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문서에 노란 리본이 걸려있다. 경기평생교육학습관에서 경기도 교육청 소속 모든 유치원, 초, 중, 고에 내리는 공문이다. 발행일자는 5월 23일. 대체 노란리본이 무슨 뜻일까 궁금했다. 설마 세월호 추모를 뜻하는 건 아니지 싶었다. 세월호 사고는 2014년 4월 16일에 일어났다. 사고가 일어나고 8년하고도 1개월 7일 후에 작성된 공문서다.

경기도 교육청(교육감 이재정)에 문의했다. 조금 후에 답변이 돌아왔다.

“공문의 노란 리본은 세월호를 추모하는 의미다. 416민주시민교육원이 세월호를 추모하자는 의미에서 공문서 양식 등을 제안한다. 그러면 해당 공무원이 노란 리본을 넣을지 여부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경기평생교육학습관의 해당 공무원은 기자가 예로 든 5월 23일까지 노란 리본을 사용했다고 답했단다.

416민주시민교육원은 어떤 곳일까. 경기도 조례를 인용해 소개해보겠다. 

‘4.16세월호참사를 교훈삼아 실천하는 민주시민으로 성장시키고 4.16 기억교실의 보존 및 관리 운영을 위한 기관’이다.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에 위치해 있다. 건물 두 동으로 이뤄져 있다.

416민주시민교육원을 짓기 위해 2020년 한해에만 공사비 113억 6,800만 원이 소요됐다. 직원은 원장을 제외하고 19명. 주무관, 사무관 등 공무원이 대부분이다. 4.16민주시민교육원의 2022년도 예산은 42억 4,900만 원이다.(경기도의회 제356회 회의록 기준)

416민주시민교육원에는 세월호 사고 당시 단원고 교실에 그대로 재현되어 있다. 단원고 4.16기억교실 운영 및 기록물 보존관리를 위한 예산으로 올해 기준 3억 6,800만원이 책정되었다. 

눈길이 가는 점은, 이 ‘416민주시민교육원’은 애초 계획대로라면 ‘안전교육원’으로 지어졌어야 했다는 점이다. 2016년 5월 9일 경기도, 경기도교육청,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등 7개 기간이 협약을 맺었다. ‘4.16안전교육 시설 건립을 위한 협약’이었다. 그러던 것이 이재명 전 경기기사가 경기지사에 취임한 2018년, 갑자기 민주시민교육원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공모를 통해 이름을 정했다는데 흥미로운 건 명칭 공모전 설명이다.

‘경기도교육청(교육감.이재정)은 7월 2일부터 8월 31일까지 (구)경기도안산교육지원청 부지에 설립할 (가칭)4․16민주시민교육원(이하 교육원)의 명칭을 공모한다’ 경기도교육청에서 미리 정해놓은 가칭이 그대로 이름으로 굳어졌다.

이 민주시민교육원은 어떤 교육을 할까. 민주주의와 관련한 내용을 초중고 학생들에게 교육한다. 416민주시민교육원에서 만든 초등학생용 교육안을 보자. 제목은 ‘기본권을 아는 것이 기본’. 세월호 사고와 민주시민 교육이 어떤 관계가 있는지 궁금했는데 초등생 교육안에 힌트가 있다.

‘4.16 세월호 참사를 객관적 사료를 통해 살펴봄으로써 헌법에서 규정하는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된 상황에서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생각해보고 공감과 연대 의식을 함양하도록 한다.’

‘만약 2014년 4월로 돌아가 내가 ~~라면? 만약 내가 [대통령/해양경찰/구조대원/기자/세월호선원 등...]이라면? 어떻게 행동했다면 더 좋았을지 토의해봅시다.’

교육안에는 정부가(교육안 작성 당시는 문재인 정부) 코로나 극복을 위해 하는 다양한 효과적인 정책들을 소개하는 내용도 들어있다.

초등학생들에게 세월호 사고를 생각하면 어떤 기분이 드는지 그림으로 표현해보게도 한다. 416민주시민교육원에서는 초등학교 1학년이라면 자신이 태어나기도 전에 일어난 비극적인 사건을 상상하며 그림을 그려볼 수 있다. 예시로 제시한 그림엔 남학생이 쓰러져 있고 ‘나는

잠들어 있지 않아요‘라는 글씨가 어린이의 그림체, 글씨체로 쓰여 있다.

