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룡 경찰청장이 임기를 약 한 달 남기고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 경찰 통제 및 관리를 위해 행안부 내에 경찰 업무 조직을 신설하고 행안장관의 경찰청장 지휘 규칙을 제정하겠다는 내용을 발표하기 약 2시간 전의 일이었다.

김 청장은 27일 낮 12시 기자회견을 갖고 “경찰청장에서 사임하고자 한다”면서 “행안부 경찰제도개선 자문위의 논의와 관련해 국민의 입장에서 최적의 방안을 도출하지 못해 송구하다”고 했다. 행안부 내에 이른바 경찰국을 신설하고 행안장관의 경찰청장 지휘 규칙을 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자문위의 권고안에 대해 여전히 반대한다는 견해를 밝힌 셈이다. 

이와 관련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최근 발표된 ‘경찰 통제 방안’에 대해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 장관은 행안부의 이번 경찰 제도 개선이 “역대 청와대(BH)에서 경찰을 직접 지휘·통제하던 비정상을 정상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역대 정부에서는 이른바 BH로 불리던 대통령실에서 경찰을 직접 지휘·통제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며 “행안부를 거치도록 하는 헌법과 법률에 위배, 행안부를 패싱한 것”이라고 말했다.

임기를 약 한 달 남기고 사의를 표명한 김 청장은 문재인 정부 때 초고속 승진을 이어왔다는 평가를 받은 인물이다. 

미국 워싱턴 주재관(경무관)으로 근무하던 2017년 12월 경찰청 생활안전국장(치안감)으로 승진했다. 경찰청 고위 관계자는 “외국에 근무하는 고위급 간부를 진급시키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라고 했다. 2018년 12월 경남지방경찰청장으로 자리를 옮긴 뒤 7개월 만인 2019년 7월 부산지방경찰청장(치안정감)으로 승진했다. 그로부터 11개월 뒤 경찰 총수인 경찰청장(치안총감)으로 파격 승진했다.

경남 합천 출신인 김 청장은 경찰대학(4기) 출신으로 노무현 정부 당시 청와대 치안비서관실 행정관으로 근무했다. 당시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었다.

이런 이유로 일각에서는 김 청장이 사의를 표명하면서 밝힌 행안부 내 경찰 관련 지원 조직인 ‘경찰행정지원관실’ 또는 ‘경찰국’(가칭) 신설과 지휘 규칙 제정 반대 견해는 '편파적'이란 지적도 나온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 회의에서 김창룡 경찰청장의 사의 표명에 대해 “경찰 지원국을 훼방 놓고 자기가 민주 투사라도 되는 양 자기정치하는 것”이라고 비난한 것도 같은 맥락이란 분석이다. 

글=최우석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