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전 대통령, 부정부패·뇌물에 경기 일으킬 정도로 결벽증 가졌다” : 월간조선

19일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1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김세윤) 심리로 열린 박근혜(65) 전 대통령의 재판에 정호성(48) 전 청와대 제1부속비서관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박 전 대통령과 정 전 비서관이 대면한 것은 작년 11월 정 전 비서관이 구속된 이후 처음이다. 정 전 비서관은 최순실(61)씨에게 청와대 비밀 문건 47건을 유출한 혐의로 따로 재판을 받고 있다.

이날 정 전 비서관은 법정에 들어서며 피고인석에 앉은 박 전 대통령에게 허리를 90도로 굽혀 인사했다. 이에 박 전 대통령도 고개를 깊이 숙여 인사를 받았다. 당초 정 전 비서관은 증인석에 서서 “이 자리에 나오기까지 많은 고민을 했다”며 "오랫동안 모셔온 대통령께서 재판받는 참담한 자리에서 무슨 말을 하겠는가. 심적 고통을 감당할 수 없어 증언을 거부하겠다"고 말했다.

이후 이어진 증인 신문에서 검찰이 박 전 대통령의 연설문 ‘말씀자료’를 최순실씨에게 보내 의견을 들은 사실이 있는지, 그 과정에 박 전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는지 등을 물었으나 정 전 비서관은 답변을 거부했다. 재판이 이어지는 동안 박 전 대통령은 정 전 비서관과 재판부를 번갈아 바라보기도 했다.

재판 말미에 발언권을 신청한 정 전 비서관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한 마디 하고 싶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이 사건이 벌어지고 난 이후 국가적으로 엄청난 일들이 일어났다. 제게도 가슴 아픈 일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정 전 비서관은 “박 대통령은 가족도 없고 사심 없이 24시간 국정에만 몰두하신 분”이라며 “대통령께서는 부정부패나 뇌물에 대해 경기를 일으킬 정도로 결벽증을 가졌다”고 밝혔다.

덧붙여 그는 “내가 최씨에게 문건을 줬기 때문에 책임을 인정했지만, 대통령이 그것을 주라고 구체적으로 지시하지도 않았고 건건이 어떤 문건을 줬는지도 모르셨다”고 했다. 또한 “사적으로 이익을 보려한 것도 아니고 어떻게든 잘해보려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인데 어떻게 죄를 물을 수 있는지…”라고 말을 줄이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정 전 비서관은 “혼신의 힘을 다해 국정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부분에 대해 재판장께서 현명한 판단을 해달라”고 호소한 뒤, 박 전 대통령이 앉아있는 피고인석을 향해 허리 숙여 인사했다. 그는 말하는 와중에 울먹여 수차례 말이 끊어졌다. 정 전 비서관을 바라보던 박 전 대통령 역시 눈가를 휴지로 훔쳤다.

월간조선 뉴스룸