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당시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의 1기 의장을 지낸 '86세대' 운동권 출신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1일, 6·1 지방선거 참패 원인으로 이재명 의원과 송영길 전 대표의 출마를 지목했다. 또한 박지현 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의 이른바 '86용퇴론' 역시 패인이라고 주장했다. 

사실 '이재명의 인천광역시 계양구 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와 '인천시장을 지낸 송영길의 서울시장 출마'는 그 누가 봐도 아무런 명분 없는, 지지를 호소할 수 없는 작태였다. 

그럼에도 당시 더불어민주당은 이들의 출마가 정당하고, 타당하다는 식으로 강변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인영 의원은 당시 어디 가서 어떤 얘기만 듣고 다녔기에 지금 와서 패인을 주장하고 다니는지 공감하기 쉽지 않다.

 결국 4선 의원다운 정치적 혜안 또는 분석과 통찰은 전혀 없이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사후약방문'식 진단을 한 마디 더 보탠 것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다. 이게 바로 소위 '86세대' 대표 정치인을 자처하는 이의 '수준'인 셈이다. 

이인영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 글을 톨해 "이재명 의원, 송영길 전 대표, 왜 출마했는가. 이기고자 한 것이 아니냐"며 "그런데 공천 담합 아니냐는 불신을 남겨둬 승리의 구도를 잡기가 처음부터 쉽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이 진정 두 사람의 출마 이유가 궁금했다면, 이재명 의원이 대통령 선거에 패배한 지 불과 한 달만에 다시 정계 복귀를 시도할 때 같은 질문을 했어야 한다. 

한때 집권여당의 대선 후보였던 자가 유리한 지역구를 고르는 듯한 행태를 보일 때, 성남시장을 지낸 자가 돌연 인천 지역구 선거에 출마하려고 할 때 그를 질타했어야 한다. 그때는 뭘 하다가 지금 와서 자다가 봉창 두드리기 식으로  뜬금없는 질문을 하고, 한탄을 하는지 공감하기 쉽지 않다. 

이인영 의원은 "이 의원과 송 전 대표가 (출마하지 않고) 전국을 돌며 대선 패배를 안타까워한 사람들의 발걸음을 투표장으로 나서게 했더라면 어땠을까. 제 생각에는 (이 의원의) '방탄 출마' 논쟁보다 훨씬 강력하게 많은 후보에게 힘이 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역시 그 누구나 읊어댈 수 있는 상투적인 '사후약방문'에 지나지 않는다고 평할 수 있다 .

'86세대'인 이인영 의원은 지난 선거 기간 '86세대 용퇴론'을 주장했던 박지현 전 공동대위원장을 향해 "이재명과 송영길은 출마하도록 드라이브 걸고 586 용퇴론을 얘기한 건 모순이다. 그 두 분도 586 아닌가"라고 하면서 "더더욱 선거기간 한복판에서의 문제 제기는 참 난감했다. 586 후보들을 힘들게 했고 모두를 힘 빠지게 했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의원과 송영길 전 대표의 명분 없는 출마에 대해서는 그렇게도 질타하다가, 자신이 속한 '86세대'의 퇴진을 주장하는 목소리에 대해서는 "아군에 총질했다"는 식으로 힐난을 한 셈이다. 

이밖에 이인영 의원은 소위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 개정 강행을 위한 민형배 의원의 이른바 '꼼수 탈당'과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 대해서도 일부 반성하는 듯한 자평을 했지만, 그 내용을 보면 진정성을 읽기 쉽지 않은 형식적이고 무의미한 '무늬만 반성'이라는 평가를 받기 십상이라고 할 수 있다. 

글=박희석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