법'은 제57조에서 "공무원은 직무를 수행할 때 소속 상관의 직무상 명령에 복종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소위 '경찰 총경' '경찰서장' 신분을 내세워 법률에 근거도 없는 '전국 경찰서장 회의'란 이름을 달고 집단행동을 시도하고, 상관인 경찰청장 직무대행의 지시를 어겼다면, 이에 대해서는 '복종의 의무'를 위반했다는 지적이 가능한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국가공무원법' 제63조는 국가공무원으로 하여금 '품위 유지의 의무'를 강제한다. "공무원은 직무의 내외를 불문하고 그 품위가 손상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내용이다. 이어서 같은 법률 제66조 1항은 "공무원은 노동운동이나 그 밖에 공무 외의 일을 위한 집단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며 '집단 행위의 금지'를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공무 이외의 일을 위한 집단적 행위’란 법률적으로 ‘공익에 반하는 목적을 위하여 직무전념의무를 해태하는 등의 영향을 가져오는 집단적 행위’다. 명목상 '경찰 독립' 운운한 '전국 경찰서장 회의' 주도·참가자들이 '공익'을 주장할 경우 이를 적용하기 어려울 수 있지만, 대법원 판례를 보면 이들의 행태는 '집단행위'에 해당한다고 해석해도 크게 문제될 게 없다.   

해당 법률 조항과 과거 판례를 고려하면, 23일 경찰청 상위 기관인 행정안전부의 '경찰국 신설' 방침에 반발하고, 경찰 지휘 체계의 정당한 명령을 이행하지 않고, 집단 행동을 통해 정부와의 갈등 상황을 국민에게 드러냈다고 비판 받을 가능성이 큰 소위 '전국 경찰서장 회의' 주도·참여자들은 '품위 유지 의무'를 위반했다고 지적을 피하기 쉽지 않을 수 있다. 

과거 국가공무원이 정부와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품위 유지 의무를 위반해 정직 처분을 받고 나서 그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냈을 때, 사법부는 그 '징계'가 타당하다고 판시한 바 있다. "공무원이 외부에 자신의 상사 등을 비판하는 의견을 발표하는 행위가 공무원으로서의 체면이나 위신을 손상시키는 행위에 해당하므로 징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음은 해당 판결문 중 '전국 경찰서장 회의' 주도·참여자들의 상황과 비슷한 내용이 기술된 대목을 요약한 것이다.  

〈공무원들의 어느 행위가 ‘집단행위’에 해당하려면, 여럿이 같은 시간에 한 장소에 모여 집단의 위세를 과시하는 방법으로 의사를 표현하거나 여럿이 단체를 결성하여 그 단체 명의로 의사를 표현하는 경우, 실제 여럿이 모이는 형태로 의사표현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발표문에 서명날인을 하는 등의 수단으로 여럿이 가담한 행위임을 표명하는 경우 또는 일제 휴가나 집단적인 조퇴, 초과근무 거부 등과 같이 정부활동의 능률을 저해하기 위한 집단적 태업 행위로 볼 수 있는 경우에 속하거나 이에 준할 정도로 행위의 집단성이 인정되어야 한다. 

공무원이 외부에 자신의 상사 등을 비판하는 의견을 발표하는 행위는 그것이 비록 행정조직의 개선과 발전에 도움이 되고, 궁극적으로 행정청의 권한행사의 적정화에 기여하는 면이 있다고 할지라도, 국민들에게는 그 내용의 진위나 당부와는 상관없이 그 자체로 행정청 내부의 갈등으로 비춰질 수 있다.  

이는 행정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실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발표 내용 중에 진위에 의심이 가는 부분이 있거나 표현이 개인적인 감정에 휩쓸려 지나치게 단정적이고 과장된 부분이 있는 경우에는 그 자체로 국민들로 하여금 공무원 본인은 물론 행정조직 전체의 공정성, 중립성, 신중성 등에 대하여 의문을 갖게 하여 행정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실추시킬 위험성이 더욱 크다. 그러므로 그러한 발표행위는 공무원으로서의 체면이나 위신을 손상시키는 행위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경찰청이 실제로 '전국 경찰서장 회의' 주도·참여자들이 '국가공무원법'상 '복종의 의무' '품위 유지 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했을 때, 그들을 상대로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을까. 

'국가공무원법' 제78조에 따라 국가공무원이 "이 법 및 이 법에 따른 명령을 위반한 경우" 또는 "직무의 내외를 불문하고 그 체면 또는 위신을 손상하는 행위를 한 때"는 징계 의결을 요구하고, 그 결과에 따라 징계 처분을 해야 한다. 이는 해당 기관이 임의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법률이 규정하고, 강제하는 '법적 의무'다. 정치적 판단이 개입될 여지가 사실상 없다는 얘기다. 

글=박희석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