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개입’ 의혹을 받는 한국국방연구원(KIDA, 원장 김윤태)이 대선을 전후해 서울 시내 특급호텔에서 9000만원을 들여 세미나를 연 것으로 확인됐다.

국방부 산하 싱크탱크인 한국국방연구원은 원장과 일부 센터장(A, B)이 지난 대선 당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 캠프에 관여한 의혹을 받고 있다.

대선을 앞둔 지난 1월 12일 KIDA는 웨스틴 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예산 약 6000만원을 들여 전문가 좌담회 ‘디펜스 2040: 도전과 청사진 1’을 열었다.

이날 세미나에선 서욱 국방부 장관이 축사를, 자주파(自主派)인 서주석 국가안보실 1차장이 기조연설을 했다. 이어 김윤태 원장의 진행으로 김정섭 세종연구소 부소장,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노훈 전 국방연구원 원장, 김성한(윤석열 정부 초대 국가안보실장 내정자) 고려대 교수 등이 참여해 좌담회를 가졌다.

이종석 전 장관은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캠프의 통일외교안보정책을 총괄하는 평화번영위원장을 지냈다. 김정섭 세종연구소 부소장(전 국방부 기획조정실장)은 이재명 캠프에 국방정책특위위원장으로 참여했다.

한국국방연구원 김윤태 원장은 대미(對美) 자주파인 이종석-서주석 인맥으로 분류된다

일부 연구원들, 이렇게 화려한 곳에서 세미나 해도 되나

KIDA 관계자는 “우리 연구원이 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행사를 연 것은 연구원 43년 역사상 처음”이라며 “통상 그랜드볼룸과 같이 대관료가 비싼 곳은 ‘서울안보대화’와 같이 국가급 행사를 진행할 때 빌린다”고 했다.

이어 “당시 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행사를 진행한 것을 두고 몇몇 연구원들은 ‘이렇게 화려하고 비싼 곳에서 해도 되느냐’와 같은 이야기를 했다. 국가급 국제학술대회 수준이었다”고 밝혔다. 이날 한국국방연구원은 대행업체까지 써가며 행사를 개최했다.

지난 4월 13일에는 후속으로 ‘디펜스 2040: 도전과 청사진 2’를 포시즌스 호텔 누리볼룸에서 열었다. 예산은 약 3000만원이 들었다. 이날 이재명 캠프 참여 의혹을 받은 센터장 A‧B가 나서 각각 사회와 발표를 맡았다. 이재명 후보 캠프에 참여한 여석주 정책기획위원회 평화번영분과 부위원장과 모종화 전 병무청장도 각각 토론자로 나섰다. 

KIDA 관계자는 “대선 직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에 참여하는 외교안보 분야 인사를 연구원 세미나에 섭외하기 위해 동분서주했지만 만족할만한 성과를 낼 순 없었다”고 밝혔다. 

KIDA는 당초 디펜스 2040 후속 세미나에 인수위 측 인사를 초청해 기조강연을 부탁했으나 거절당했다.

KIDA의 2040 세미나 두고 국방부는 불쾌함 드러내

‘디펜스 2040’을 두고 한국국방연구원 관계자는 “KIDA는 연구 결과물을 제공하는 역할에 불과한데도 마치 주인공처럼 세미나를 공개적으로 주도한 것을 두고 국방부에서는 불만이 많았다”며 “당초 연구 프로그램명은 ‘디펜스 2050’이었으나 석연치 않은 이유로 행사명이 ‘디펜스 2040’으로 바뀌었다”고 주장했다.

2021년 4월 21일 KIDA 김윤태 원장은 서욱 국방부 장관에게 ‘디펜스 2050 연구프로그램’에 대한 업무보고를 했다.

그러나 세미나 발표 실무를 맡은 연구원 E는 “2040과 2050을 번갈아 사용했다”며 “‘2050’이라고 명확히 정해놓고 연구하진 않았다”고 밝혔다.

윤석열 측근 김용현 경호처장 내정자 접촉 시도했으나 실패 

지난 4월 20일에는 ‘제59차 국방아젠다포럼’을 열었다. 당시 행사에 참석한 KIDA 관계자는 “이날 행사에는 보수 성향이 강한 인사들을 섭외했다”고 밝혔다.

이날 포럼은 문재인 정부에서 육군참모총장을 지냈으나 윤석열 후보 지지 선언을 한 김용우 예비역 대장이 사회를 맡았다. 김용우 전 총장은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 캠프에서 활동했다. 또 윤의철 전 합참차장과 방종관 전 육군 기획관리참모부장, 이상훈 전 해병대사령관,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 고재남 유라시아정책연구원장 등 보수 성향 인사들이 참여했다.

또 다른 한국국방연구원 관계자는 “KIDA 측에서 인수위 출범 초기에 윤석열 당선인과 동문인 김용현 경호처장 내정자(전 합참 작전본부장)와 접촉을 시도하려고 했으나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글=이경훈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