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 부사장 자살...검찰 수사 중 목숨을 끊은 명사(名士)들 : 월간조선

김인식 부사장. 사진=조선DB

김인식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부사장이 21일 경남 사천 자택에서 스스로 목을 매 목숨을 끊었다. 김 부사장은 검찰의 KAI 수사와 관련해 소환되거나 조사를 받지 않았지만 하성용 KAI 전(前) 사장의 검찰 조사에 큰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유서에는 '열심히 잘해 보려고 했는데 결과가 좋지 않아 안타깝고, 누를 끼쳐 죄송하다'고 적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인식 부사장 뿐 아니라 노무현 전 대통령, 정몽헌 전 현대그룹 회장 등 고위층 명사(名士)들이 검찰 수사를 받던 중 중압감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하는 사건이 일어나 우리 사회에 충격을 주곤 했다. 아래 표는 검찰 수사 중 목숨을 끊었던 명사들의 사례를 사건 발생 역순으로 정리한 것이다.

	이인원 롯데그룹 부회장이 작년 8월 26일에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의 한 산책로에서 목을 매 목숨을 끊었다. 이 부회장은 롯데그룹 비자금 문제로 검찰 출석을 앞두고 있었다. 유서에는 "롯데그룹에 비자금은 없다. 이렇게 어려운 시기에 먼저 가서 미안하다. 신동빈 회장은 훌륭한 사람이다"라며 끝까지 회사와 신 회장을 옹호하는 모습을 보였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은 자원개발비리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던 중 2015년 4월 9일 북한산 형제봉 인근에서 목을 매 목숨을 끊었다. 성 전 회장은 "내가 왜 자원외교 비리의혹 수사의 표적이 됐는지 모르겠다"며 억울함을 호소하며 극단적 선택을 했다. 죽기 전 특정인의 이름과 금액을 적은 메모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를 작성해 논란이 됐었다. 리스트에는 유력 정치인 8명의 이름도 적혀 있었다.
	김광재 전 한국철도시설공단 이사장은 '철피아' 비리 의혹으로 검찰 조사를 받던 중 2014년 7월 4일 한강에 투신해 목숨을 끊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친인척 비리로 수상대상에 올랐다가 2009년 5월 23일 자택 뒷산인 봉화산 부엉이 바위에서 투신해 목숨을 끊었다.
	이수일 전 국정원 2차장은 국정원 도청 사건으로 조사를 받던 중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 배신자가 된 것 같다"고 괴로워하다 2005년 11월 20일 호남대 총장 관사에서 목을 매 목숨을 끊었다. 도청 사실을 알고도 근절하지 못한 데 대해 죄책감을 가졌던 것으로 보도됐다. 그가 3차 조사를 받은 직후에 임동원·신건 두 전직 국정원장이 구속됐다는 점에 비춰 ‘두 상관의 혐의를 털어놓은 데 대한 자책감을 이기지 못해 자살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었다.
	이준원 파주시장은 웅지세무대학 인허가를 내주는 과정에서 비리가 있었다는 의혹으로 검찰의 조사를 받던 중 2004년 6월 4일 한강에 투신해 목숨을 끊었다.
	박태영 전남지사는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 시절 인사·비리가 있었다는 의혹으로 검찰 조사를 받던 중 2004년 4월 29일 한강에 투신해 목숨을 끊었다.
	남상국 전 대우건설 사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인 노건평에게 대우건설 사장 연임을 부탁하며 3000만원을 건넨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던 중 노 전 대통령이 "대우건설 사장처럼 좋은 학교 나오시고 크게 성공하신 분들이 시골에 있는 별볼일 없는 사람에게 가서 머리 조아리고 돈 주고 그런 일 이제는 없었으면 좋겠습니다"고 말한 것을 듣고 모멸감을 느껴 2004년 3월 11일 한강에 투신해 목숨을 끊었다.
	안상영 부산시장은 부산 동성여객으로부터 비자금을 받았다는 혐의로 구속기소돼 구치소에 수감 중이던 2004년 2월 4일 목을 매 목숨을 끊었다. 안 시장의 친구였던 최병렬 당시 한나라당 대표는 “안 시장은 ‘노무현 대통령이 여러 번 같이 일하자고 하는 것을 거절했더니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말을 했다”면서 그의 죽음은 “권력에 의한 살인”이라고 주장했다. 안 시장이 자살하기 10여일 전 그를 면회했던 최 대표는 “노 대통령이 부산에 올 때마다 ‘도와달라, 같이 손을 잡자’는 말을 했다고 한다”면서 “그때마다 안 시장은 ‘도저히 못 견디겠다. 죽고 싶다’는 얘기를 했다”고 증언했다.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은 대북송금 사건 관련 검찰 조사를 받던 중 2003년 8월 4일 서울 종로구 계동 현대그룹 사옥 12층에서 투신해 목숨을 끊었다. 그의 죽음을 두고 '수사 과정에서의 가혹행위', '타살설' 등의 의혹들이 나왔었다. 2006년 1월엔 정 회장을 자살 전날 만났다는 한 검찰 관계자가 《월간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정 전 회장은 자살한 것이 아니라 타의에 의해 자살로 몰려갔거나 타살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