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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안보연구소, “北 ICBM, 美에 위협 안 돼… SLBM 개발 강화할 것”

“北 ICBM 발사 재개와 다탄두 능력은 중간 목표… 연쇄적인 핵전력 과시 예상”

이경훈  월간조선 기자 libert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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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0월 10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조선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 등장한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4A형’. 사진=뉴시스

28일 국립외교원 산하 외교안보연구소는 'IFANS FOCUS'를 통해 지난 24일 북한이 발사했다고 밝힌 ‘화성17형’ ICBM에 대해 분석했다.


외교안보연구소 황일도 안보통일연구부 조교수는 ‘북한의 ICBM 발사 재개: 핵억제 관점에서 본 목적과 전망’에서 북한이 핵능력을 과시하기 위해 화성17형 발사를 서둘렀고 이는 미국에 북한을 상대로 벌이는 일방적 억제 구도를 돌파하려는 인상과 인식을 확인시키려는 목적이 있다고 했다.


예상보다 빨라진 북한의 핵능력 확보 과정에 대해 황 교수는 “지난해 1월 조선노동당 8차 당대회와 당시 공개된 국방과학발전 및 무기체계 개발 5개년 계획에 따른 일련의 과정으로 봐야 한다”며 “김정은은 전술핵부터 핵추진잠수함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무기체계의 개발을 공식화했고 이후 다양한 시험을 통해 이를 현실화해 나가고 있다”고 했다.


황 교수는 “북한이 우주발사체(SLV)를 건너뛰고 ‘대놓고 ICBM’이라는 초강수를 두며 서두른 배경에는 우크라이나 상황과 이로 인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기능 부전이 있었다”고 했다.


북한은 그간 ‘우주의 평화적 이용’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ICBM 개발 및 발사를 정찰위성(SLV) 개발로 포장해왔다. SLV와 ICBM 모두 발사체(운반체)로써의 역할은 같기 때문이다. 


발사체에 ‘정찰위성’을 탑재하느냐, 핵탄두를 탑재하느냐의 차이만 있을 뿐 SLV와 ICBM(대기권 재진입 기술 필요)은 기술적으로 특별한 차이가 없다. SLV를 군사적으로 활용하면 북한이 미 본토를 타격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ICBM이 된다.


황일도 교수는 “SLV 발사로 화성17형의 성능을 확인한 뒤 다음 단계로 ICBM을 다시 한번 발사하리라는 관측이 있었다”며 “외부에서는 김일성 생일 110주년인 4월 15일을 유력한 시점으로 거론해왔다. 그러나 3월 24일의 (ICBM) 발사는 정찰위성과 무관하게 이뤄졌고 북한은 이를 화성17형 신형 ICBM이라고 공식 선언했다”고 했다.


황 교수는 “평양이 발사했다고 주장하는 화성17형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군사적 다탄두 탑재가 가능한 추진력”이라며 “화성17형 추진체는 1.7t의 중량을 실을 수 있고 북한이 이전에 공개한 핵탄두 사진과 소형화 노력을 감안하면 소형화 핵탄두 3~4개를 탑재할 수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다탄두를 탑재한 미사일이 미 본토를 향할 수 있다면 미 군사 당국의 계산 역시 이전에 비해 한층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는 게 평양의 믿음”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워싱턴의 계산은 완전히 다르다. 압도적 핵 우위(nuclear supremacy)를 보유하고 있는 미국을 상대로 핵 공격을 감행하는 일은 자살행위에 불과하다. 따라서 북한에 대한 미국의 일방적 억제는 앞으로도 흔들릴 리 없다”고 했다.


황 교수는 미국이 피해 최소화(damage limitation) 대응으로 불리는 ‘무장해제 1차 타격(disarming first strike)’과 ‘요격’으로 북한의 핵능력을 무력화할 수 있다고 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임박했다고 판단할 경우 사전에 이를 지상에서 조기에 정밀 격파하는 방안과 무장해제 1차 타격에서 살아남은 북측 미사일이 발사되는 경우 알래스카와 캘리포니아에 배치된 지상탄도미사일요격(GBI) 시스템으로 요격하는 방식이다.


이에 북한은 미국의 미사일 대응 체계를 균열시키기 위해 이동형발사대(TEL) 등을 확보해 사전 징후 파악을 어렵게 하고 있다고 했다.


황 교수는 “북한 미사일이 1차 정밀타격과 요격이라는 장애물을 뚫고 미 본토에 유의미한 피해를 입힐 가능성을 워싱턴이 심각하게 받아들일 개연성은 앞으로도 높지 않을 것”이라면서 “북한의 ICBM 능력 강화에 대응하는 미국의 피해 최소화 역량 역시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이는 결국 미 본토에 대한 확증보복 능력을 확보하겠다는 북한의 노력을 좌절시킬 공산이 크다. 양측의 압도적인 군사적·경제적 격차를 감안하면 북한과 미국의 미사일 대 반(反)미사일 수량 경쟁에서 북측이 돌파구를 만들어낼 수 있을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고 보기 어렵다. 북한의 ICBM 전력이 가진 본질적인 딜레마”라고 했다.


황일도 교수는 북한이 미국의 정밀타격을 어렵게 만들기 위해 북중 국경 지역에 미사일 기지를 건설하거나 민간인이 거주하는 평양 순안공항 근처에 미사일 발사대를 설치할 수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평양(북한)이 좁은 영토에 따른 감시정찰 자산 노출 및 좁은 발사각이라는 물리적 한계를 상대적으로 약화시킬 수 있는 유일한 경로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뿐이라고 할 수 있다”며 “미국이나 중국에 비해 작은 영토를 가진 영국과 프랑스가 소련에 대한 핵억제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ICBM 대신 SLBM을 주된 플랫폼으로 삼은 배경 역시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핵/미사일 전력과 그에 따른 군사 교리가 발전할수록 평양 역시 SLBM의 필요성을 절감할 공산이 커질 수밖에 없고 이는 이미 국방력발전 5개년계획에 포함돼 있는 핵추진잠수함 건조와 북극성 엔진에 기반한 SLBM의 사거리 연장 시도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황 교수는 북한이 보인 일련의 핵능력 과시가 2024년 미국 대선과 2025년 출범할 새로운 미 행정부의 성격까지 고려한 대미 정책일 수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2000년 빌 클린턴 행정부와의 관계 개선 프로세스가 미 행정부 교체와 맞물려 무산된 이래 평양은 미 행정부 변화 가능성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며 대외 행동을 구성해왔다”며 “ICBM 발사 재개와 다탄두 능력은 그 중간 목표일 뿐 앞으로도 연쇄적인 핵전력 과시가 예상되는 이유”라고 했다.


이어 “평양은 또 다른 ‘기회의 창’이 열리는 순간을 최대한 활용하며 단기 시간 범위 안에서의 구체적 행동 시점과 강도를 조절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글=이경훈 월간조선 기자

입력 : 2022.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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