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구광역시장 후보 경선에 나선 김재원 전 최고위원이 경쟁 상대인 유영하 변호사에게 단일화를 제안했다. 

여론조사 결과 '1강' 홍준표 의원에 이어서 '2중'에 해당하는 김재원 전 최고위원은 불과 15일까지만 해도 유영하 변호사와의 '단일화에 대해 "공통 목적이 있어야 하는데 공통 목적이 있는지 의문이고, 대구시장에 출마한 경위나 지향점이 다르기 때문에 단일화 자체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랬던 김재원 전 최고위원은 돌연 16일 오후 11시쯤,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남기고 "많은 대구시민이 시장선거를 걱정하는 이 황망하고 절박한 시기에는 화이부동(和而不同)의 마음으로 후보 단일화를 요구하는 것이 대의(大義)에 이르는 길"이고 하면서 유영하 변호사에게 '단일화'를 제안했다. 

그러면서 김 전 최고위원은 유영하 변호사에게 대구시민 여론조사 50%, 책임당원 투표 50%를 합산한 결과로 단일 후보를 결정하자고 했다. 책임당원 투표는 안심번호 당원 명부를 활용해 양자 대결 여론조사로 갈음 등 구체적인 단일화 방식을 언급했다. 

김재원 전 최고위원은 "여론조사 사전신고기한 등을 고려하면 17일까지 단일화 협상이 타결되고 18일에 여론조사기관 선정·신고가 이뤄져야 21, 22일 실시되는 경선 당원투표와 여론조사 시작 전날인 20일에 단일화 여론조사에 착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끝으로 "엄중한 상황에서 1초의 시간도 허투루 보낼 수 없다"며 "비상식적인 주장만 없다면 단일화 과정은 어렵지 않다. 유 후보의 답변을 기대한다"고 적었다.

김재원 전 최고위원이 기존 언행을 번복하고, '공통목적'도 없고, '출마 경위'나 지향점이 전혀 다른 유영하 변호사에게 '단일화'를 제안한 까닭은 사실상 박근혜 전 대통령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국회의원 5선, 경남지사 재선, 당 대표 2회, 대선 후보 등을 역임한 홍준표 의원은 대중 인지도 면에서 여타 후보를 압도한다. 지난 국민의힘 대선 경선 때 '역선택' 논란이 있었지만, 그는 여론조사 결과에서는 지금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을 앞섰다. 다만, 당원 투표에서 패배해 결과적으로 2등에 머물렀다.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도 이 같은 결과가 재현될 가능성이 있다. 당원 투표 50%, 일반 여론조사 50%로 진행되는 경선에서 홍준표 의원이 여론조사에서는 압도적인 득표율을 기록할 수 있다. 

단, 당원 투표가 문제다. 당내 기반이 약하고, 지난 대선 기간 내내 지금의 윤석열 당선인의 선거 운동 지원에 사실상 '비협조적 태도'로 일관한 것은 물론 자신이 만든 사이트 '청문홍답'을 통해 "누가 덜 나쁜 후보인지 골라야 하는 나쁜 놈들 전성시대" "피장파장 후보들끼리 서로 손가락질 하는 역대급 비리 대선"이란 식으로 조롱한 점을 감안하면 당원 투표에서 홍 의원이 여론조사 때보다 높은 점수를 받을 가능성은 극히 적다. 

이런 상황에서 '당심을 노려야 하는 김재원 전 최고위원이 만난 복병이 바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이 위세 있을 때는 '친박'으로 활동했고, 박근혜 정부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도 지낸 김 전 최고위원은 현재 '윤석열 당선인 마케팅'을 하고 있다. 

부정적으로 표현하면 '윤심팔이'를 하는 중이다. 이는 대구 지역 기반, 대중적 인지도 면에서 홍 의원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한 김재원 전 최고위원이 취할 수 있는 유일한 전략적 선택지가 바로 그것이다. 

그런데 박근혜 전 대통령의 법률 대리인이자, 소위 '옥바라지'를 지난 5년 동안 했다고 알려진 유영하 변호사가 대구시장 경선판에 등장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박 전 대통령은 유 변호사 후원회장을 맡고, 지지를 촉구하는 영상마저 찍어서 일반에 공개했다. 국민의힘 전통 지지층, 특히 그 색깔이 강한 대구 지역 당원들의 표심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결국 김재원 전 최고위원은 유영하 변호사와 '단일화'를 하지 않는다면, 그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한데도 그간 "출마한 경위나 지향점이 다르기 때문에 단일화 자체는 불가능하다"고 강변했다.  이와 달리, 유영하 변호사는 "단일화에 대해서는 제의가 오면 피하지 않겠다"는 식으로 여지는 남겨뒀다.

글=박희석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