중학생용 교재도 흥미롭다. 제목은 ‘4.16 민주시민으로 살다’ 아래 사진이 실제 교재의 일부분이다.

결국 416민주시민교육의 교육내용에 담긴 논리는 이렇다.

세월호는 너무나도 슬픈 참사였다-> 당시의 박근혜 대통령/해양경찰 등이 잘못해서 일어난 일이다(코로나 대처를 잘하는 문재인 정권은 좋은 권력으로 묘사)-> 세월호 당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됐다-> 청소년이 연대하면 부조리한 권력을 바꿀 수 있다

416교육원에서 만든 초등학생용 교육안에는 ‘그림으로 본 416교육체제’라는 그림도 들어 있다. 416교육체제라는 용어는 처음 본 듯 하다.

4.16은 기본적으로 해양에서 일어난 비극적인 사고다. 해양사고가 일어날 경우 어린 학생들이 대응할 수 있는 기본적인 대처법은 ‘생존수영’이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병욱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생존수영 이론 및 실습교육에 참가한 초등학생은 전체의 5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실제로 물에서 실기교육을 이수한 학생은 전체의 2%뿐이었다.

생존수영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실습을 위한 수영장 시설이 부족하기 때문인데, 경기도에는 수영장을 갖춘 초등학교가 단한군데도 없다.

수백억원을 들여 416민주시민교육관을 짓고 ‘세월호 참사를 통해 배우는 민주시민 되는 법’을 교육 중인 경기도교육청이 생존수영 교육장 확충엔 어떤 노력을 했을까. 생존수영 교육을 의무화하라고 말해봤자 교육장이 없으면 말로만 떠드는 정책이 된다. 당장 안산시에도 생존수영 교육관이 없다. 8년 후인 올해 말에야 교육관이 완공된다.

8년 전에 세상을 떠난 아이들을 추모하지 말자는 얘기가 아니다. 사회적인 슬픔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 지 아직도 우리는 방법을 잘 모른다. 국가 예산은 수도꼭지를 틀면 물처럼 쏟아지는 돈이 아니다. 국민이 한푼한푼 번 돈에서 떼어내 모인 돈이다. 어디에 먼저 쓸지 우선순위를 명확하게 정해야 하지 않을까.

 당장 민주당의 전용기 의원도 지난 1월에 열린 ‘한국생존수영 발전 방향 및 개선방안에 대한 직능대표 간담회’에 참석해 이렇게 말했다.

“매년 수상사고로 인해 수백 명씩 사망하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하고 있는데, 만약 생존수영을 제대로 배웠다면 사전에 방지가 가능했을 수도 있다. 시설부족, 예산문제, 무자격자 교육 등 미흡한 제도와 개선할 부분에 대해 같이 고민하고 논의하며 해결해 나가겠다”

경기도와 세월호의 관계에서 눈에 띄는 일이 올해 있었다. 경기도청이 올해 4월엔 ‘세월호기’ 게양을 하지 않기로 했다는 점이다. 세월호기가 뭔가하면 노란 바탕에 리본 같은 문양을 그리고 ‘하나의 작은 움직임이 큰 기적을’이라 적어놓은 깃발이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취임한 뒤인 2019년부터 매년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4월이 되면 경기도청은 국가게양대에 세월호기를 게양했다. 그런데 올해는 세월호기를 걸지 않았다. 그 이유를 <한겨레> 기자가 묻자 도 관계자는 이렇게 답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어 정치적 중립을 이유로 세월호기 게양을 하지 않기로 했다. 민선 7기(이재명)부터 세월호기를 게양해 왔지만, 올해는 세월호 8주기 추모기간이 지방선거와 맞물려 있어 세월호기를 게양하지 않기로 내부적으로 결정했다”

세월호기가 특정한 정치 성향을 나타내는 것으로 판단했단 얘기다. 경기도 교육청은 이 사실을 어떻게 생각할가. 경기도청은 세월호기 게양이 정치적 행위라 판단해 게양을 하지 않았는데 경기도청은 노란 리본 공문을 계속할 것인지 물었다. 경기도 교육청 대변인실은 ‘경기도가 왜 세월호기 게양을 정치적인 행위로 판단했는지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