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장류 1번지’ 영월 장맛을 내손으로

장 담그기는 쉽지 않다. 재료만 해도 한둘이 아니고 들이는 시간이며 정성을 따져보면 사 먹는 게 맞는다는 결론이 쉬이 나온다. 실제로도 그렇다. 요즘 아이들은 된장, 고추장이 마트에서 나는 걸로 안다는 게 우스갯소리가 아니다. 

그만큼 지난한 과정 끝에 얻을 수 있는 게 우리 전통 장류다. 하지만 여기, 그런 전통 장 만들기를 손쉽게 체험할 수 있는 곳이 있다. 간단한 과정만 거치면 가족이 한동안 먹을 맛깔스런 장이 뚝딱 만들어진다.

영월농협 식품가공사업소(강원도 영월군 북면 원동재로 527)는 지역 농민이 생산한 농산물을 매입해 가공, 판매하는 곳이다. 농협 식품가공사업소는 전국에 118개가 있는데 영월농협 식품가공사업소(이하 가공사업소)는 그중에서도 매출 최상위권에 속하는 곳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동강마루’란 자체 브랜드를 개발, 영월 농산물로 만든 다양한 가공 식품류를 판매하는데 연매출이 200억 원에 달한다. 

고추장, 된장 등 장류는 그중에서도 중심이 되는 효자 상품이다. 품질은 두말하면 잔소리, 국내외 주요 항공사에 기내식으로 납품되는 고추장을 비롯해 고춧가루 등 익숙한 대기업 제품의 상당수도 이곳 가공사업소에서 만들어진다. 김대현 영월농협 식품가공사업소 소장은 “대한민국 장류 1번지 영월이라는 캐치프레이드를 내걸고 영월을 순창 버금가는 장류 명가로 만들어갈 것”이라고 했다.

연간 4000여 명 체험··· 쓱쓱 비비면 고추장이 뚝딱

장류 제품 중에서도 눈길을 끄는 건 누구나 쉽게 장을 만들 수 있도록 개발한 ‘전통 장 키트’다. 장 만들기에 필요한 재료를 묶어 어린이는 물론이고 소위 ‘똥손’이라도 맛있는 고추장, 된장, 간장을 만들 수 있게 했다. 모든 재료는 영월 고추와 콩, 신안 소금 등 우수한 품질의 국내산 원료를 엄선해 만들어 믿을 수 있다.

시작은 어린 학생들이 장 만들기를 통해 우리 전통 문화를 경험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였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학교에서 간편하게 장을 만들어볼 수 있을까를 고민한 결과물이 바로 전통 장 키트다. 반응은 뜨거웠다. 새롭고 재미있는 경험에 아이들이 환호했다. 부모들의 만족도도 높았다. 아이가 만든 고추장으로 떡볶이를 만들고 찌개를 끓이는 특별한 경험이 가정 가정으로 퍼져갔다. 

초등학생 대상 장 만들기 체험 프로그램은 그렇게 영월을 넘어 강원도 전 지역으로 퍼져나갔다. 품질 좋은 국내산 재료로 꾸려 누구나 쉽게 장을 만들 수 있게 한 전통 장 키트는 홈쇼핑 판매에서도 소위 ‘대박’이 났다. 올해 1월과 2월에만 25억여 원의 판매고를 올렸다.

학생들뿐만 아니라 관광객 대상의 체험 프로그램도 인기다. 연간 4000여 명의 관광객이 가공사업소를 찾아 장 만들기를 체험했다. 체험 프로그램은 지금껏 단체 위주로 운영했지만 2022년 5월부터는 가족, 연인 등 소규모 체험도 가능하게끔 문턱을 낮췄다. 한 가족이라도 예약 후 가공사업소를 방문하면 장 만들기를 체험하고 직접 만든 장을 가져갈 수 있다.

직접 만드는 재미에 우리 농산물 자부심까지

체험 프로그램은 장 만들기에 가공사업소 견학을 더해 1시간 정도 진행된다. 농협이 하는 일을 알아보고 우리 농산물에 대한 자부심도 얻을 수 있어 아이들의 현장 학습에 제격이다. 장 만들기 체험장 바깥으론 형형색색 솟대와 웃는 얼굴을 조각한 항아리 등이 설치돼 있어 예쁜 가족사진을 남기기에도 좋다.

장 만들기 체험은 전통 장 키트의 각 재료를 잘 섞어주면 끝난다. 너무 간단해서 놀랄 지경, 멀게만 느껴졌던 전통 장이 한층 가깝게 느껴진다. 메주가루, 고춧가루, 조청, 찹쌀발효물, 조선간장 등 준비된 재료를 순서대로 넣고 잘 비비면 붉은 색 고운 고추장이 뚝딱 완성된다. 

체험 비용은 전통 장 키트 1세트 제공에 6만원. 전통 장 키트 1세트로 만들 수 있는 고추장은 6㎏가량으로 전통 장 1㎏이 시중서 보통 2만 원 이상에 판매되는 걸 감안하면 무척 싼 가격이다. 체험 시 6명까지는 1세트, 그 이상 인원이라면 2세트가 제공된다.

고추장은 완성 즉시 용기에 담아 가져갈 수 있다. 바로 먹어도 맛있지만 1주일쯤 지나면 더 좋은 맛을 낸다는 게 김 소장의 귀띔이다. 사시사철 만들 수 있고 바로 가져갈 수 있는 고추장과 달리 된장 만들기 체험은 봄, 가을에만 진행되며 만든 뒤 가공사업소에 1년간 보관, 숙성한다.

1년 뒤 된장과 간장을 받아볼 수 있는데 기다림의 시간에 여행의 추억까지 더해져 더욱 특별한 맛을 낼게 분명하다. 된장 체험 비용은 콩 1말 기준 13만원이며 이 양이면 된장 약 14㎏, 간장 약 4ℓ를 받을 수 있다. 

김 소장은 “직접 만든 장을 맛보는 재미와 기쁨에 우수한 품질의 우리 농산물에 대한 자부심까지 얻어갈 수 있는 뜻 깊고 색다른 체험이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체험 예약 및 문의 (033)372-22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