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4월 처리를 위해 자당 국회의원을 위장 탈당시키는 초유의 꼼수를 내놓았다. 

민주당은 20일 국회에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민형배 의원(광주 광산을)  탈당을 통보하고 이어 검수완박 법안의 법사위 안건조정위원회 회부를 신청했다. 

자진탈당할 이유가 없는 민 의원을 민주당이 탈당시킨 이유는 검수완박 법안 처리를 위한 것이다. 172석을 보유한 민주당은 진보성향 의원들과 자당 출신 무소속 의원들을 포함하면 법안 본회의 의결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상해왔다. 그러나 민주당 출신 무소속으로 법사위 위원인 무소속 양향자 의원이 검수완박 반대 입장을 내면서 계산이 꼬였다.  

법사위 내 여야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법안이 '무사히' 본회의까지 가려면 법사위 내 안건조정위원회에서 의결하면 된다.  안건조정위원회는 6인으로 구성되며 민주당 3명, 국민의힘 2명, 비교섭단체 1인으로 의결 정족수는 3분의2인 4인이다. 민주당은 자당 의원 3명과 무소속 1명만으로 의결할 수 있고 현재 무소속 의원은 민주당 출신 양향자 의원인 만큼 통과를 자신했다. 

그러나 양향자 의원이 검수완박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 위원 4명이 동의하지 않으면 해당 안건은 최장 90일까지 안건조정위 문턱을 넘을 수 없다. 

애초 민주당은 양향자 의원을 법사위에서 배제하려 했다. 2년 전 민주당이 공수처법과 선거법 개정안을 밀어붙이기 위해 행했던 이른바 '불법 사보임'과 유사한 방법이다. 그러나 박병석 국회의장이 회기 중 사보임 불가 방침을 전하면서 민주당은 다른 방법을 고안해냈다. 

법사위 소속 민주당 민형배 의원을 탈당시켜 무소속 의원으로 만들고, 안건조정위원 선임 권한이 있는 법사위원장 박광온 의원이 위원 중 비교섭단체 1인을 민 의원으로 선임하겠다는 작전이다. 

박광온 위원장은 민주당과 국민의힘에 21일 오전 10시까지 안건조정위원 명단(민주당 3명, 국민의힘 2명)을 제출하라고 요청했다. 비교섭단체 1명은 위원장이 선임할 수 있다. 국민의힘이 명단을 제출하지 않고 버티더라도 위원장 직권으로 안건조정위를 구성하고 당일 의결도 할 수 있다.  4월 중 본회의 통과가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국민의힘은 강력 반발하고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민주당이 소수 의견을 완전히 묵살하고 안건조정위원회까지 무력화시키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입법 독재가 아니고 무엇이겠나”라고 격하게 항의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비판이 나온다. 5선인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민 의원 탈당은) 고민이 있었겠지만, 정치를 희화화하고 소모품으로 전락시키는 것”이라며 “어렵고 복잡할수록 원칙대로 정공법으로 가야 하며 헛된 망상은 패가망신의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양향자 의원도 입장문을 내고 “다수당이라고 해서 자당 국회의원을 탈당시켜 안건조정위원으로 하겠다는 발상에는 경악을 금치 못하겠다”며 “내가 사랑하고 다시 돌아가고 싶은 민주당이 성찰하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고 밝혔다.



글=권세진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