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카페 맞아?” 입구부터 생소한 별난 카페

입구부터 심상찮다. 겉보기엔 온실이 분명한데 처마 아래 여닫이 대문이 생소하다. 들어서니 가득 들어찬 온갖 초화가 먼저 반긴다. 각종 허브부터 장미, 철쭉, 산세베리아, 베고니아 등등 갖은 색과 향이 어우러진다. 중앙엔 월계수며 패션프루츠 덩굴까지 주렁주렁 매달려 식물원이 따로 없다, 바닥을 가로질러 흐르는 물줄기 중앙엔 작은 연못을 만들었다. 황금잉어, 쏘가리, 메기가 둥실 헤엄친다. 한 구석에 자리 잡은 올챙이 떼도 보인다.

주인장이 직접 만들었다는 화덕에선 피자를 구워낸다. 커피며 전통차 등 갖은 음료를 만드는 주방도 보인다. 온실 군데군데 의자와 파라솔이 놓였고 군불을 떼 뜨끈하게 몸을 지질 수 있는 오두막 또한 카페 테이블이다. 모르면 선뜻 들어서기 어렵겠지만 아는 사람은 다 안다는 영월의 별난 식물원 카페 ‘꽃피는 산골(강원도 영월군 영월읍 청령포로 177-3)’이다.

조영석, 이명이 주인장 내외가 운영하는 꽃피는 산골은 ‘식물원 카페’라는 독특한 콘셉트의 공간에서 차 한 잔을 즐기고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는 곳이다. 3년 여 전부터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했는데 입소문을 타고 체험 손님이 점점 늘고 있는 추세다. 실제로 한편에 놓인 작은 칠판에는 한 달 내내 초등학생들의 단체 체험 예약 일정이 빽빽하다.

고르는 재미부터 쏠쏠한 나만의 화분 만들기 체험

체험 프로그램은 ‘나의 정원 만들기’라 이름 붙인 화분 만들기 체험(1만5000원)과 화덕 피자 만들기(피자 가격에 5000원 추가), 양초와 비누 만들기(각 1만5000원)가 마련돼 있다. 주로 초등학생들의 단체 체험이 많지만 일반 손님도 참여할 수 있다. 단, 개인 체험 예약은 받지 않는다. 방문했을 때 체험이 가능하면 할 수 있고, 못할 상황이면 못하는 식이다. 

언뜻 무슨 운영을 이렇게 하나 싶지만 주인장의 철학을 들어보면 이해가 간다. 조영석 대표는 “꽃피는 산골은 내가 즐겁게 살기 위한 놀이터이자 삶터”라며 “누군가에게 보여주거나 돈을 벌기 위한 곳이 아니라 같이 놀고 싶으면 와서 누구나 자유롭게 놀다갈 수 있는 열린 공간”이라고 했다.

화분 만들기 체험은 먼저 심고 싶은 식물 모종을 고르는 것으로 시작된다. 온실 한편에 가득한, 다양한 초화 중 마음에 드는 걸 뭐든 고를 수 있다. 화분까지 골랐다면 이제 옮겨 심을 차례. 모종과 함께 적당한 양의 흙과 화산석을 채워 넣는데 자세한 방법은 이명이 대표가 친절하게 알려줘 초등학생도 어려움 없이 옮겨 심고 나만의 꽃 화분을 만들어 가져갈 수 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허브 음료를 만드는 체험이 이어진다. 유자청, 레몬청 등에 온실에서 직접 딴 허브를 넣어 만든다. 음료를 마시고 난 빈 통에는 올챙이를 잡아넣어 관찰할 수도 있다.

피자 만들기 체험은 미리 반죽해 숙성시킨 도우를 넓게 펴는 것부터다. 여기에 갖은 토핑을 올려 화덕에 굽는다. 화덕에 넣은 피자는 중간 중간 돌려가며 고루 익히는 게 보통인데 조 대표가 만든 화덕에선 바닥 철판이 저절로 회전해 특이하다. 피자는 콤비네이션(2만5000원), 고르곤졸라(2만원), 샐러드(3만원)의 3종류가 마련돼 있다. 직접 만드는 체험은 피자 값에 5000원을 더 내면 된다. 나만의 개성이 담긴 형형색색 양초와 비누를 만드는 체험도 인기다.

식물원 못잖은 온실 카페에 실개울 흐르는 정원도

온실 바깥에는 정원 조성이 한창이다. 작은 산책로 따라 각종 초화에 대추나무, 산수유나무, 보리수나무 등 열매를 따 먹을 수 있는 나무를 심었고 인공 개울과 연못도 만들었다. 정해진 도면도 없고 언제 완성될지도 모른다. 마음 가는 대로 기분 내키는 대로 꾸민다. 여전히 심고 가꾸고 다듬는 중인 이 정원에 조 대표는 ‘치유 농장’이란 이름을 붙였다. 

틈 날 때마다 조금씩 만드는 중이어서 종종 얼마나 완성됐는지 보러 오는 손님도 있다고. 누구나 찾아와 산책하고 나무 열매를 따먹으며 이름처럼 몸과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게 조 대표의 바람이다.

명색이 카페니 음료는 다양하게 마련돼 있다. 한방대추차(7000원), 모과차(6000원) 등 전통차를 비롯해 목련차(6000원), 국화차(6000원) 등 꽃차, 아메리카노(3500원)와 카페라테(4500원) 등 커피와 과일주스까지 없는 것 없이 다 갖췄다. 차 한 잔을 즐기며 온실과 바깥 정원 구석구석을 구경해도 좋고 앉을 수 있는 곳 어디나 걸터앉아 쉬어가도 좋다. 

군불을 떼 바닥이 뜨끈뜨끈한 오두막은 특히 인기다. 차 마시는 건 핑계고 뜨끈한 바닥에 허리 지지러 오는 단골이 많다는 게 조 대표의 귀띔이다. 꽃피는 산골은 화~일요일 오전 11시~오후 8시(일요일은 오후 6시) 문을 열고 월요일은 휴무다. 문의 (033)373-44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