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사운드에 풍덩 빠질 각오가 되어 있다면 록 음악 마니아인 최영무 선생의 길을 따라가 보자.

《헤이, 헤이 마이 록(Hey, Hey, My Rock)》(명작 刊)의 저자인 그는 ‘맑거나 부드러운 기타 사운드’가 무언지 보여주기 위해서 평생 아끼던 비장의 몇 곡을 추천해 주었다.

음악평론가인 최 선생에 따르면, ‘맑거나 부드러운 기타 사운드’에도 하위 범주를 여러 개로 나눌 수 있다.

①가볍게 찰랑거리는 기타 사운드 ②투명하게 울리는 기타 사운드 ③잡티 없이 카랑카랑한 기타 사운드 ④깔끔하고 세련된 기타 사운드 ⑤꿈결같이 아련한 기타 사운드 ⑥물 흐르듯 유연한 기타 사운드 ⑦그루부한 리듬의 기타 사운드 ⑧화사한 기타 사운드 등으로 나누었다.

선생의 친절한 말투를 살려 ‘~습니다’ 체로 전한다.

①가볍게 찰랑거리는 기타 사운드

기타리스트 조니 마(Johnny Marr, 영국 밴드 ‘스미스’)의 기타 사운드가 대표적입니다. 인디 록 밴드인 스미스 시절의 ‘Heaven Knows I'm Miserable Now’와 ‘This Charming Man’의 곡에서 특유의 찰랑거리는 기타 사운드를 들려줍니다. 그의 천재적이고 독창적인 기타 사운드는 뒷날 노엘 갤러거(Noel Gallagher)를 포함한 맨체스터 신(Manchester Scene) 뮤지션들에게 커다란 영향을 줬어요.

덧붙여 설명하자면 조니 마는 1980년대 초반 영국의 인디 밴드의 기타리스트로 특유의 가볍고 찰랑거리는, 영어로는 징글쟁글(Jingle Jangle) 소리로 유명합니다. 후대 브릿 팝 뮤지션들과 인디 록 밴드들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으며 스미스 시절에 보컬리스트인 모리 세이와 팀의 주축으로 작곡/작사를 협업하였죠.

②투명하게 울리는 기타 사운드

뉴에이지(New Age) 분야의 핑거 스타일(Finger Style) 기타리스트 마이클 헤지즈(Michael Hedges)의 ‘Aerial Boundaries’는 맑은 어쿠스틱 기타 사운드가 흰 구름 사이에서 울리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비슷한 연주풍의 기타리스트 필 키기(Phil Keaggy)의 ‘In The Light Of Common Day’와 ‘Addison's Walk’도 강물 위로 눈부시게 부서지는 햇빛을 연상시키는 곡입니다.

마이클 헤지즈는 미국의 어쿠스틱 기타리스트로 뉴 에이지 음악을 주로 하는 윈덤 힐(Windam Hill) 레이블을 통해 유명해졌습니다. 자신만의 핑거 스타일 주법과 독창적인 음악으로 유명하며 39세인 1997년에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③잡티 없이 카랑카랑한 기타 사운드

미국의 얼터니티브 록 밴드 조박스(Jawbox)가 연주한 ‘Savory’의 기타 사운드는 선명하고 카랑카랑합니다. 또 다른 예는 레니 크래비츠(Lenny Kravitz)의 ‘Always On The Run’, 미닛멘(Minutemen) 기타리스트 디 분(D. Boon)의 ‘The Glory Of Men’, 그리고 랜디 로즈(Randy Rhoads)의 ‘Dee’가 있습니다.

요절한 기타리스트 랜드 로즈

LA메탈 밴인 콰이어트 라이엇(Quiet Riot)과 블랙 사바스(Black Sabbath) 출신인 오지 오스본(Ozzy Osbourne)의 ‘오지 오스본 밴드’의 기타리스트였던 랜디 로즈는 헤비 메탈 기타리스였지만 클래식 기타에도 능한 역대 최고 수준의 기타리스트였습니다.

이 곡은 자신의 음악세계에 지대한 영향을 준 어머니 덜로레스 로즈(Delores Rhoads)를 위해 헌정한 곡으로 초반의 연습 부분도 같이 녹음되어 더욱 정감 어립니다. 

덜로레스 로즈는 미국 LA의 밸리 빌리지에서 음악학원을 운영했는데 랜디 로즈는 6~7살 때부터 어머니에게 클래식 기타를 배웠다고 합니다. 어머니는 15가지 다양한 종류의 악기를 다룰 줄 알았다고 해요. 가장 자신있던 악기는 트럼펫과 코넷이었고 피아노, 바이올린, 플루트, 푸르겔후른을 연주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지난 2015년 사망했는데 여든이 될 때까지 학생들을 가르쳤다고 전해요. 지금 이 학원은 현재 랜디의 형 켈 로즈(Kelle Rhoads)가 운영하고 있어요. 켈 역시 뮤지션으로 활동했다고 하고요. 학원명은 Musonia school of Music입니다.

랜드 로즈의 어머니 덜로레스가 운영하던 미국 LA에 있는 음악학원

④깔끔하고 세련된 기타 사운드

영국의 록 밴드 플리트우드 맥(Fleetwood Mac)에는 여러 유명 기타리스트가 거쳐 갔습니다. 밥 웰치(Bob Welch)가 이 밴드의 기타리스트였을 때 발표한 ‘Bare Trees’의 기타 사운드는 깔끔합니다. 린지 버킹엄(Lindsey Buckingham)이 밴드 탈퇴 후 솔로 시절의 곡 ‘Trouble’의 기타 사운드는 세련되었습니다. 또 다른 기타리스트 제러미 스팬서(Jeremy Spencer)도 자신의 밴드 제러미 스팬서 밴드의 ‘Travelling’에서 비슷한 분위기의 기타 사운드를 들려 줍니다.

참고로, 플리트우드 맥이 아직 블루스 록 밴드 시절에 유명 기타리스트들이 거쳐 갔죠. 그 중 한 명인 밥 웰치는 솔로로 나간 뒤 ‘에보니 아이즈(Ebony Eyes)’라는 팝송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기타리스트입니다. ‘Bare Tree’는 그의 순수한 시절을 엿볼 수 있는 깔끔하고 아름다운 노래라 생각합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